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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댄스 심사위원대상 '지슬'은 어떤 영화?

송고시간2013-01-27 16:30

제주 4.3 민간인 학살..비극의 현대사 다뤄흑백영상의 아름다움, 제주 특유의 유머·해학도 농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26일(현지시간)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영화 '지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독립영화 축제로 꼽히는 선댄스영화제는 미국 영화와 외국 영화(월드 시네마)로 나누고 다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부문을 나눠 총 4개 부문에서 상을 준다. 심사위원대상은 각 부문 최고의 작품에 주는 상으로, '지슬'은 월드 시네마 극영화 부문에서 이 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선댄스영화제 29년 역사상 처음이다.

'지슬'은 특히 한국의 아픈 현대사 중 하나인 1948년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권위있는 영화제에서의 수상이 더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제주 4·3 사건은 한반도가 일제 치하에서 독립한 이후 미군정 하에서 벌어진 끔찍한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3만여 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섬이라는 고립된 지역적 특성 등으로 인해 현대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제주 출신인 오멸 감독과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2억5천만 원이라는 작은 예산으로 힘을 합쳐 만든 이 독립영화 '지슬'은 4·3 이후 잊힌 슬픈 역사를 65년 만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 알리게 됐다.

<선댄스 심사위원대상 '지슬'은 어떤 영화?> - 2

'지슬'은 제주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에게 바치는 '진혼제' 형식을 띠고 있다. 1948년 11월 제주에 내려진 '해안선 5km 밖의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는 미군정의 소개령으로 시작해 네 개의 챕터로 나눠 주민들의 피난과 동굴 은신, 군인들의 마을 점령, 비극적인 최후까지 한 편의 장엄한 서사시처럼 그렸다.

특히 군인들이 무고한 민간인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는 참상을 다루면서도 제주 특유의 유머와 해학을 녹여 희비극이 교차하는 진한 페이소스를 자아낸다.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군인들이 몰려온다는 얘기에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부랴부랴 산으로 피난을 떠나고, 산속 동굴에 숨어 굶주림에 지쳐가면서도 몇 알의 감자를 나눠 먹으며 집에 두고 온 돼지 걱정을 한다. 이들이 동굴 속에서 아웅다웅 소소한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따뜻하고 재미있게 그려졌다. '지슬'은 제주 방언으로 감자를 뜻한다.

선댄스영화제 측은 홈페이지에 이 영화를 소개하며 "전쟁의 불합리성을 그린 영화는 많지만, 이렇게 절묘한 디테일로 그린 작품은 드물다. 강렬한 흑백의 영상은 인물들의 인간성뿐 아니라 이 지역의 결까지 담아낸다"고 평했다.

또 "영화는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는 두려움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둔다.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지슬'은 인간의 진실한 감정에 극도로 몰입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묵직한 주제와 이야기뿐 아니라 흑백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도 호평받고 있다.

미국의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상당히 형식적인 아름다움과 감정의 절제를 보여준다"며 "특히 시각적으로 숨 막힐 듯 아름답다. 롱테이크와 느린 팬(촬영 기법)으로 촉발되는 슬픔의 무거운 감각이 진혼곡 같은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한층 강화된다"고 평했다.

오멸 감독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제주의 역사로 인식하고 있는 4·3은 실은 한국 현대사이고 세계사이기도 하다"며 "묻혀버린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서라도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슬'은 제주에서 태어난 영화인 만큼 서울에서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제주에서 오는 3월 1일 맨 먼저 개봉한다. 이어 3월 21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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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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