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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독버섯 `일진'>"악행의 뿌리,덮으면 커져"⑤

송고시간2011-12-29 03:03

문재현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장
문재현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장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학교폭력을 연구해 학교에 만연한 `일진 문제'의 실상과 원인, 대책을 자료집으로 정리한 청주의 시민단체인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 문재현(49) 소장. 이 연구소는 내년 초 자료집을 `일진 문화의 실상과 예방'이라는 제목으로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2011.12.29
bwy@yna.co.kr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 문재현 소장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대다수 학교에 `일진'이 있고 이들이 왕따와 집단 괴롭힘을 주도한다. 어른들은 `일진 문화'의 실상을 알지 못하고, 안다고 해도 감추기에 급급하다. 문제가 생기면 `요즘 애들은 무서워'라고 아이들에게 책임을 돌린다"

청주의 시민단체인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 문재현(49) 소장은 학교 폭력의 뿌리가 학생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일진 문화'라고 확신한다.

문 소장은 현직 교사 10여명과 함께 지난해부터 학교 폭력을 연구해 학교들에 만연한 `일진 문제'의 실상과 원인, 대책을 자료집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 자료집은 내년 봄 `일진 문화의 실상과 예방'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문 소장이 밝힌 `일진' 정체는 이렇다.

"예전에는 '일진'이 `주먹'으로 결정됐지만, 요즘은 `쌈(싸움)짱', `춤짱', `얼짱', `몸짱'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심지어 부모가 능력 있는 아이가 `짱'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짱'들이 아이들 간의 위계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일진'은 약한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돈을 상납받고 상급학교와 연합 형태로 발전하기도 한다"며 "결국 `일진'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일진'에게 '찍혀' 왕따를 당하는 것"이라며 "대구에서 자살한 중학생도 `똥파리'라고 낙인 찍히는 것을 두려워해 교사, 학부모에게 아무런 말도 못한 채 죽음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문 소장은 초등학교까지 `일진'이 퍼졌지만 교사와 학부모들은 폐해의 심각성을 거의 모르거나 방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를 위해 전국의 교육청과 경찰에 질의했지만 대부분 `일진'이 없다고 답변했다"며 "`일진'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축소나 은폐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관리자의 무능으로 몰고 가 승진이나 인사이동에 불이익을 주는 사례도 있다"면서 "일선 학교에서 `일진'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는 정책당국의 불합리한 관행도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육 당국은 청소년들의 자살 사건 등 극단적인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반짝 대책'을 내놓는 것이 고작"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은 물론 학내 폭력과 따돌림 같은 비뚤어진 상황을 모른 척하는 `방관자'를 `참여자'로 끌어들여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문 소장은 "강한 처벌을 하고, 학교에 경찰을 배치하는 것 같은 방법으로는 제한적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면서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교실 공동체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교 전체로 확산시켜야 한다"며 `일진' 조사에 동참했던 교사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따돌림 같은 문제 행동을 볼 때 피해학생은 물론이고 주위의 친구들이 `멈춰'를 외치면 학급회의를 소집해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고, 처지를 바꿔보는 역할극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연구에 참여한 교사들이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해 본 결과, 학생들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되고 서로 문제 행동을 제어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학교에서 실정에 맞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소장은 "내 아들도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해 학교에 다니지 않겠다고 했다"며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는 `침묵'을 깨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만 학교 폭력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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