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 약초 이용
송고시간2012-07-20 10:33
네안데르탈인, 약초 이용
(서울=연합뉴스) 육식자로 여겨져 온 네안데르탈인들이 광범위한 식물성 먹거리를 조리해 먹었을 뿐 아니라 식물의 영양과 약물적 효능을 잘 알아 일부 식물을 약으로 이용했음이 최신 연구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MSNBC 뉴스가 19일 보도했다.
약 3만~2만4천년 전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은 최근까지도 고기를 주식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스페인과 영국, 호주 과학자들은 최근 네안데르탈인의 치석을 분석해 이들이 식물성 음식을 많이 먹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독일 자연과학 학술지 나투어비센샤프텐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스페인 북부 엘 시드론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5명의 치아에서 긁어낸 치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견과류와 초본류 식물, 녹색 채소 등 식물성 먹거리를 익혀 먹었음을 시사하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알갱이와 나무 태운 연기 성분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이들 가운데 어른 1명의 치아에서는 아줄렌과 쿠마린 성분이 발견됐다. 이 두 성분은 약초인 서양톱풀과 캐모마일에 들어있는 것인데 두 식물 모두 염증 억제 효과가 있다.
서양톱풀은 외용으로는 상처 소독에, 경구용으로는 내출혈 약으로 사용되며 캐모마일은 오늘날 허브차로 많이 사용되지만 감기나 두통, 소화불량, 생리통 등에 진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들이 광범위한 식물을 섭취한 것으로 보아 주변 식물의 영양 및 약리적 가치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론 육류가 이들의 중요한 먹거리이긴 했지만 이번 연구로 이들의 식생활이 생각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복잡했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를 통해 엘 시드론 동굴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이 쓴 맛을 느끼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음을 밝혀낸 바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도 한 개인이 쓴 맛이 나는 식물을 먹었다는 분자 증거를 발견한 것이다.
학자들은 "이들이 서양톱풀이나 캐모마일처럼 영양가가 거의 없는 쓴 맛 나는 식물을 먹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이들은 이런 식물의 쓴 맛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맛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이런 식물을 선택했을 것이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나 침팬지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도 영양가는 없지만 약효가 있는 식물을 씹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어쨌든 이번에 새로 발견된 증거들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생각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 치석을 제공한 네안데르탈인들은 5만600~4만7천300년 전 사이 엘 시드론 동굴에 거주했던 최소한 13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의 일원이다.
연구진은 "우리는 이전 연구를 통해 이들이 환자를 돌보고, 죽은 이를 매장하고, 몸 치장을 했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새 연구로 이들의 식습관과 자가치료 등 새로운 차원의 사실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youngn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2/07/20 10: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