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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힘 프라이어 "수궁가는 오페라"

송고시간2011-12-21 06:00

`수궁가' 독일 무대 올리는 아힘 프라이어
`수궁가' 독일 무대 올리는 아힘 프라이어

(베를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 세계적인 오페라 제작자인 아힘 프라이어가 그림으로 뒤덮힌 자신의 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가 국립창극단과 공동 제작한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Mr. Rabbit and the Dragon King)'가 21-23일 독일 부퍼탈극장에서 첫 해외공연 무대에 오른다. 2011.12.21
pcw@yna.co.kr

"한국의 것을 유럽으로 가져가고 싶었다"
"예술을 더 오래 더 많이 하고 싶어"

(베를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 "토끼의 지혜를 통해 한국인이 슬기롭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수궁가는 뮤지컬이 아니라 정통 오페라다."

뉴욕타임스로부터 `현역으로 활동하는 가장 뛰어난 오페라 연출가'로 평가받은 아힘 프라이어(77)가 판소리 수궁가를 오페라로 제작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20일(현지시간) 베를린의 부촌에 자리잡은 아힘 프라이어의 집에 들어서자 지하ㆍ지상 6층 집의 모든 벽면이 2천여점의 그림들로 빼곡했다.

르누아르, 피카소, 고흐, 네오 라우흐….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을 주는 그림들이 곳곳에 걸려 있는 것이 미술관에 온듯한 착각과 함께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는 21∼23일 독일 부퍼탈 극장에 올리는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Mr. Rabbit and the Dragon King)의 해외 첫 공연에 대한 의미를 묻기보다는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질문부터 튀어나왔다.

아힘 프라이어는 1934년 베를린 태생으로 베를린 국립 미대를 졸업한 뒤 독일의 시인ㆍ극작가ㆍ연극개혁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문하로 들어갔다.

브레히트 극장에서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림을 그렸고 이후에는 직접 오페라 제작에 나서 무려 150편의 오페라와 연극을 연출했다.

내년에는 독일 만하임극장에서 `엔디미오네(요한 크리스티안 바흐 작)'와 베를린 국립극장에서 `영혼과 육체의 표현(디카발리에리작)' 등을 올린다. 2013년에는 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 전시를 위해 '니벨룽겐의 반지'를 테마로 조형물을 제작한다. 이런 굵직한 작업 외에도 많은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지금하는 일을 더욱 많이 오래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다하려면 150살까지는 살아야 할 것"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다음은 아힘 프라이어와 일문일답.

--집안이 온통 그림이다. 어떤 그림들인가.

▲내 본업은 화가다. 동독에서 40년을 살았다. 젊었을 때 형편이 안됐는데 그림이 너무 갖고 싶었다. 일하면서 좋아하는 그림을 모으다 보니 이렇게 됐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온 듯하다.

▲안 그래도 개인 박물관을 만들려고 한다.

--어떤 그림을 그리는가.

▲ 추상주의 작가들은 상징적인 물체를 그리면서 그것이 뭔지 모르게 그린다.

--브레히트의 제자로 알고 있다. 브레히트와의 인연은.

`수궁가' 독일 무대 올리는 아힘 프라이어
`수궁가' 독일 무대 올리는 아힘 프라이어

(베를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 세계적인 오페라 제작자인 아힘 프라이어가 그림으로 뒤덮힌 자신의 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가 국립창극단과 공동 제작한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Mr. Rabbit and the Dragon King)'가 21-23일 독일 부퍼탈극장에서 첫 해외공연 무대에 오른다. 2011.12.21
pcw@yna.co.kr

▲대학생 때 브레히트의 작품이 아주 좋았다. 무작정 그에게 찾아가서 내 그림을 보여줬다. 브레히트가 자기 극장에서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고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와 함께했다.

--오페라 제작자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브레히트가 세상을 떠나고 다른 제작자와 작업을 하다 보니 자꾸 의견 충돌이 생겼다.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작곡가 등 예술가들을 모아서 오페라를 직접 연출하게 됐고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오페라 작품을 연출할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는가.

▲과거의 작품을 우리 시대와 연결하는 것이다. 마술피리는 모차르트가 작곡했지만, 오페라는 시대마다 다른 상황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작품의 내용을 훼손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그대로 모방해서도 안 된다. 모방은 예술이 아니다.

--이번에 공연하는 수궁가는 도창(화자)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정통 오페라하고는 차이가 있지 않은가. 뮤지컬이라고 해야 맞지 않나.

▲오페라는 종합 예술이다. 서양의 오페라가 동양의 오페라와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바흐의 음악을 전혀 손대지 않았듯이 판소리도 그대로 유지했다. 서양 악기와 음악은 모두 없앴다. 뮤지컬로 가지 않고 진지한 오페라로 만들었다.

--서양 음악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소리꾼이 움직이는 모습이 좋았다. 한국 것을 그대로 유럽으로 가져가고 싶었다. 무대도 수묵화로 한국 것을 그대로 표현했다.

--독일 관객이 판소리를 이해하는 것에 한계가 있지 않겠나.

▲그렇지 않다. 유럽인들은 친숙하지 않은 것에 호기심이 많다.

--왜 많은 판소리 중에 수궁가를 오페라로 만들려고 했나.

▲내용이 좋다. 토끼의 지혜를 통해서 위트와 해학, 그리고 한국인의 지혜를 표현하고 싶었다.

--수궁가를 오페라로 만들기 위해 기술적으로 어떤 부분을 고민했는가.

▲판소리는 장터에서 관객들과 어우러진다. 오페라는 무대라는 것이 연기자와 관객을 분리한다. 그러한 단절을 없애는 것이 과제였다. 그래서 도창의 치마를 5m로 크게 올리고 치마 밑에서 배우들이 나오게 했다. 관객들의 시선을 도창에게 집중시키기 위한 취지다. 도창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독일 관객들의 반응을 어떻게 기대하는가.

▲좋을 것이다. 재미와 교훈과 분석 등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문화적 유산이 많지만, 세계화는 쉽지 않다. 조언은.

▲우선 한국인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더 둬야 한다. 한국에서 내가 만난 젊은이들은 판소리를 잘 몰랐다. 서양에만 자꾸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현대화와 글로벌화는 자기 것이 없으면 안 된다.

--화가로서 오페라 제작자로서 성공했다. 아직도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가.

▲점점 더 예술을 하고 싶고 점점 더 많이 오래 하고 싶다. 갈수록 아이디어가 더 많이 생긴다. 하고 싶은 작품을 다 하려면 150살까지 살아야 할 것 같다.
(사진 있음)

pc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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