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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못막는 '위험한 그들'의 귀환>-上


'성폭행' 전과 의사들 형기 마친뒤 멀쩡히 개업
한 번 따면 '영원한' 교원·변호사 자격
선진국들 '비직업적 도덕성' 엄격한 잣대 적용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I'll be back"(다시 돌아오겠다)

속편을 기다리게 하는 터미네이터도 아니면서 어느새 우리 곁에 슬그머니 돌아온다.

'사고'를 친 전문직 종사자들 얘기다.

고려대 의과대학 남학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추행(구속기소)한 사건을 두고 뒷말이 많다.

이들은 형사소송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되면 이에 상응하는 죗값을 치르겠지만, 고려대가 이들을 출교 또는 퇴학 처분을 하지 않는다면 후일 형기만 마치고 나면 언제든 의사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자격을 규정한 우리나라의 의료법이 그렇게 돼 있다.

이 의료법에 따르면 성추행과 성폭행은 물론, 살인, 폭력, 사기를 저질러도 직무와 큰 연관이 없으면 형 집행을 마치면 의사로 개업할 수 있다.

지금은 떠들썩하지만 곧 사람들의 기억은 희미해지게 마련. 수년 뒤 이들이 의사로 일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2007년 경남 통영의 한 40대 의사는 수면 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해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그는 현재 복역 중이지만 의사 면허가 박탈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소하면 그의 이력을 모르는 다른 지역에서 다시 진료할 수 있다.

2008년 환자 2명을 성추행한 강남 유명 성형외과 의사는 벌금 700만원을 내고 바로 진료를 할 수 있었다.

선망받는 전문직인 교수, 교사, 변호사도 '회복력'으로 따지면 터미네이터급이다.

2009년 경기 안양시 한 고등학교 교사 4명이 교생 실습 나온 여대생 3명을 노래방에 반강제로 끌고 가 성추행했다.

지난 2006년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회원들이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 앞에서 성추행과 성폭행을 한 부적격 교사의 영구 퇴출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지난 2006년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회원들이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 앞에서 성추행과 성폭행을 한 부적격 교사의 영구 퇴출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학교 이사회는 당시 교사 4명 중 1명을 파면하고 3명을 해임했지만 이들은 곧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제기해 3명은 해임, 1명은 정직 3개월로 징계가 낮아졌다.

교원이 파면되면 5년 동안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고 퇴직금이나 연금을 50%만 받을 수 있지만 해임될 경우는 임용제한이 3년으로 줄고 퇴직금도 전액 지급된다.

정직이 끝난 문제 교사가 복귀하자 학부모들이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나와 출근 저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4년 전 충북의 한 중학교 교장은 여교사를 성추행하고 학생, 교사에게 상습적인 폭언을 해 30여 곳의 시민단체들이 사퇴를 요구했다.

충북교육청조차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던 그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충북 학생교육문화원 교육연구관 연구관으로 재직하다 정상적으로 정년퇴직했다.

지난해 7월 고려대 한 교수는 여자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사실이 인정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아 학교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등 재임용 거부 결정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며 재임용거부를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려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고려대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상황에서 고려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초미의 관심사다.

서강대 한 교수는 2001년 10월 회식자리에서 여제자에 "키스를 하고 싶다. 너를 여인으로 만들고 싶다"는 성적으로 모욕적인 언사를 하고 신체접촉을 했다.

학생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사퇴요구를 하면서 학내가 시끄러워지자 이듬해 3월에서야 학교는 이 교수를 3개월 정직 처분했다. 그러나 이미 이 교수는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터라 징계가 유명무실했다.

이 교수는 징계 처분이 끝나자 2002년 복귀해 같은 학생을 또 괴롭혔다. 결국 학교는 2003년 8월 해임 징계를 했다.

한 변호사는 1994년 자신의 법률사무소에 입사하려고 면접을 보러온 여대생에게 성적으로 저속한 표현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그는 3년 뒤 바람을 피우고 변호사 회비를 1년간 내지 않아 또 과태료 300만원을 냈다.

2년 뒤 이 변호사는 법률 상당을 하러 온 진정인을 폭행해 약식기소돼 벌금형(30만원)을 받아 다시 과태료 100만원 처분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참여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2번 이상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지금까지 34명으로 심지어 김모(65) 변호사는 정직 5번과 과태료 1번 등 모두 6번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검사나 판사는 현직에 있을 때 직무 외 범죄를 저지르면 징계를 받기 전 냉큼 사표를 던지고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현직에 있을 때 징계 기록이 남으면 변호사 등록심사 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등록변호사에 대해서만 내릴 수 있어 해당 범죄가 유죄로 확정되기까지 걸리는 시차를 이용해 일단 변호사로 등록하면 된다.

범죄가 유죄로 확정되면 이는 그가 변호사 등록을 하기 전에 일어난 사건이므로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이목을 끈 사건이 아니면 징계 대상으로 삼지 않게 된다.
(계속)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1/07/18 07:2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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