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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정수 회장 "혁신통해 시장 선점"

송고시간2012-07-0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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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월등하면 돈이나 나이는 2차 문제""중요한 결정 해야하는 CEO는 절대 바쁘면 안돼"

AWT 공동창업자 강정수 회장
AWT 공동창업자 강정수 회장

(서니베일<美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 전세계 바다를 운항하는 대
형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선박항로제공서비스업체 어플라이드웨더테크놀러지(AWT) 의 공동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강정수(68)회장. 2012.7.8
nadoo1@yna.co.kr

(서니베일<美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 "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으면 나이나 자금 등을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창업을 할 때 기술이 월등하면 돈이나 나이는 2차적인 문제가 됩니다"

선박항로제공서비스업체인 AWT의 강정수(68) 회장은 7일(현지시간) 늦은 나이에 창업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회사의 중요한 결정, 선택을 해야하는 CEO는 절대 바쁘면 안된다"며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2009년 CEO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있으면서 회사의 전략 부분에만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를 설립하기 훨씬 전부터 이 분야의 베터랑인데다 창업 후에도 13년간 CEO로 있어서인지 회사를 직접 안내하는 그는 모르는 직원들이 없는데다 사내 각종 장비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등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었다.

다음은 강 회장과의 일문일답.

-- 미국에 정착하게 된 계기는.

▲ 서울대 대기과학과(Atmospheric Science)를 1965년에 졸업하고 1971년 미국에 유학와서 마이애미 대학내 해양전문대학인 해양·환경과학 로젠탈스쿨(Rosenthal School of Marine and Atmospheric Science)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선박항로제공서비스(providing ship routing services)를 제공하는 오션 루트사에 입사해 기상학자와 항로애널리스트로 15년간 근무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일본으로 인수되면서 인력과 장비를 모두 일본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회사를 나와 아예 창업을 하게 됐다.

-- 50세에 창업을 한 셈인데

▲ 전문 분야는 언제 시작하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50세 이후에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젊은 사람들이 해야하는 분야도 있지만 항로서비스는 전세계 선박과 선원들의 생명에 관한 일이어서 경험이 매우 중요한 분야다. 선박의 현재 운항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정보와 항로추천을 해야한다. 의사가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면서 경험을 쌓고 개업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그래도 창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일반적으로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면 일단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분야는 꼭 그렇지 않다. 기술이 월등하면 돈은 2차적인 문제가 된다. 우리도 창업할 때 사실 1달러도 투자하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을 꼭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한다.

당시 이미 항로서비스를 20만번 이상 함으로써 각 케이스별 경험이 축적돼 있었고, 그 경험을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고객들이 이미 확보돼 있는 상태였다. 그들이 먼저 서비스 이용료를 선불로 줬기 때문에 별도의 투자금없이 회사를 창업할 수 있었다.

창업 당시 선박운항 부분을 맡았고 함께 시작한 F.P. 차우 박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기로 했다. 사실 차우 박사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처음 해보는 것이었지만 관련 서적 20권을 한번에 구입해 공부해가면서 3개월만에 기적적으로 개발을 끝냈다. 나중에 들었는데 그정도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500만 달러 정도를 투자해서 프로그래머 10명 정도가 함께 작업을 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하더라.

-- 이 소프트웨어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AWT 공동창업자 강정수 회장
AWT 공동창업자 강정수 회장

(서니베일<美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 전세계 바다를 운항하는 대형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선박항로제공서비스업체 어플라이드웨더테크놀러지(AWT) 의 공동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강정수(68)회장. 2012.7.8
nadoo1@yna.co.kr

▲ 당시 전 회사인 오션 루트에서도 유사한 시스템을 개발하려다 포기했던 프로젝트에 재도전한 것이다. 그때까지는 항로를 분석해서 위성전화를 통해 관련 내용을 말로 전달했기 때문에 전달 내용이 간단할 수 밖에 없었다. 데이터 전송은 인공위성을 이용할 경우 당시 1분에 20달러 정도 들었는데 배 한척당 오류까지 감안하면 최고 1시간씩 전송을 해야하기 때문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이걸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된 새 방법을 적용해 2∼3분내 전송을 끝낼 수 있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데이터는 어디서 받는지

▲ 미국 기상청을 포함해 20여곳에서 받는다. 물론 날씨 정보가 가장 중요하지만 빙산의 이동, 조류 흐름 뿐아니라 해적들에 대한 보고서까지 받는다. 이들 정보는 전시에는 기밀이 될 수 있지만 평시에는 누구나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전송방식과 분석능력 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창업 후 어려웠던 점을 꼽는다면.

▲ 창업후 회사를 조금씩 키워나갈 때마다 기회인지 아닌지 등을 결정하는 과정이 6∼7번 정도 있었는데 이 기회를 잡아야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다행히 실수없이 5∼6번 정도 확장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선택 능력을 길렀던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CEO는 절대 바빠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한다고 생각한다. 사내에서 이를 두고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그들은 그 안에 진주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 요즘 일상을 소개한다면

▲ CEO로 있을 때도 절대 바쁜 적이 없다. 물론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는 2∼3일간 거의 잠을 자지 못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사안만 결정하고 나머지 운영은 담당자들이 하면 되기 때문이다.

-- 시장이 커지는 추세라고 하던데

▲ 종전까지는 전세계를 운항하는 선박들이 포화상태로 실제 운항하는 선박이 5천척에 그쳤지만 중국의 수출이 확대되면서 규모가 3∼4배 정도 늘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운항하는 선박은 4만척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서비스 대상인 대양을 운항하는 선박은 1만척 정도다.

-- 매출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보인다.(강 회장은 매출이 2천500만달러에 이익은 이중 절반 정도라고 설명했다)

▲ 사실 최근까지 경쟁사와 치열한 경쟁을 하는 바람에 가격이 10년 가까이 정체였다. 하지만 이제 경쟁사를 압도하게 돼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선박의 연료가 되는 벙커C유가격이 3배 가까이 뛰었지만 연료절감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항로서비스 이용료는 그대로이다. 따라서 연료절감을 수치화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이를 토대로 서비스 이용료를 인상할 계획이다. 연료를 절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속도를 늦춰 연로를 적게 들이면서 빠른 시간내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하면된다. 조류 등을 잘 이용하고, 태풍 등을 감안해 속도와 항로를 잘 조정해 당초 예상보다 3∼4일 일찍 도착하게 한다면 선사에 엄청난 이익을 주는 셈인 만큼 그에 상응해 이용료를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 실리콘밸리보다는 항구 등에 회사가 있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이는데.

▲ 창업전 근무했던 회사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통신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 등 각종 첨단기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인데다 금융부문의 지원도 잘 이뤄져 이 곳에 회사를 두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또 유능한 인력들도 많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인재들이다.

-- 한국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인내하라'는 말은 쉬워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어렵다. 한국 젊은이들은 부모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끝까지 참아내려는 정신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 방문 때 대학생들한테 학비를 어떻게 조달하는지를 물은 적이 있다. 대부분 부모님이 대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직접 벌어서 대학을 졸업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모두 고개를 흔들더라. 한국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자립해서 직접 학비를 벌어서 공부하면 C학점을 받더라도 인생에서 성공할 확률은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저도 어머니가 의사여서 편안하게 생활했지만 고교 3학년때 돌아가신 후 직접 학비를 벌고 유학까지 왔다. 그런 경험이 나중에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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