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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미라, 폐흡충이 죽음으로 몰았나

송고시간2012-09-26 06:00

"난산 아닌 폐흡충증 주요 사망원인일 듯"

<임산부 미라, 폐흡충이 죽음으로 몰았나>
"난산 아닌 폐흡충증 주요 사망원인일 듯"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400여 년 전 조선 임산부 미라에서 폐흡충알이 대거 검출되면서 이 여인의 사망 원인 연구는 새 국면을 맞았다.

미라가 지난 2009년 5월 31일 경남 하동군 금난면에서 발견될 당시 연구진은 이 여인이 아이를 낳다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치마바지 속에서 어린아이의 뼛조각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 여인의 나이가 임신 적령기인 20-30대이고, 발치 쪽에서 어린아이용 바지 1벌이 나오는 등 분만 중 사망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속속 나왔다.

조사에 참여한 서울대 의과대학 고병리연구실 신동훈 교수도 "자세한 과학적 분석이 뒤따라야겠지만 여인이 분만 중에 사망했음이 거의 분명하며, 그 상태로 아이와 함께 매장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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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폐흡충 감염 사실은 아이를 낳던 도중이 아니라 임신 상태에서 건강이 악화돼 숨을 거뒀을 수 있다는 새 가능성을 열었다.

또 미라 곁에서 나온 아기뼈는 32주 태아의 것임을 밝힌 것도 이 주장을 뒷받침했다.

신 교수는 26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발굴 후 계속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라의 사인이 난산이 아닐 수 있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왔다"며 "특히 폐흡충에 감염된 사실은 사망원인을 추정할 만한 실마리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단국대 기생충학과 서민 교수는 "연구 결과 여인의 몸은 가래를 스스로 뱉을 수조차 없이 쇠약한 상태로 추정됐다"며 "폐흡충 등이 유발한 지병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라는 금난면 진정리에 있는 진양정씨 문중묘역 일부가 도로 개설 구간에 포함돼 묘를 이장하던 중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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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미라는 조선중기 때 사람인 정희현(鄭希玄.1601-1650)의 둘째 부인 온양정씨(溫陽鄭氏.?-?)의 것으로 확인됐다.

온양정씨는 족보상 생몰 연대가 확실치 않지만 남편인 정희현이 1650년에 사망했고, 출산 중에 사망했음을 고려하면 남편보다 일찍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라의 신장은 155cm 정도로 조선 여인의 평균 키이며 당시 두 발에는 한지로 만든 짚신인 지혜(紙鞋)를 신고 있었고 머리는 가발의 일종인 '가체'를 둘렀으나 모자는 쓰지 않았다.

신 교수는 "미라에서 발견된 기생충은 당시 조선의 식생활이나 풍습을 알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며 "연구를 계속 진행해 미라의 사인을 비롯해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밝히는 보고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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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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