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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의 경제학>②고통없는 세금?(끝)

송고시간2011-12-05 11:00

불황 속 복권 열풍
불황 속 복권 열풍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불황에도 복권이 불티나게 팔려 연간 발행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보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복권 판매 중단을 권고하고 나섰다. 사진은 5일 오후 서울 상계동의 한 복권판매점을 찾은 시민이 복권을 구입하고 있는 모습. 2011.12.5
doobigi@yna.co.kr

도박심리 통제-공익사업 활용..'간접세' 역할
"서민 호주머니 털어 재원 마련"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로또 맞았다"

굳이 확률을 따지지 않아도 복권으로 '한 몫' 챙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서민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에 복권을 산다. 확률이 낮을수록 당첨자에게 돌아오는 몫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행심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로또 맞았다"는 말이 여전히 힘을 갖는 이유다.

게다가 요행을 바라는 '사행심리'에 경제 불황, 갈수록 심화하는 양극화까지 겹쳐 '합법적 사행산업'인 복권 산업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복권은 일종의 간접세 = 복권의 사전적 정의는 '제비를 뽑아서 맞으면 일정한 상금을 타게 되는 표'다.

복권위원회는 '복권백서'에서 이를 "일정한 사행심을 전제로 국민에게 건전한 오락기능을 제공하고, 복권판매에 따른 재원은 공익적 사업에 활용해 국민 복리 증진에 기여하는 제도"라고 정의한다.

경제학적으로 복권은 도박 욕구를 갖는 '위험 선호자(risk-lover)'에게서 돈을 받아 그것을 '위험 회피자(risk-averter)'에게 이전시키는 분배 체계다.

불황 속 복권 열풍
불황 속 복권 열풍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불황에도 복권이 불티나게 팔려 연간 발행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보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복권 판매 중단을 권고하고 나섰다. 사진은 5일 오후 서울 상계동의 한 복권판매점이 복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 2011.12.5
doobigi@yna.co.kr

즉 사행산업을 공공 부문에서 직접 시행해 비교적 사회에 덜 해로운 방향으로 소득 재분배를 이룬다는 것이다.

결국 '한탕'을 노리는 국민의 도박 심리를 정부의 통제 가능한 영역에 묶어두며, 그들로부터 거둬들인 재원 중 일부는 특정인에 몰아주고 나머지는 공적인 영역에 활용하는 간접적인 세금 제도가 복권인 셈이다.

복권을 사는 개인으로서는 도박보다는 적은 위험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고, 정부로서도 불법의 가능성은 줄이며 손쉽게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뜻 보면 '윈윈'의 공생관계가 형성된다.

◇복권 수익금 얼마나 되나 =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정부의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2조5천255억원에 달한다.

공식 통계에 따른 국내 사행산업의 규모가 작년 기준 17조3천270억원, 불법 도박까지 합치면 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것에 비하면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다.

문제는 복권의 환급률이다.

지난해 기준 복권 당첨금은 판매액의 절반을 조금 넘는 1조2천754억원에 불과했다.

사업비 2천216억원을 제외한 순수익금은 자그마치 1조285억원. 순수익률이 40.7%에 달한다.

정부의 일반적 수익사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무척 '많이 남는' 장사인 셈이다.

내국인 카지노 환급률이 82∼83%에 이르고, 경마(73%), 경륜·경정(72%), 스포츠토토(50~70%) 등 대부분 사행사업 환급률이 70% 안팎인 것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 발행 복권 중에서는 지난해까지 로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복권 판매액의 96.3%인 2조4천316억원을 나눔로또가 차지할 정도다.

복권 발행한도 초과… 판매 중단하나
복권 발행한도 초과… 판매 중단하나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불황에도 복권이 불티나게 팔려 연간 발행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보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복권 판매 중단을 권고하고 나섰다. 사진은 5일 오후 서울 상계동의 한 복권판매점을 찾은 시민이 복권을 구입하는 모습. 2011.12.5
doobigi@yna.co.kr

수익금 기준으로는 1조285억원 중에 1조219억원이 로또 판매에서 발생했다.

◇'역진성 최고' 복권수익 어떻게 쓰이나 = 복권 같은 합법 사행산업을 통해 정부가 막대한 재원을 벌어들이는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정부 입장에서 세금을 거두려고 하면 납세자들이 격렬하게 저항하지만, 복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제3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은 이런 의미에서 복권을 "고통 없는 세금"이자 "이상적 재정 수단"이라고 봤다.

하지만 복권의 단점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사기 때문에 소득 역진성이 심하다는 것이다. 겉보기엔 '윈윈'이지만 알고 보면 '서민 등치기'라고도 볼 수 있다.

사행 심리를 이용해 가난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는 복권 수익금으로 조성된 복권기금의 35%를 법정배분사업, 65%는 공익사업으로 각각 나눠, 대부분 저소득층을 위해 쓰고 있다고 해명한다.

지난해의 경우 서민주거안정사업(4천719억원), 한부모 가족지원 사업(663억원),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292억원) 등 공익지원사업에 모두 6천829억원이 쓰였다.

또 제주도 1차산업 주민 소득보장(438억원), 과학기술진흥기금(315억원) 등 법정배분사업에는 2천517억원이 각각 지출됐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소득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복권 구입이 많은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복권 수익금을 저소득층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복권은 가볍게 즐기는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허선 한양대 교수는 "복권의 효용이라면 기대감을 주고 생활에 활력을 준다는 점 정도 말고는 없다고 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로또와 연금복권으로 복권 열풍이 계속되자, 최근 복권위원회에 온라인복권의 '발행차단 제한액 설정'을 권고하는 등 사행산업 전반에 제동을 걸고 나설 움직임이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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