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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日 정계, 역사의 교훈 잊지 말라

송고시간2012-12-13 11:15

(서울=연합뉴스) 일본 정계의 원로가 정치권의 우경화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은 아사히 신문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우경화가 진행되면 진보세력은 전멸할지 모른다"면서 "우경화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의원 의장과 자민당 총재를 지낸 고노 전 장관은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여당과 제1야당인 자민당이 같은 방향을 향해 우경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선에서 승리가 확실시 되는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수정을 주장한데 대해서는 "역사를 중시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보수의 방법"이라면서 "전후 일본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보수가 아니라 국수주의"라고 강조했다.

고노 전 장관의 발언은 우경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정계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총선을 앞두고 발표된 일본 각 정당의 공약은 자위대의 군대화를 비롯,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 고노 담화 수정 등 주변국과의 우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시대착오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자민당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지방자치단체(시마네현) 가 치르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행사를 정부 차원으로 승격하는 등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과 영토분쟁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대한 영유권도 더 확실히 한다는 입장이다. 잦은 극우망언으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주도하는 일본 유신회는 아예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자주헌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여당인 민주당도 집단자위권 행사에 적극적이다.

일본 정계의 이런 국수주의 쏠림현상은 일본의 국력과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 약화에 대한 초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잃어버린 20년으로 일컬어지는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일본의 국력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크게 약해졌다는게 일반적 평가다. `잘 나가던 일본'에 대한 국민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강한 일본'을 내세우는 공약이 등장한 셈이다. 그러나 강한 일본은 공약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 공약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한국, 중국과의 대립 격화는 물론 역내 안정을 바라는 미국과도 갈등을 빚을 공산이 크다. 미국의 안보전문가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는 대신 국내 문제에 집중해 반동적ㆍ대중영합적 국수주의를 추구하면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으로 전세계, 특히 아시아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전후 일본 부흥의 토대가 된 평화헌법도 그런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고 일본 국민은 그 평화헌법의 토대위에서 오늘의 번영된 일본을 이룩했다. 인근국가와의 선린우호 관계 없이 일본의 발전을 생각할 수 없다. 역사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일본 정계 지도자와 국민이 고노 전 장관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역사에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역사의 교훈을 잊으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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