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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폭력 처벌 강화 찬반 여론 '팽팽'

송고시간2011-12-29 04:32

사진은 지난 27일 방학 중인 대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은 친구들의 괴롭힘에 의한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하자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사진은 지난 27일 방학 중인 대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은 친구들의 괴롭힘에 의한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하자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소년법은 악법"…"도리어 악화"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학교 폭력에 희생된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 강력 범죄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판단력이 낮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전과자 양산을 막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소년법 조항을 '솜방망이 처벌'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여론이 엇갈리고, 전문가들도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29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소년법 폐지 혹은 개정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전날 대전에서 지적장애 여중생을 성폭행한 고등학생 16명이 법원으로부터 전원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사실을 들며 만 14세 미만에 형 집행을 할 수 없게 한 소년법 조항을 문제로 들었다.

그는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온갖 이유를 들어 보호해주는 이상한 법이 바로 소년법이다. 이 덕에 청소년들은 점점 더 법을 우습게 알게 된다. 법의 보호 아래 강력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라고 썼다.

또 미국에서 얼마 전 권총강도를 한 십대 여학생들이 초범인데도 10년 이상의 형을 받은 사례를 비교하며 "최근엔 청소년들의 폭행과 협박 때문에 학생 두 명이 자살을 했다. 소년법은 이제 악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수천명의 누리꾼들이 해당 청원에 동참하고 있으며 트위터 등 SNS 사이트에도 비슷한 의견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소년법을 폐지할 때가 온 듯. 애들이 미쳐가고 악랄해져가고 있다"(A3****), "고등학생이고 중학생이고 요샌 어린 나이에 별의별 것 다 아는 시대다. (법이) 더 강력해 질 수 없나"(jjo****)라며 소년법 폐지·개정에 동의했다.

'win****'는 "소년법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시대에 맞는 사법적 조치가 미흡하다보니 함무라비 법전식 징벌이 온라인에서 행해지고 있다"며 가해자 신상털기를 넘어선 네티즌의 보복범죄가 '사법 공백'을 파고들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전문가들은 공감을 표시하는 쪽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고 있다.

공감하는 전문가들은 개선 가능성이 큰 청소년을 무조건 처벌하기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자는 취지의 소년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예방처우연구센터 김지선 박사는 "법원에서 부모와 아이를 불러와 훈계 및 경고만 하고 돌려보내는 조치인 소년법 1호 처분을 폐지하거나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1호 처분은 교화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보호관찰제도의 경우에도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교정학회 이영근 부회장은 "청소년 처벌의 근거가 되는 소년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법에 따라 교화 프로그램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년 범죄자를 최대 2년까지 소년원에 송치할 수 있도록 규정한 소년법 8∼10호 처분을 지적한 이 부회장은 "법 개정보다 기존의 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교육 현장의 방법론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판단 능력이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어른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반론도 있다.

한국소년정책학회 상임이사인 이승헌 한양대 교수는 "청소년에게 가혹하게 형벌은 가하는 것은 성인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사실 소년범죄를 들여다보면 황금만능주의 같은 성인사회의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외형상 소년원이나 소년교도소에 보내면 재범률이 낮게 집계돼 보일 수 있지만, 사회에 풀어 놓으면 더 나쁜 짓을 하게 될 수 있다"며 "한순간 실수를 저질렀다고 되돌아올 수 있는 길을 끊어버리고 엄벌하면 도리어 괴물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청소년범죄예방협회 박기웅 팀장은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청소년 범죄를 처벌로 없앨 수는 없다"며 "소년법 보호관찰제도를 계속 운영하면서 관심을 갖고 소년범에 상담을 실시하는 한편 가정과 사회의 역할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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