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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 재선 '일등공신' 박인국 대사 퇴임

송고시간2011-09-05 07:00

박인국 전 유엔대사 인터뷰
박인국 전 유엔대사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지난 3일 퇴임한 박인국 전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재선과정을 회고하고 있다. 박 전 대사는 5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에 취임한다. 2011.9.5
doobigi@yna.co.kr

"회원국 밤낮 접촉하며 지원..재선비결은 총장 자신"
34년 외교관생활 마감..장학재단서 '제2인생'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강병철 기자 = "재선 비결요? 그건 반 총장 자신입니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초인적인 성실함과 정직, 포용성, 그리고 중동 민주화 대응과정에서 보여준 과감한 리더십에 전 세계가 열광한 겁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재선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되는 박인국 전(前) 유엔주재 대사가 지난 3일 퇴임했다.

34년간의 직업외교관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그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반 총장 재선에 얽힌 뒷이야기와 5일 취임하는 SK 그룹 장학재단 사무총장직에 대한 비전을 들어봤다

민간으로 돌아가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려는 그에게 '반기문 재선'은 여전히 특별한 여운을 주고 있는 듯했다.

"반 총장이 모든 걸 하셨고 저는 그저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도운 것 뿐"이라며 몸을 낮춘 박 전대사는 물밑에서 '소리없이' 진행됐던 재선 운동 과정을 돌아봤다.

외교부 내에서 손꼽히는 다자외교통인 그는 "유엔 사무총장의 출신국 대사로 유엔의 192개국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북한을 제외한 190개국에 대해 1년 전부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일일이 접촉했다"고 소개했다.

식사나 리셉션 등 가용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각국 대사를 일일이 만나 재선 분위기를 돋우는 군불 역할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거의 매일 저녁 두 번 이상의 식사자리를 가지며 '발품'을 팔았다는 후문이다.

시리아, 예멘, 쿠바 등 초반부터 반 총장 재선 지지에 소극적 기류를 보이던 국가들이 이 같은 집요한 설득노력 끝에 막판 지지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특히 반 총장을 배출한 지역인 아주그룹의 적극적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춘 게 유효한 전략이었다. 그는 "반 총장이 대표하는 지역인 아시아의 승인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면서 "반 총장이 지난 6월6일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하기 전에 아주그룹을 만나 적극적 설득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연임 출사표를 던지기 직전 유엔내 아주그룹 53개국 대사들과 조찬 회동을 한 자리에서 20여명의 대사들이 직접 발언기회를 요청하며 그의 연임을 강력히 지지했다.

가장 먼저 지지발언을 한 사람은 카자흐스탄 대사였고 중국 대사가 그 뒤를 이었다. 박 전대사는 "반 총장이 그때 너무 감격해 공식생활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반 총장이 국제사회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낸 다른 주요 요인은 중동 민주화 혁명과정에서 보여준 과감한 리더십이었다.

박 전대사는 "이집트와 코트디부아르, 리비아로 이어지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 과정에서 반 총장은 우리 외교가의 상상을 뛰어넘는 초인적 결정을 보여줬다"면서 "당시에는 반 총장이 좀 나간 것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반 총장이 국제사회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박인국 전 유엔대사 인터뷰
박인국 전 유엔대사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지난 3일 퇴임한 박인국 전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재선과정을 회고하고 있다. 박 전 대사는 5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에 취임한다. 2011.9.5
doobigi@yna.co.kr

반 총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박 전대사는 '여행기록'을 예로 들며 그의 초인적인 성실함을 설명했다. 그는 "정확한 집계는 안돼 있으나 반 총장이 재임기간 세운 여행시간과 여행 국가 수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록이라고 한다"면서 "어떤 때는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을 각각 다른 나라에서 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대사는 3년간 유엔주재 대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업적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채택을 들었다.

"지난해 천안함 의장성명은 금자탑이며 이것은 역사가 증명할 것"이라고 평가한 그는 "한 국가가 조사한 결과를 192개 회원국이 있는 유엔에서 유효한 것으로 만들어달라는 것은 매우 큰 요구였다"면서 "당시 합동조사단을 직접 안보리에 초청해 브리핑하도록 했는데, 이때 외국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당시 결의안 1874호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ㆍ일본이 참여하는 `P5+2'라는 틀을 만든 것도 박 대사의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그는 "1874호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확고한 대북 제재시스템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었음에도 핵심 당사자의 지위를 주장하며 'P5+2'라는 협의체를 만들었다"면서 "앞으로 한반도에 위기가 올 때마다 'P5+2' 틀이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사는 지난 2009년 6월에는 경제와 금융, 개발, 환경 분야를 다루는 유엔 제2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돼 1년간 의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42개 결의안을 대부분 표결이 아닌 공감대 형성을 통해 통과시키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그는 유엔 지속개발 정상회의(Rio+20) 준비위 공동의장으로 개발환경과 녹색경제를 의제로 설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활약했던 그는 이제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장학재단의 총책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SK그룹 한국고등교육재단이 그의 새로운 일터다. 그는 5일 오전 11시 강남구 논현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사무총장으로 취임한다.

박 전대사는 34년전인 1978년 이 재단의 3기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유학을 가려고 했던 인연이 있다.

그해 외무고시와 동시에 합격한 박 전대사는 결국 외교관의 길을 택했으나 당시 유학 프로그램에 대해 상당한 미련이 있는 남아있는 듯했다.

박 전대사는 "이 재단은 한국 인재양성에 큰 기여를 한 곳"이라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창조를 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특히 "과거에는 개별 학문에 따라 유학을 보냈다면 이제는 글로벌 이슈인 개발, 환경, 국제금융 등 한국이 국제적으로 약한 분야에서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대회장 때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SK의 최태원 회장은 박 전 대사에게 재단이 글로벌 인재 양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특별히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서울대 중문과 출신으로 중국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박 전 대사는 이달 중 중국 시안의 교통대, 난징대, 상하이대를 잇따라 방문해 강연하는 등 활동 폭을 넓힐 예정이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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