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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흘간 방중 의미는

송고시간2011-08-27 19:02

<김정일 사흘간 방중 의미는>
6자 회담 무조건 재개ㆍ경제챙기기 '광고'
北, 등거리외교 불만 中달래기 의도
김정일 건강 고려한 귀로 단축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에 이어 사흘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27일 오후 5시께 압록강 중류의 지안(集安)을 거쳐 만포로 귀국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동선으로 볼 때 귀로 단축을 위한 만주벌판 가로질러 가기 성격이 강해 보이지만 내용으로 볼 때 대내외에 여러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우선 김 위원장은 특별열차 편으로 러시아에서 접경인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만저우리(滿洲里)로 진입해 후룬베이얼(呼倫貝爾)을 거쳐 치치하얼(齊齊合爾)-다칭(大慶)-하얼빈(哈爾濱)-지린(吉林)-퉁화(通化)-지안(集安) 노선이라는 최단거리로 귀국했다는 점에서 귀국 경로를 줄이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의 건강을 고려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로써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 길을 역행해 귀국하는 것과 비교할 때 적어도 동선을 1천500㎞가량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만이 목적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에 여러 곳의 산업시설을 시찰하고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포함한 중국 고위층을 접견한 데서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 이전 방중 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은 경제 챙기기 행보에 주력했고 북핵 6자회담 재개 의지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치치하얼에서 제2공작기계그룹(集團)과 멍뉴(蒙牛)유업을 돌아보고 다칭(大慶)에서 도시계획 전시관과 주택 건설현장을 둘러봄으로써 대내외에 경제살리기에 나선 최고지도자의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듯 했다. 관심은 경제에 있다는 제스처였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이는 러시아 방문에서 극동지역 최대 수력 발전소인 '부레이 발전소'를 방문하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러시아-북한-한국 3국간 가스관 건설에 동의하는 등 에너지 관심 행보에 이은 `경제 챙기기' 행보로 보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26일 치치하얼에서 접견하고서 북ㆍ러 정상회담을 설명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그 자리를 통해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 의지를 다시 '광고'했다.

사실 김 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 회복을 노리는 러시아로부터 "전제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고, 그 내용이 중국에 대한 '디브리핑(사후설명)'의 골자였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조건적인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해온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이를 되풀이함으로써 한ㆍ미ㆍ일 3국을 압박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북중 매체들은 김정일ㆍ다이빙궈 회동후 약속이나 한듯이 "김 위원장이 조건없이 6자회담을 재개하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ㆍ미ㆍ일 3국이 핵과 미사일 생산과 실험 중단, 우라늄 농축 핵 프로그램(UEP) 사찰을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 복귀 등을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을 겨냥한 '공세'로 비친다.

주목할 대목은 중국 역시 내심 북한의 무조건적인 6자회담 재개 입장을 지지하지만,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조정' 역할을 해야 하고 자칫 '한ㆍ미ㆍ일 vs 북ㆍ중ㆍ러' 대립구도로 비칠 것을 우려한 탓에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는 '중국 달래기' 의도도 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최근 몇년새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급속하게 강화되는 속에서 이뤄진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등거리 외교'로 비친다는 점에서 중국이 달가워할 까닭이 없고, 김 위원장의 다이빙궈 접견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 액션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00∼2002년 김 위원장과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양,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며 우의를 다졌지만, 그 이후 러시아의 국력 약화와 한국ㆍ러시아 관계 강화 등으로 소원했었다. 그러다가 러시아는 이번에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전제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한 점이 눈에 띈다.

또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귀로 단축을 위한 '경유'에 무게를 뒀다고 해도 이전 방중과는 달리 중국 수뇌부와의 회동이 이뤄지지 않은 채 국무위원급을 접견한 데 그친 것에 대해 신경 쓴 기색도 엿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새벽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동지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특별위임에 따라 헤이룽장성으로 온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위원 다이빙궈 동지가 친절히 맞이했다"고 한데서 그런 분위기가 묻어난다.

이와함께 북한과 중국의 관영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 대해 동선과 일정을 '적극' 보도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그동안 관례를 깨고 김 위원장의 방중 직후 "동북지방을 경유 겸 순방한다"고 방중 사실을 보도했는가 하면 여러 차례 김 위원장의 일정과 행선지를 적절한 선에서 전했다. 북한 역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수차례 김 위원장의 방중 내용과 성과를 전했다. '홍보'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 방중 보도에 대해 이처럼 북중 매체들이 '진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대내외에 최대한 '노출'을 의도한 것이 특징"이라며 "강성대국 원년(2012년)을 앞두고 대내외에 한반도 문제 해결과 경제개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려는 의도가 명백했다"고 밝혔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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