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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서 '손바꿔'란?..디테일 살리는 드라마

송고시간2012-07-15 07:10

전문직 드라마, 갈수록 직업적 디테일 강조'골든타임' '유령' 등 세밀한 접근 돋보여

<응급실서 '손바꿔'란?..디테일 살리는 드라마>
전문직 드라마, 갈수록 직업적 디테일 강조
'골든타임' '유령' 등 세밀한 접근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손바꿔."

정신없이 응급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던 초보 인턴 민우(이선균 분)에게 레지던트가 말한다.

얼떨떨한 표정의 민우가 잠시 주저하다 손모양을 바꾸자 불호령이 떨어진다.

"너 뭐하는데? 힘 빠지니까 다른 사람이 교대해 주라고!"

의학드라마 MBC '골든타임' 2회에 등장한 장면이다.

환자를 살리려고 비지땀을 흘리며 미친 듯이 심폐소생술을 하던 드라마나 영화 속 의사를 생각하면 엉겁결에 환자에게서 손을 떼는 민우의 모습은 생소해 보일 정도다.

그러나 '손을 바꾸는' 이 장면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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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현실에 가깝게 = 전문직을 소재로 한 요즘 드라마들은 작은 설정까지 놓치지 않는다. 전문적인 용어나 집단 내에서 쓰는 은어는 물론 드라마에서 자칫 무시하기 쉬운 행정적 절차까지 다룬다.

'골든타임' 1회에는 최인혁(이성민 분) 외상외과 교수가 응급 외과수술을 마친 후 환자의 신원과 수술부위를 확인하는 절차(타임아웃)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QI(Quality Improvement)실에서 지적을 받는 장면이 방송됐다.

환자의 배를 봉합하지 않은 채 1차 응급수술을 마무리한 상황이나 개복한 수술부위에서 심한 출혈이 있자 기구 대신 거즈로 급히 피를 빼는 장면은 충격적이면서도 사실적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의사들의 눈에만 보이는 디테일한 면과 용어, 상황들이 보인다'(drtsd) '그간 봤던 메디컬 드라마 중 단연 병원 환경 묘사가 사실적이다'(synthesis83) 등의 호평들이 올라왔다.

사이버범죄수사대의 활약을 다룬 SBS '유령'은 최신 해킹기법을 바탕으로 한 사이버 범죄 묘사가 돋보인다.

연예인 안티 카페를 소재로 한 3-4회는 사회공학적 해킹기법을 다뤘다.

PC나 네트워크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취약점을 공략해 원하는 정보를 얻는 이 기법은 연극 초대권을 메일로 보내 희생자를 유인한 드라마 속 사례와 김우현(소지섭) 수사관의 설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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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5-6회는 얼마 전 문제가 된 대규모 디도스 공격을 다뤘고, 13회에는 키보드에서 입력되는 데이터를 가로채는 키로깅(Keylogging) 기법이 등장했다.

제작진은 전문가 조직의 이면에도 카메라를 들이댄다.

'골든타임'은 엄격한 의사조직 내 위계서열과 위험부담이 큰 수술을 피하려는 관행을 보여주고, SBS '추적자'에도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 갈등과 전관예우 같은 문제들이 언급된다.

◇전문가 자문과 꼼꼼한 사전조사는 필수 = 디테일과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서 전문가 자문과 꼼꼼한 사전조사는 필수다.

'유령'은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골든타임'은 부산 해운대 백병원 의료진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자문을 맡은 전문가들은 직접 촬영 현장을 찾아 제작진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조언한다.

'골든타임' 김호영 프로듀서는 "촬영장에 백병원 의료진이 상주하면서 많은 도움을 준다"며 "수술하는 손동작이나 카메라에 잡히는 병원 모니터 상태 등을 체크해 준다"고 전했다.

제화업계를 다룬 MBC '아이두 아이두'에는 구두 디자이너가 '슈즈 슈퍼바이저'로 참여한다. '슈즈 슈퍼바이저'는 각 장면에 맞는 구두를 고르고, 화면에 등장하는 구두 디자인을 그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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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뿐 아니라 대본 준비과정에도 현장 취재와 자료 수집은 기본이다.

'유령'의 김은희 작가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방문해 수사관들의 업무를 취재하고 보안업체 안랩에 자문했다.

'유령' 관계자는 "작가가 특별히 컴퓨터에 전문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반 사용자 수준이었는데 순전히 작품을 위해 공부했다"고 귀띔했다.

'골든타임'의 최희라 작가는 전작 SBS '산부인과'를 통해 의학드라마를 경험한 바 있다.

최 작가는 이번에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 외상외과 교수를 최인혁 교수의 모델로 삼고 대본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색맞추기용에서 이야기의 핵심 장치로 = 이전까지 전문직 드라마 속 디테일이 구색맞추기용 양념이었다면 요즘에는 이야기 전개의 핵심 장치가 됐다.

'유령'은 디도스 공격이나 최신 해킹 사례를 통해 인터넷 보안시스템의 취약점과 사생활 정보 유출의 문제를 드러낸다. '골든타임' 역시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국내 의료계의 아픈 현실을 들춘다.

형사나 의사들이 만나 결국 연애하는 이야기가 아닌 장르물의 정체성에 충실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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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 프로듀서는 "앞으로 사소한 실수로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의료진간 갈등이 불거지는 장면이 등장한다"며 "전문적인 부분을 다루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의학드라마의 정체성에 충실한 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분야를 사실적으로 다루려다 보니 실수를 피하기도 어렵다.

'골든타임'은 극중에 그려진 것과 달리 응급실에서 외과수술을 하는 경우가 드물고, 대형 교통사고 환자들을 위해 30분 내에 응급실이 비워지는 상황 등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유령'은 국가기간시설인 전력업체가 사이버 공격을 받는 장면이 나오자 지식경제부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해 발생가능성이 낮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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