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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가족 살해' 경찰관이 범행 숨겨

송고시간2013-02-0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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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없애라" 도리 어긋나고 본분망각한 조언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전주 일가족 3명 살해 사건'에 경찰관이 관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 경찰관은 피의자의 외삼촌이자 피해자의 친동생으로 드러났다.

피의자인 둘째 아들 박모(25)씨는 부모와 형을 살해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범행 사실을 외삼촌인 부안경찰서 소속 황모(42) 경사에게 털어놨다.

황씨는 조카의 패륜적인 범행을 알고서도 경찰 신분을 망각한 채 이 사실을 숨겼다.

심지어 자신의 친누나가 살해당한 마당에 자신을 찾아온 박씨의 친구 3명에게 '현장의 유류품을 치우고 차량을 세차하라'는 등의 증거를 없애라는 조언까지 했다.

황씨는 경찰의 추궁에 "조카가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면서 "조카마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두려워 살리고 싶은 마음에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박씨와 친족관계인 황 경사는 '친족의 경우 범죄 고지 의무가 없다'는 현행법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황씨에게 죄가 없을지라도 경찰관으로서 중대 범죄 사실을 숨긴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황씨가 혈연을 아끼는 마음에 이 같은 선택을 했을 수도 있지만 경찰 신분을 망각한 채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이는 진정 조카를 위하는 길도 아니다.

조카를 진정으로 위했다면 황씨는 자수를 권했어야 했고, 이것이 경찰로서도 당연한 도리다.

한편으로는 이런 잘못된 '식구 감싸기'가 패륜적 범죄의 원인이 됐는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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