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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아이들의 '왕따' 비극과 어른들의 책무

<연합시론> 아이들의 '왕따' 비극과 어른들의 책무

(서울=연합뉴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아이들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빈발해 우리 가슴을 매우 아프게 한다. 이 사건들을 개인적 차원, 예외적 사례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사회의 책임이 너무 크고 무겁다. 최근 발생한 경우만 보면, 이른바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로써 괴롭기만 한 세상과 결별했다. 대전의 여고생 A양은 일부 학생들에게서 지속적으로 따돌림당하며 무척 힘들어했다고 한다. 사고 이틀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담임교사를 찾아갔으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자 지난 2일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대구의 중학생인 B군도 또래로부터 당하는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이 학생은 심하게 얻어 맞는 것은 물론 돈까지 빼앗긴 채 온갖 모욕을 당하는 등 수난도 겪어왔다고 한다.

10대 나이는 꿈으로만 가득차도 부족한 때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려는 준비단계인 셈이다. 그만큼 가슴 설레는 축복의 시기일 수 있으나 또한 그만큼 위험하고 불안한 사춘기이기도 하다. 가정과 사회가 지극한 관심과 사랑으로 살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10대들이 마음 놓고 꿈을 꾸기에는 그 환경이 너무나 척박하다. 가슴을 쫙 펴고 맘껏 뛰놀며 희망을 향해 주체적으로 달려가기보다는 사회가 강요하는 틀 속에 갇힌 채 수동적으로 이끌려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꿈을 잃은 세대, 꿈을 꿀 수 없는 아이들은 자연히 불안하고 위험할 수밖에 없다. 가정상실과 교육부재라는 차가운 현실에서 아이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점수와 등수를 올리는 기계가 돼가고 있고, 여기서 탈락한 학생들은 자신의 내적 좌절과 불만, 불안을 만만한 약자에게 투사하면서 이른바 '왕따'와 같은 퇴행적 현상을 야기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모습은 곧 어른들의 자화상이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상을 숨김없이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무한경쟁, 약육강식, 승자독식이라는 정글법칙은 사회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교육현장에까지 적용되면서 수많은 탈락자와 좌절학생을 낳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바처럼 40대와 50대 가구의 절반가량이 맞벌이에 내몰리면서 아이들은 따뜻한 가정의 품에 안겨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학교를 떠나면 학원이라는 울타리로 또다시 들어가야 하거나 홀로 남아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등 사람이 아닌 사물과 마주 대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교육 역시 본래 목적과 취지에서 벗어난 채 입시기관이 돼가고 있다. 대전의 A양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교사들조차 궁지에 몰린 학생들에게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다. 부모와 교사가 살피지 못하는 학생들이 비극의 길로 내몰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자살은 죽음의 가장 비극적인 형태이다. 삶을 더이상 지탱할 수 없다며 자신을 송두리째 내버리는 일이다. 하지만 그 비극을 단순히 개인의 나약함으로 돌리고 만다면 그건 사회적 책임회피일 뿐 예방의 길은 사실상 요원해진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라는 외피 속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자살률과 같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음은 무얼 의미하는가.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과도한 경쟁에 휩쓸리면서 숫자놀음의 허울 속에서 삶이 피폐해져가는 것이다. 그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경쟁가치 중심에서 협력가치 중심으로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다시 말해 가정과 학교가 제자리를 잡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비극은 계속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손이라도 주먹을 쥐어 들이미느냐, 손가락을 펴서 내미느냐는 천양지차처럼 너무나 다르다. 우리 아이들이 아픔과 비극을 더이상 겪지 않도록 관점을 바꾸고 환경을 만들어가는 건 어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본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1/12/23 10: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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