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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독버섯 `일진'> 일본 유래 `폭력문화'?②

송고시간2011-12-29 03:03

<학교 독버섯 `일진'> 일본 유래 `폭력문화'?②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요즘 교사가 심부름을 시키면 투덜거리는 학생도 `일진' 말이라면 두말없이 따른다.

많은 중ㆍ고등학교에는 학급이나 학년별로 `일진'이 있다. 주로 싸움을 가장 잘 하는 학생을 일컫는 말이다. 보통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당장 무서운 것은 교사가 아니라 `일진'이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집단구타, 왕따(집단 따돌림), 금품갈취 같은 고질적 학내 `패습'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온갖 교내 비행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일진'의 존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 `일진'은 엄연한 현실이다. 학교 성적이나 품행과 상관없이 `일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학생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이 문제를 지켜봐 온 일선 교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도 크게 보면 `일진'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보통 학생들 사이에 `일진'을 선망하고 모방하려는 심리가 퍼지면서 친구에게 나쁜 짓을 하고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일진'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일진' 문제를 연구해 온 청주ㆍ청원지역 교사 모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설이 그나마 유력하다.

1980년대 후반까지 싸움을 잘 하는 학생들로 뭉쳐진 이른바 `서클'이란 것이 학교 폭력조직의 주류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 `일진'이라는 말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다는 것이다.

`일진'이란 명칭도 일본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학교 폭력서클 `일진회'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어쨌든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도 '캠퍼스 블루스', '캠퍼스 파이터', `일진회', `남자의 바다' 등 일본 만화의 폭력조직 이름을 딴 학교 폭력서클이 많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1997년 `일진회' 사건이 터졌다.

이 조직의 멤버인 고교 1학년생이 다른 학교 학생을 때려 숨지게 한 것이다. 가해 학생이 학교폭력을 다룬 만화 `캠퍼스 블루스'를 모방했다고 진술해 이 만화가 판매금지되기도 했다.

당시 국내 경찰과 교육당국도 상당히 강도 높게 `일진회' 단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당시 단속은 미봉책에 그쳤다. 초고속인터넷이 확산되기 시작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교 폭력조직도 모집과 결성의 주무대를 인터넷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각 학교 `일진'들이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놀이터 삼아 드나들었고 이런 분위기를 타고 그들이 말하는 `일진 문화'가 전국에 퍼졌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수년 전부터 `일진'의 개념도 많이 달라졌다.

종전에는 주먹을 잘 쓴다는 뜻으로만 통했지만 요즘에는 공부, 노래, 운동을 잘 하는 학생이나 `얼짱', `몸짱'도 `일진'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통칭 `일진'들 중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학생을 `일짱'이라고 하는데 일반 학생들한테 유무형의 위압을 행사하고 왕따 등의 비행을 주도한다는 점에서는 종전의 `일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여러 학교의 `일진'들이 지역연합을 만들고, 지역연합들이 모여 광역화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일진' 문제에 정통한 서울 상봉중학교 정세영(58) 교사는 "일진의 위세가 커지면서 공부를 못하거나 힘이 약한 아이들은 일진한테 맞거나 심부름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길 정도"라고 개탄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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