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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의 철학적 정체는 칸트

송고시간2013-03-13 06:57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배트맨은 기존 영웅 캐릭터와 다른 점이 많다.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은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악당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지만 배트맨은 조커를 끝내 죽이지 않는다.

악당 한 명을 없애 수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공리주의'에 어울리지 않는 영웅이다.

배트맨은 조커를 죽이면 자신도 다른 범죄자와 똑같은 살인자가 될 뿐이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는 이유로 조커의 탈출을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배트맨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신간 '배트맨과 철학'은 뉴욕주립대 프레도니아캠퍼스의 스티븐 커슈너 철학과 교수 등 각국 철학자 22명이 배트맨의 철학적 정체를 조목조목 파헤친 책이다.

이들은 배트맨의 탄생 과정부터 유년 시절, 내면세계, 영웅으로서의 활약상, 주변 인물과의 관계 등을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분석한다.

배트맨의 가장 큰 특징은 엄격한 '의무론자'라는 것.

그에겐 살인으로 살인을 막는 일이 중요하지 않고 무엇보다 살인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는 판단이 앞선다.

가장 유명한 의무론자인 칸트와 마찬가지로 배트맨도 행위로 인한 결과보다는 행위 자체에 내재한 특징을 기반으로 도덕성을 판단한 전형적인 캐릭터로 분류된다.

배트맨이 소년 '로빈'을 후계자로 키운 점도 논란거리다.

미성년자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폭력 세계로 유도한 건 어떤 목적으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배트맨이 어디까지나 '덕 윤리학'(virtue ethics)을 따랐다며 그를 지지하는 의견도 있다.

규범적으로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행위 주체의 성격이나 환경,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해 로빈을 양육했다는 것.

덕 윤리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로는 플라톤이 꼽힌다.

책은 이밖에도 배트맨이 막대한 돈을 들여 자선 사업을 하지 않고 왜 굳이 경찰의 영역을 침범했는지, 배트맨과 슈퍼맨 가운데 누가 더 훌륭한 영웅인지, 조커의 도덕적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등을 소재로 방대한 철학 이론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

외국어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남지민, 신희승, 이해림, 차유진 등 4명이 우리말로 옮겼다.

그린비. 360쪽. 1만7천원.

<배트맨의 철학적 정체는 칸트> - 2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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