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천만배우'보단 영화 좋단 말 듣고싶어"
송고시간2013-01-27 07:03
새 영화 '남쪽으로 튀어' 주연..자유로운 영혼 '최해갑' 연기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천만 배우'요? 1천만(관객)을 내가 만들었나요? 동료 배우들과 감독과 좋은 시나리오가 만들어냈고 호응해준 관객들이 만들어낸 것이죠. 저는 운좋게 참여한 거고요. '천만 배우'란 타이틀보다는 영화 보고 기분이 좋았단 말이 더 듣기 좋습니다."
배우 김윤석은 지난해 '도둑들'이 1천300만 관객을 모으며 '천만 배우'란 수식어를 얻었지만, 정작 본인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완득이'가 500만 관객을 모은 게 더 뿌듯하다고 했다.
"그 작은 이야기를 사람들이 보고 10명 중 9명은 다 기분이 좋다고 했어요. 그게 얼마나 듣기 좋은 얘기예요. 그런 영화 만들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신파로 가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의 감정을 유지하고 절제를 보여준 영화죠. 미운 사람들이 하나도 없고. 많은 영화들이 관객의 자극을 끌어내기 위해 극악무도한 악인을 등장시키는데, '완득이'는 그것도 없고 욕쟁이 옆집 아저씨마저도 귀여웠죠. 그런 영화가 500만을 넘은 게 좋아요. '거북이 달린다'도 그랬고요. 설렁설렁 평범한,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객이 공감해주는 게 참 좋습니다."
새 영화 '남쪽으로 튀어' 개봉을 앞두고 26일 광화문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이번 영화 역시 '완득이'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얘기여서 좋았다고 했다.
그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타짜'(2006), '추격자'(2008), '전우치'(2009), '황해'(2010), '도둑들'이 액션과 스릴러를 넘나들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작품이라면, 신작 '남쪽으로 튀어'는 '완득이'(2011), '거북이 달린다'(2009)처럼 일상의 편안하고 유쾌하고 넉살좋은 매력을 보여주는 영화다.
공교롭게도 작품 순서대로 따지면 '전우치' 다음에 '거북이 달린다'를 했고 '황해' 이후에 '완득이', '도둑들' 다음에 '남쪽으로 튀어'를 하게 돼 장르나 캐릭터의 강-약이 리듬을 타고 교차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의도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 당시에 들어온 시나리오들 중 가장 좋은 걸 선택하는 것뿐이죠. '남쪽으로 튀어'를 택한 것도 그 당시에 제일 좋았기 때문이에요."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386세대로 사회의 틀과 제도에 구속받기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최해갑'이 고향인 남쪽 섬으로 가족과 함께 떠나 이상적인 삶을 실천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또 '개발'이란 명목으로 섬을 파괴하려는 무리들에 맞서 삶의 터전을 꿋꿋하게 지키는 이야기가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현실의 틀에 갇힌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최해갑'은 한없이 무모한 인물이다.
"다들 살면서 일탈을 꿈꾸지 않나요? 고등학교 다닐 때 만원버스로 통학을 했는데 비가 오는 날 버스에 4개 학교 아이들이 우산을 들고 탔어요. 완전히 뒤엉켜서 냄새나고 숨쉬기도 힘들었죠. 솔직히 그럴 때, 학교 안 가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일탈 같은 영화예요. 힘들게 경쟁사회에서 치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바닷가로 가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한다면 본연의 역할을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거창하게 세금이나 정치 같은 얘기는 과자 부스러기 정도밖에 안 되죠."
그에 더해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를 더 얘기한다면 '다양한 가치관의 인정'이라고 했다.
"흑백의 논리로 언제까지 사람을 눌러 담을 것인가 묻고 싶어요. 독일의 연극연출가인 폴커 루드비히의 작품 중 한 아동극에 "옆집의 폴이란 아이는 TV를 하도 많이 봐서 눈동자가 네모가 됐다"는 대사가 있어요. 눈동자가 네모가 될 정도로 뭔가에 대해 갇혀 있단 얘기죠. 도장떡을 찍으면 똑같은 무늬가 나오는데, 떡은 자신이 그 모양인 줄 알까요? 우리도 그렇게 모르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 틀을 깨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단 거죠."
그는 이번 영화에서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면서 촬영 장소 헌팅에도 80% 정도 참여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3개의 섬을 찾아내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했다.
"사실 섬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참 슬픈 얘기지만, 정말로 우리나라 섬이 다 똑같아요. 선착장과 촌스러운 가로등, 민박·펜션. 그 섬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었죠. 외경도 너무너무 다 비슷하고요. 정말 좀 충격적이었어요. 섬 3개를 오가면서 그런 개성을 보여주려고 정말 고생했죠. 해갑의 집도 아예 들판이었던 곳에 새로 지은 거니까 얼마나 고생을 했겠어요. 우리 숙소는 폐가를 스태프가 청소해서 숙소로 썼죠. 그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엔딩 크레디트에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이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는 전작들 역시 비슷하게 연기 이외의 부분에 많이 참여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건 없다고 했다.
"이번엔 감독님이 고생했으니까 (이름을) 올리자고 해서 올린 건데, 거의 출연하는 작품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감독님과 (작품에 대해) 상의를 해요. 그것도 복이죠. 주연배우이다 보니 감독이 일찍 미팅을 하면서 같이 얘기를 하게 되죠. 최동훈 감독은 네 작품이나 하면서 오랜 동료처럼 됐고요."
이번 영화 개봉은 2월 7일. '황해', '도둑들'에서 각각 함께 한 하정우, 전지현이 호흡을 맞춘 '베를린'과 맞붙게 됐다.
"'거북이 달린다'는 '박쥐' '마더' '트랜스포머' '터미네이터4'랑 경쟁해서 300만을 넘었어요. 그래서 경쟁작은 크게 신경 안 씁니다. 항상 얘기하는 건 윈-윈이잖아요. 배우들은 항상 엇갈려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고요."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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