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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KAIST 총장 자진사퇴 피력…논란은 여전

송고시간2012-10-17 14:23

교수협 즉각 퇴진 요구, 25일 임시이사회 관심

서남표 KAIST 총장 내년 3월 자진사퇴
서남표 KAIST 총장 내년 3월 자진사퇴

서남표 KAIST 총장 내년 3월 자진사퇴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은 총장 임기가 2014년 7월까지지만 내년 3월 정기 이사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2.10.17
zjin@yna.co.kr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 총장이 스스로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겉으로는 자진 사퇴의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끊임없이 사퇴 압박을 받아왔고 오는 19일 국정감사를 앞둔 만큼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때는 '대학 개혁의 전도사'로 불리며 한때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강도 높은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대학을 독선적으로 운영했다며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결국 교수 사회와의 갈등으로 중도 사퇴한 전임자 러플린의 전철을 밟게 되면서 KAIST에 대한 개혁이 좌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개혁의 전도사'에서 '독선적 리더십'으로 = 러플린 총장의 후임으로 2006년 7월 취임한 서 총장은 교수와 학생 사회에 개혁의 바람을 몰고 왔다.

러플린 총장처럼 MIT를 KAIST의 모델로 방향을 잡은 서 총장은 우선 교수의 정년을 보장하는 일명 '테뉴어'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

이어 2007년부터는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차등적 등록금 제도'를 실시했다. 이전까지 KAIST의 모든 학생들은 기성회비를 제외한 학비를 면제받았다.

또 학부 수업을 100% 영어로 강의하도록 조치했으며,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을 보인 일반계 고교생을 선발하는 등 대학사회에 개혁을 몰고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학부생들이 잇따라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일방통행식 개혁이 잇따른 학생 자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소통 부재'·'독선적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교수 임용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특허 도용 논란 등이 불거지며 교수 사회와 불화를 겪기도 했다.

결국 지난 7월 '학내외 여론이 나빠져 빠른 조처가 불가피하다'며 이사회에 계약 해지 안건이 상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사장과 서 총장은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앞서 협상을 통해 거취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고, 오는 19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KAIST 총장-구성원 갈등 왜? = KAIST 내부 구성원들은 서 총장과 구성원 간 갈등의 원인을 총장의 개혁 만능주의에서 찾는다.

어수선한 카이스트
어수선한 카이스트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3월 자신 사퇴할 것을 밝힌 가운데 대전 카이스트 교내에 서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2012.10.17

KAIST 교수협의회는 "대부분 교수의 반대에도 100% 영어강의와 전학생 징벌적 등록금 부과 등의 제도를 강제 시행해 부작용을 초래했다"면서 "형식에 치중한 개혁으로 내외부의 지지기반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에도 언론과 정치권에 대한 홍보에만 연연해 왔다"고 지적했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모두 '개혁 거부 세력'들로 몰아붙이고, 치적을 홍보하느라 거짓말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KAIST 총학생회는 "서남표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진짜 목적은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서 총장이 강화해온 불합리한 의사결정구조를 없애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 총장 선출 과정에는 학생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이방인'의 개혁 리더십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936년 경북 경주 출생인 서 총장은 서울사대부고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 7월 KAIST 총장에 영입됐기에 국내에는 학맥과 인맥이 없다.

서 총장에 대한 비판이 과학계의 국내파 대 해외파, 경기고 대 비경기고, 서울대 공대 대 카이스트 등 학맥 및 인맥 갈등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6년 서 총장의 전임이었던 로버트 러플린(노벨물리학상 수상) 총장도 개혁을 지휘하다 교수들의 집단퇴진 압력을 받고 임기 2년을 남기고 중도 사퇴했다.

결국 서 총장도 겉으로는 자진 사퇴 형식이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러플린의 전철을 밟게 됐다.

◇사퇴 의사 밝혔지만 갈등은 계속 = 서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그 시기를 두고 교수협의회와 의견 충돌을 빚으면서 갈등이 예상된다.

서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머셋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은 총장 임기가 2014년 7월까지지만 내년 3월 정기 이사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이미 지난 7월20일 이사회에서 3개월의 유예기간을 줬고, 이를 연기할만한 아무런 명분이 없다"면서 "다음 이사회에서 서 총장 해임안을 상정해 즉각 사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KAIST 총학생회도 차기 이사회에서 총장 퇴진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총장실 점거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KAIST 이사회는 오는 2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후임 총장 인선 작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 해임안은 이사회를 열기 일주일 전까지 상정해야 한다.

이사회의 최종 결정에 따라 학내 갈등이 가라앉을 수 있을지, 오히려 증폭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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