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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마당극 '황말순일가 이혼대소동' 등

송고시간2012-08-23 07:52

<공연리뷰> 마당극 '황말순일가 이혼대소동' 등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객원기자 = 마당극 또는 마당놀이 성격의 연극 작품 두 편이 나란히 대학로의 소극장 무대 위에 올려졌다.

한 편은 마당극 색채가 있는 '황말순일가 이혼대소동'이며 다른 하나는 마당놀이 형식을 작품 속에 녹여낸 '허풍'.

두 작품 다 마당을 중심으로 한 원형무대에서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리를 곁들이고, 풍자와 해학이 있고, 배우-관객의 활발한 소통 속에 신명을 북돋는 등 전통연희적 요소가 짙게 배어 있다.

마당극이나 마당놀이극은 요즘 와서 개념이 약간 모호해진 점이 있지만 그간 대학로 소극장에서 이 같은 류의 연극을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하모니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황말순일가 이혼대소동'은 대학로의 인기연극 '염쟁이 유씨'의 작가 김인경이 쓴 것이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이혼을 소재로 한 작품.

김인경 작가는 이혼이 배우자의 외도나 성격차이 등에서 비롯되는 일도 많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빚어지는 것도 무시 못할 상황이라는데 초점을 맞춘다. "돈이 없으면 사랑도, 결혼도 하기 어렵다"는 풍자가 작품 전편에 깔렸다.

이야기 전개가 재미있다. 남편 없이 사는 황말순 여사의 2남1녀에게 모두 배우자를 연결해준 커플매니저 월하노인은 어느 날 직무유기죄로 체포위기에 놓인다. 셋 다 "헤어지겠다"고 나선 것. 그것도 선친 기일의 제사 때 이구동성으로 털어낸 얘기다.

맏이인 일남은 사업 부도로 가족까지 빚 독촉에 시달리게 할 수 없어서 이혼을 결심한다. 이순은 현실성 없는 시인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 때문에 도저히 같이 살 수가 없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삼식이 역시 경제적 부담을 감당해 낼 수 없어 좌절한다.

작품의 전편은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알콩달콩 연애하며 꿈과 사랑을 키우는 세 남매의 모습이, 후편에는 "이혼한다"며 난리를 피우다 결국은 의지할 사람은 배우자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새 출발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고단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애환이 정감 어리게 펼쳐진다. 객석에는 웃음이 만발한다.

소리꾼 이덕인이 작창과 연출을 맡고 작품에 도창으로 직접 출연해 장면마다 그만의 걸쭉한 소리를 들려준다. 1인 다역을 소화하는 젊은 배우들의 연기에는 풋풋함이 있다.

임금투쟁 시위를 벌이는 아내와 일당을 벌려고 시위진압 용역 일을 하러 나온 남편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것 같은 다소 진부한 장면들이 끼어 있는 것이 좀 아쉽다.

<공연리뷰> 마당극 '황말순일가 이혼대소동' 등 - 2

이랑씨어터 무대 위에 올려진 '허풍'은 프랑스의 고전희극 작가 몰리에르의 '할 수 없이 의사가 되어'를 우리 정서에 맞게 번안한 작품.

용녀는 노름판·술판·계집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남편 허풍을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계략을 짠다. 마침 부자 주인집 딸 송이의 병을 고치려고 유능한 무당을 찾아다니는 황서방과 김서방에게 허풍이 유능한 무당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얼떨결에 무당이 되어 송이의 병을 고쳐줘야만 하는 허풍. 허풍은 송이의 병이 진섭과 못 이룬 사랑에서 비롯된 것을 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해 주고 가족 간에 화해를 이루도록 한 후, 자신의 아내와도 진정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는 얘기다.

마당놀이 형식을 차용한 만큼 관객에게 자주 질문을 던지거나, 관객을 무대로 끌어내 놀면서 배우와 어우러지도록 하는 장면들이 많다. 그것 자체가 극의 일부이며 많은 웃음을 자아낸다.

무대의 전면과 좌우 등 3면이 객석으로 만들어져 있어 원형무대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마당놀이의 구색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노래와 춤과 배우들의 재주부리기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음악은 국악의 리듬과 힙합 음악을 혼합해 젊은 관객들이 우리 가락을 더욱 가깝게 느끼면서 신명낼 수 있도록 한 것이 큰 특징이다. 내용이나 형식에 대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주 공연 시작 초반 때는 일부 배우들의 발성이나 움직임 등에서 다소 어색함이 엿보이는 등 연기력이 보강되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원래 마당극은 1970년대와 1980년대 독재정권 시절 진보적 연극운동의 양식으로 널리 퍼졌었으며 전통연희의 축제적 성격과 열린 판의 운용 방식을 적극적으로 계승한 연극이다. 정치·사회적 억압과 저항을 소재로 한 것이 많았다. 마당극이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서서히 쇠퇴하면서 권력이나 기득권층에 대한 비아냥거림이나 서민들이 겪는 애환을 소재로 해서 풍자성과 오락성이 짙어진 마당놀이가 유행했다.

◇ 마당극 '황말순일가 이혼대소동' = 극단 신명을일구는사람들 제작.

만든 사람들은 ▲작 김인경 ▲연출 및 작창 이덕인 ▲작곡 박선영 ▲제작감독 이진섭 ▲안무 박준하.

출연진은 이덕인·박준하·정부섭·문준영·김윤희·윤정현·최종원·이건주·신사무엘·이하린·이수민.

공연은 하모니아트홀에서 9월2일까지. 공연문의는 ☎02-3676-3676, 070-4084-3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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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놀이극 '허풍' = 극단 성좌(대표 권은아) 제작. 이 극단의 대표였던 고(故) 권오일 연출 4주기 특별기획공연이다.

만든 사람들은 ▲원작 몰리에르 ▲번역·각색 안영선 ▲연출 권은아 ▲무대 서인석 ▲조명 이상근 ▲의상 김정향 ▲음악감독 황태승 ▲안무 주원성.

출연진은 주원성·김정균·최재현·이창규·양승환·남현주·전민지·박선정·김미라·김건.

공연은 이랑씨어터에서 9월16일까지. 공연문의는 ☎070-8804-9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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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gcyc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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