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백혈병 첫 산재인정 판결 의미 새겨야
송고시간2011-06-24 11:24
<연합시론> 백혈병 첫 산재인정 판결 의미 새겨야
(서울=연합뉴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23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숨진 근로자 황모씨와 이모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두 근로자의 산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근로자의 산재를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따라서 직업병의 산재 인정 범위를 한결 넓게 해석할 길을 열어놓았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반도체 사업장의 작업환경과 백혈병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반도체 사업장 작업환경의 유해성 여부와 백혈병 등 치명적 질병의 발병 원인의 인과관계를 놓고 논란이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재판부는 백혈병으로 숨진 이모씨와 황모씨가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는 동안 각종 유해 화학물질과 전리(電離)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이 발병의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고 한다.
이번 판결을 두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의 근무 환경과 관련해 나온 공인 국가기관의 역학조사 결과와 다른 내용이라며 국외 연구기관의 반도체 근무환경 재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개하겠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자사 반도체 사업장의 작업 환경이 백혈병 등을 유발할 만큼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것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추후 재판 진행 과정에서 객관적 진실을 규명해 의구심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일단 반도체 사업장의 작업 환경과 백혈병 발병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첫 산재 인정 판결이 나온 만큼 작업환경 개선 등 상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순리다.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이 직업병 논란을 가라앉힐 만큼 완벽한 수준의 청정성을 확보하도록 전 공정을 빈틈없이 재점검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생산 현장에서 직업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질병에 걸려 숨졌거나 투병 중인 근로자와 유족들이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서줄 것도 기대한다. 그리고 임직원의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더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개적 약속을 항상 기억해주기 바란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산재가 빈발하는 `산재 후진국'으로 꼽힌다.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고, 재해 근로자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된 산재보상보험법이 근로자의 보호막이 돼주고 있다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업무상 사유로 인한 질병의 산재 인정 범위를 현실에 맞춰 더욱 넓혀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면 매년 증가세에 있는 산재보험 사기와 부정수급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산재보상보험은 산업현장을 지키는 모든 근로자가 재해와 관련해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근로복지공단은 그런 점에서 산재 인정과 보상절차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보완할 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 재해 근로자 보호의 첨병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기 바란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1/06/24 11:2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