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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입양아 산드라 박의 애끓는 사모곡

송고시간2013-02-2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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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멀건 살결, 언청이, 우두 자국의 박성숙을 아시나요?"

누가 이 아이를 모르시나요
누가 이 아이를 모르시나요


(서울=연합뉴스) 생모 등 혈육을 찾아달라며 연합뉴스에 호소해 온 스위스 입양인 산드라 두페레(한국명 박성숙·43) 씨. 네 살 때인 1974년 1월 부산 영주동의 파출소 앞에 버려진 그는 광남어린이의 집과 한국사회봉사회, 스위스 로잔의 입양기관을 거쳐 현지 양부모 가정에 입양됐다. 언청이, 팔뚝의 우두 자국, 희멀건 살결 등 신체적 특징이 있는 그는 20여 년 전에도 양부모와 함께 방한, 고아원과 입양기관 등을 돌아봤으나 뿌리 찾기에 실패했다. 그는 행복한 가정에서 성장해 결혼 후 두 아들을 키우며 현재 시계 부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2013.2.26
duckhwa@yna.co.kr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위치 간주 '포기' : 영주, 서울시 중구 부산"

스위스 로잔의 해외 입양인 산드라 두페레(43) 씨가 최근 생모를 비롯한 혈육을 찾아달라며 '제 생물학적 부모님의 검색(Searching my birth parents)'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연합뉴스 한민족센터에 보내왔다.

불어권에 사는 그는 수신자 편의를 고려해 영어로 쓴 뒤 인터넷 자동번역기를 이용해 한국어로 옮겨 보내주는 자상함도 보여줬다.

누가 이 아이를 모르시나요
누가 이 아이를 모르시나요


(서울=연합뉴스) 생모 등 혈육을 찾아달라며 연합뉴스에 호소해 온 스위스 입양인 산드라 두페레(한국명 박성숙·43) 씨. 네 살 때인 1974년 1월 부산 영주동의 파출소 앞에 버려진 그는 광남어린이의 집과 한국사회봉사회, 스위스 로잔의 입양기관을 거쳐 현지 양부모 가정에 입양됐다. 언청이, 팔뚝의 우두 자국, 희멀건 살결 등 신체적 특징이 있는 그는 20여 년 전에도 양부모와 함께 방한, 고아원과 입양기관 등을 돌아봤으나 뿌리 찾기에 실패했다. 그는 행복한 가정에서 성장해 결혼 후 두 아들을 키우며 현재 시계 부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2013.2.26
duckhwa@yna.co.kr

번역기이다 보니 '기아 추정 장소(Location deemed abandonment)'가 '위치 간주 포기'로, '부산시 중구 영주동(Youngju-dong, Jung-gu, Pusan)'이 '서울시 중구 부산'으로 얼토당토않게 번역됐지만 이렇다 할 출생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든 혈육을 찾아보려는 간절한 몸부림이 엿보였다.

네 살 때인 1974년 1월 중순 부산 영주동의 한 파출소 앞에 버려진 그는 그달 16일 고아원인 광남어린이의 집을 통해 입양기관인 서울 쌍문동 소재 한국사회봉사회로 넘겨졌다. 그 후 1개월 뒤 로잔의 입양기관(Terre des Hommes)을 거쳐 스위스 양부모 가정에 입양됐다.

행복한 가정에서 성장해 결혼한 뒤 두 아들을 키우며 현재 시계 부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친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등 애절한 사연을 털어놓으며 "불행히도 부모님, 거주지, 고아원 등 어떤 기억도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40대 중반이 돼서야 혈육 찾기에 나선 배경이 궁금했다.

"20대 초반에 제 정체성에 의문이 들어 양부모님께 여쭤봤다가 입양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당장 친부모를 만나보고 싶었지만 막상 찾아 나섰는데도 아무 단서도 발견하지 못할까 두려웠습니다. 게다가 두 아들의 교육에 좀 더 헌신할 때라는 생각으로 미뤄뒀다가 최근에야 뿌리 탐사 여행을 떠났습니다."

양부모는 혈육 상봉을 원하는 입양 딸을 위해 20여 년 전 방한, 입양기관과 고아원 등지를 찾아다니며 수소문을 해봤다. 하지만 고아 증명서 등 '미상(unknown)'투성이인 몇 건의 해외입양 서류나 언청이, 팔뚝의 우두 자국, 희멀건 살결 등 신체적 특징만으로는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다.

누가 이 아이를 모르시나요
누가 이 아이를 모르시나요


(서울=연합뉴스) 생모 등 혈육을 찾아달라며 연합뉴스에 호소해 온 스위스 입양인 산드라 두페레(한국명 박성숙·43) 씨. 네 살 때인 1974년 1월 부산 영주동의 파출소 앞에 버려진 그는 광남어린이의 집과 한국사회봉사회, 스위스 로잔의 입양기관을 거쳐 현지 양부모 가정에 입양됐다. 언청이, 팔뚝의 우두 자국, 희멀건 살결 등 신체적 특징이 있는 그는 20여 년 전에도 양부모와 함께 방한, 고아원과 입양기관 등을 돌아봤으나 뿌리 찾기에 실패했다. 그는 행복한 가정에서 성장해 결혼 후 두 아들을 키우며 현재 시계 부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2013.2.26
duckhwa@yna.co.kr

'박성숙'이라는 한국 이름은 고아원에서 지어줬고 생년월일(1970.12.3)도 그곳에서 추정해 기록한 것이다. 입양 직전에 머물던 한국사회봉사회에 연락해봤지만 박성숙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다.

두페레 씨는 어린 시절 사진 말고도 혹시 비슷한 나이의 자매가 있다면 알아볼 수 있다며 최근 사진 두 장도 보내왔다. 하지만 친어머니가 나서지 않는 한 이런 자료만으로는 상봉 가능성이 낮은 게 사실이다.

그는 기아 및 입양 상황을 알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한때 서운한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곡절이 있었다 해도 당시 부모님의 결정을 다 이해할 수 있다며 친어머니와 가족이 자신을 꼭 찾아달라고 애원했다.

"당시 궁핍한 나머지 아이 여러 명을 키울 수 없었거나, 특히 막대한 언청이 시술 비용 등으로 인해 부모님이 이런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엄마, 아빠, 이젠 다 용서했어요. 어서 저 좀 만나주세요."

duck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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