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유럽 불황' 국내 외환ㆍ채권ㆍ실물도 타격
송고시간2011-08-21 08:11
<`美ㆍ유럽 불황' 국내 외환ㆍ채권ㆍ실물도 타격>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이 율 곽세연 이영재 기자 = 미국과 유럽의 경제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위축이 금융과 실물 경로를 통해 국내로 급격히 파급되고 있다.
이를 반영해 한국경제의 위험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채권시장에서마저 외국인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외화자금 시장에서도 달러부족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게다가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지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에 이어 상장사들의 실적전망치도 내려가고 있다.
◇ 한국물 위험도 급등
외국인투자자들이 외평채나 국채 등 한국물에 투자할 때 위험부담의 대가로 받아가는 이자가 높아지고 있다.
2019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는 작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또 미국신용등급 강등 전인 지난 5일 98bp(1bp는 0.01%포인트)에서 19일 122bp로 24bp나 치솟았다.
외평채 가산금리는 우리나라의 신인도가 개선될수록 낮아진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외평채에 투자할 때 미국 국채에 비해 더 주는 이자다.
2009년 4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우리나라 외화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을 때 발행된 2019년 만기 외평채는 발행 당시 가산금리가 428bp로 가장 높았다.
최근의 외평채 가산금리 122bp는 리먼사태 당시보다는 낮지만 올라가는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위험신호가 될 수 있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9일 133bp를 나타냈다. 지난 9일 기록했던 1년2개월여 만에 최고치인 137bp에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CDS는 국채가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으로 신용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CDS 수치는 높을수록 국가 위험도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외인 탈출…금융시장 공포감 상승
주식시장 뿐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외국인이 채권시장에서 빼간 자금은 1조2천118억원에 달한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9조6천227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미국자금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7천467억원이 순유입됐지만 19일에는 559억원의 순유출을 나타냈다. 일별로는 미국계 자금이 지난 4일(-2억원), 9일(-29억원)의 마이너스를 나타냈으나 그 규모가 미미했다.
또 지난 1∼17일 1천769억원이 순유입된 영국계 자금은 19일에는 1천500억원이 순유출을 보였다. 일별로는 원금상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지난 2일(-2천억원)이후 이렇게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적은 없었다.
이는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본격적 이탈을 미리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당국은 채권시장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세회피지역이나 홍콩 등의 단기자금은 빠져나갔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국제기구 등의 자금은 채권시장에 들어왔다. 채권시장은 아직 튼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기관들은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허인 국제금융팀장은 "채권시장으로 위기가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본격적으로 떠나기 시작하면 금리가 올라 기업비용이 커지고 실물경제에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9일까지 주식시장에서 5조3천559억원을 빼내갔다. 이중 유럽계 자금이 2조9천938억원, 미국 자금이 9천27억원이었다.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증시변동성을 나타내는 `공포지수'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지난 19일의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코스피)는 전날보다 10.79포인트(34.67%) 급등한 41.91였다.
◇ 흔들리는 외화자금시장
유럽계 은행들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자금을 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따라 외화자금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19일 달러자금사정을 보여주는 1년물 통화스와프(CRS) 금리는 1.44%로 전날보다 0.21%포인트 폭락했다.
CRS금리는 달러를 변동금리로 차입하는 대신에 원화를 빌려줄 때 받는 고정금리다. CRS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달러 구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통화스와프 금리가 급락하면서 통화스와프와 금리스와프의 차이인 스와프베이시스는 2%포인트 넘게 확대됐다. 달러 품귀 현상이 빚어낸 현상이다.
외화자금사정을 반영하는 스와프포인트도 가파르게 낮아졌다. 3개월물 스와프 포인트는 지난달 말 7원대에서 19일 4.5원으로 떨어졌다.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스와프포인트는 외국인이 국내은행에 일정기간 달러를 맡기고 원화를 빌리는 비용이다. 스와프포인트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다. 국내은행이 원화를 빌려주면서 돈을 받기는 커녕 돈을 얹어줘야 할 만큼 달러 자금난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한국 외환시장의 이런 조짐은 유럽 자금시장 경색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행들이 유럽은행에 빌려줬던 단기자금을 회수하자 유럽 은행들은 달러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 외화 자금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해외 위기가 국내의 달러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아놨다고는 하나 아직 본 게임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 실물 경제도 위축
경제성장률에 이어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조정되면서 실물경제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83곳의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53조2천335억원으로 지난달 말 기준 55조1천768억원보다 3.5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005930]의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조1천664억원에서 7조5천567억원으로 7.47%나 줄어들었다. 하반기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내년 상반기 실적 전망치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70개 상장사의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지난달 말 25조7천883억원이었으나 지난 19일에는 25조6천588억원으로 0.5% 감소했다.
앞서 경제전망 기관들은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 경제 성장세 둔화와 달러화 약세로 한국 수출 증가세가 약해져 한국 경제성장률이 애초 4.3%보다 0.2~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의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3.5%보다 더 내려갈 수 있다. 작년 한국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것은 생산성이나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저금리, 재정확대 등의 정책 덕분이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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