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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美 외교 지도 바꿔

송고시간2011-12-12 10:16

(두바이 AP=연합뉴스) 호스니 무바라크를 무너뜨린 이집트 민중봉기가 발생하기 18개월 전. 미국 외교전문은 무바라크가 종신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대파를 억누르고 선거를 조작하는 능력이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이 무바라크 정권에 대한 미국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아랍의 봄'을 예상하지 못한 것일까?

미국은 아랍 민주화 시위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무방비상태로 맞았으며 아랍의 봄 이후 중동에서의 영향력 감소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미국이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동맹을 상실함에 따라 중동 외교의 위기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중동에서의 미국 영향력 쇠퇴로 단정 짓는 것은 시기상조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과 이 지역과 미국의 깊은 이해관계를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군주와 토호들이 지배하고 있는 페르시아만 지역 국가들은 작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외교적으로도 수완이 뛰어나 이번 '아랍의 봄' 사태 속에서도 체제와 권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랍권에 대한 정치력도 행사했다.

이 걸프지역 국가들과 미국은 여러 면에서 외교적 '소울 메이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양측은 이란의 군사력 증강과 핵개발계획에 대한 불안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걸프 지역 국가들에는 미국의 중대한 군사 기지들이 설치돼 있고 바레인에는 미 해군 5함대의 본부가 자리잡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 철수 이후 걸프만을 핵심 전략 지역으로 중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동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은 아랍의 봄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으나 걸프에서 새로 부상하는 국가들과의 관계로 인해 보완되고 더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동에서의 미 외교 지도의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쿠웨이트전략연구센터의 사미 알파라이 소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은 무바라크 같은 예측 가능한 친구들을 잃었으나, 동시에 걸프의 동맹들이 부상하고 있다"며 "미국으로 봐서는 변화라고 봐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후퇴했을지 모르나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석유부국이 주도하는 걸프 국가들은 중동의 정치 중심이 자신들로 이동하는 조짐을 보이자 적지 않은 외교력을 보여주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리비아 개입에서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가 전투기를 지원했으며 걸프의 6개국은 살레 예멘 대통령의 퇴진 협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아랍 세계의 퇴진 압력에도 앞장서고 있다.

다만 이 걸프 국가들 역시 국내 민주화에는 미온적이다. 사우디 등 이 지역국가들은 지난 3월 바레인이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아파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데 지원했다.

중동 외교의 변화를 맞고 있는 미국의 딜레마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아랍의 봄을 전적으로 탄압하지는 않더라도 권력의 현상유지를 추구하고 있는 이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것이다.

중동 전문가인 니컬러스 번즈 전 미 국무차관은 "아무도 변화의 물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며 아랍의 봄은 미국 외교관들에게 인내와 전망에 관해 중요한 교훈을 가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몇년, 몇십년 동안 그 충격이 나타날 변화의 요소들을 목격하고 있다"며 "미국으로서는 과잉 행동해서도, 과잉반응해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램 배너만 전 미 국무부 분석가는 "미국의 중동에 대한 영향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제한돼 있다"며 미국은 앞으로 걸프 국가들, 리비아에 새로 들어설 정부, 이라크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아랍의 봄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에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인지, 중동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아랍의 봄은 이집트의 가말 압델-나세르(1954),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1969), 시리아의 하페즈 아사드 등이 상징하고 있는 아랍 전제국가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라며 어떤 새로운 정권의 시작도 미국으로 하여금 외교관들을 현장에 더 많이 파견해야 하는 '발품'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데는 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은 정보, 외교, 상업적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 도하센터의 살램 사이크 국장은 "아랍의 봄이 4-5세대 만에 한번 오는 것이라고 인정한다면 이는 '빅 파워'들의 정치, 외교 게임을 완전히 재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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