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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항쟁기 강제동원委, '폐지' 거론에 반발

송고시간2012-09-23 15:09

靑 업무협의서 연장안 및 폐지후 업무승계 방안도 거론 위원회 "사업중단 우려"…日시민단체도 "위원회 존속해야" 요구

<대일항쟁기 강제동원委, '폐지' 거론에 반발>
靑 업무협의서 연장안 및 폐지후 업무승계 방안도 거론
위원회 "사업중단 우려"…日시민단체도 "위원회 존속해야" 요구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실태조사와 피해자 지원 업무를 맡는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청와대와 업무 연장을 위한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위원회 폐지 방안도 거론됐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의 독도 도발과 위안부 망언 등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위원회의 폐지안이 거론돼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와 행정안전부 관계자 2명은 지난 19일 청와대를 방문, 위원회 업무기간과 관련한 협의를 하면서 연장안 통과를 요청했다.

관련 특별법상 위원회의 존속 시한은 올해 말까지이나 그때까지 업무를 끝내기 어려울 경우 국회 동의를 받아 6개월 내 범위에서 2회까지 업무를 연장할 수 있다. 국회 동의를 받으려면 먼저 과거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행안부에서 연장안을 만들고,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안 형태로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면담에서 청와대 측은 "위원회 폐지 후 업무를 승계할 방안을 연장안과 함께 제출하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위원회 관계자들은 전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면담 다음날인 20일 위원들이 모여 청와대의 방침에 우려를 표명하고 업무기간 연장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청와대에 보낼 건의문을 만들어 위원들이 서명까지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폐지 문제가 거론된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박인환 위원장은 "청와대가 폐지를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를 상당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위원회의 위치상 존속을 요구하고자 취할 수 있는 행동 범위에 한계가 있어 고민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관련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방안을 찾아보라'는 취지였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청와대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위원회 업무를 중단한다는 뜻이 아니라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 위원회를 다른 과거사 관련 기구와 통합하는 등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방법이 없는지 고민해 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행안부 관계자도 "관련법상 올해 말 위원회를 폐지하게 돼 있고 그에 따라 연장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니 연장과 폐지가 모두 논의 대상"이라며 청와대의 폐지안 검토가 행정 절차상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의 폐지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위원회가 담당하는 피해 조사와 피해자ㆍ유족 지원,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 유골 발굴 등 남은 사업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일단 지금까지 접수한 피해 지원금 신청 10만건 가운데 1만5천건의 심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시간을 두고 엄격한 실사를 거쳐야 하므로 올해 안에 끝내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 위원회 측 설명이다.

일본, 러시아 등 국외로 강제동원됐다 현지에서 사망한 이들의 유골 발굴과 국내 봉환 등 사업도 위원회가 폐지되면 중단될 상황이다.

위원회가 폐지되면 행안부로 업무를 넘기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강제동원 관련 업무에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전담 기구가 없어지면 업무가 제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위원회 활동에 큰 관심을 보여 온 피해자 유족 단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신윤순(68ㆍ여) 사할린 강제징용자 국내유족회 회장은 "국외로 강제동원됐다 현지에서 사망한 피해자 유해 발굴을 비롯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사업이 많다"며 "위원회 폐지는 일본 정부가 가장 기뻐할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위원회와 교류해 온 일본의 관련 시민단체까지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 위원회 존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 등 37개 일본 시민단체는 지난 18일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앞으로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의 사업 추진이 중단되면 진상규명은 매우 곤란해진다. 위원회를 존속시켜 업무를 계속하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 온 이명수 의원은 "이런 사업을 담당하는 기구에 활동 시한을 두고 고작 업무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한 것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관련법을 개정해 위원회를 상설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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