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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게임은 재미없어요"…이상한 게임대회

송고시간2012-10-09 06:00

여가부 게임 평가표에 대항해 '건전게임 만들기' 대회 열려

<"우리 게임은 재미없어요"…이상한 게임대회>
여가부 게임 평가표에 대항해 '건전게임 만들기' 대회 열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게임 목표는 10억원 벌기다. 목표를 위해 룰렛을 돌린다. 룰렛 위에는 대출이자, 보험금 타기, 교통사고, 사기, 주식 대박, 꽃뱀 따위가 적혀 있다.

신나게 돌아가던 룰렛은 주식 대박을 지나 꽃뱀 항목에서 멈췄다. 이런, 또 돈을 잃었다.

게임을 시작할 때 종자돈으로 주어진 4천만원에서 돈은 좀처럼 모이지 않고 새 나가기만 한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늙어간다. 내가 늙어 죽으면 자식이 대를 이어 똑같은 게임을 계속 진행한다.

누가 봐도 재미없는 이 게임은 최근 고시된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 대상 게임물 평가계획 제정안'의 평가표에 저촉되지 않도록 만들어진 '인생은 시궁쳇바퀴'의 내용이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인디게임 개발사 터틀크림의 박선용 대표는 게임 개발사 XL게임즈의 후원을 받아 '건전 게임 만들기 게임 잼'을 최근 개최했다.

이 대회의 목적은 여가부가 내놓은 평가표 항목을 모두 통과해 '절대로 셧다운 될 일이 없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여가부 평가는 협동하는 구조는 '강박적 상호작용'으로, 사이버머니를 버는 구조는 '과도한 보상'으로, 그리고 게임 속에서 현실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는 구조는 '우월감·경쟁심 유발'로 규정했다.

평가표에 따르면 이들 문항의 평균이 '보통'인 3점 이상만 넘어도 불건전한 게임으로 평가될 소지가 있다.

'인생은 시궁쳇바퀴'는 이를 막고자 협동할 수 없고 사이버머니를 절대로 벌 수 없이 잃기만 하며 절대로 현실보다 더 멋지거나 힘센 사람이 될 수 없는 게임으로 만들었다.

같은 행사에서 만든 '나는 몬스터(I'm a monster)'도 마찬가지 방식이다. 다른 게임과 달리 내가 몬스터가 돼 게이머들을 막는 게임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게이머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강력한 게이머가 나타나 결국은 정해진 시간 안에 몬스터가 죽고 게임이 끝난다.

'게임 개발자를 죽여라(Kill the Game developer)'는 여성부 건물에 쏟아지는 게임 개발자를 학살하는 게임이다.

마이크에 대고 큰 소리를 내면 폭탄이, 작은 소리를 내면 철퇴가 게임 개발자들을 죽이게 된다. 개발자들은 죽으면서 붉은 피를 흩뿌린다.

여성부 평가표에 잔인성에 대한 평가항목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었지만 개발자들끼리 자체 심사한 결과 '불건전 게임'으로 평가됐다.

잔인해서가 아니라 무수한 개발자들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은 현실보다 더 힘센 사람이 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를 주최한 박 대표는 연합뉴스에 "처음에는 여성부의 평가를 풍자하기 위해 행사를 열었지만 개발자들이 모이다 보니 행사 도중에는 게임 만드는데 푹 빠져 재미있게 보냈다"며 "우리에게 의미 있는 행사였던 만큼 여가부에게도 뜻깊은 행사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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