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쌍벌제 도입 후 리베이트 의사 첫 구속
송고시간2011-06-23 14:19
<연합시론> 쌍벌제 도입 후 리베이트 의사 첫 구속
(서울=연합뉴스) 의약품거래와 관련한 리베이트의 제공자는 물론 받은 쪽도 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리베이트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수법이 오히려 더 교묘해지는 양상조차 보인다. 결국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첫 구속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딱한 일이다. 그만큼 리베이트의 관행이 뿌리깊은 모양이다. 지난해 도입을 놓고 리베이트 수혜자 측의 강한 반발을 샀던 쌍벌제가 무산됐었더라면 어찌됐을까 상상하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지난 두달간 집중 단속을 벌여 의약품 납품 대가로 수십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의사, 약사, 병원 임원, 제약유통업체 임직원 등 11명을 적발해 약사법이나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으며 이중 의사를 포함한 3명은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의사 등 리베이트를 받은 쪽이 구속기소된 것은 지난해 11월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수사반에 따르면 한 유통업체 대표는 병원들에 의약품 사용을 전제로 9억원의 선급금을 제공하는가 하면 월 매출액의 13~27%를 모아 중소 병.의원과 약국에 2억8천만원을 건넸다고 한다. 또 다른 의사와 약사 등은 의약품 유통업체로부터 350만~7천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제약회사 대표는 212명의 의사에게 설문조사를 의뢰한 후 수수료 형식으로 리베이트를 주다 적발돼 기소되기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리베이트 규모는 현재 드러난 것만도 수십억원대로 최대 규모라고 하니 리베이트 유혹의 집요함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리베이트의 기법을 보면 더욱 할 말을 잃는다. 의약품 도매업체가 의약품 사용을 전제로 의사에게 선급금을 주거나 약사에게 판매대금 수금시 할인해주는 수법은 고전적이다. 의사의 지인을 약품도매상 직원으로 허위 등재시킨 후 가짜 직원의 급여를 의사에게 전달하는 신종 수법도 선보였다. K 제약회사의 대표 이모씨는 쌍벌제 도입으로 의사들에게 현금 리베이트 제공이 어렵게 되자 설문조사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굴해냈다. 이씨는 조사대행기관까지 동원해 자사 의약품을 처방한 의사들을 골라낸 뒤 처방액에 비례해 설문조사 건수를 배정하고 건당 5만원을 주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 회사의 약품을 특히 많이 처방한 한 의사는 무려 336건의 설문조사를 집중적으로 의뢰받은 후 1천200여만원을 받았다. 수사를 맡았던 검찰측 관계자에 따르면 설문조사 1건 작성하는 데는 1~2분 정도면 충분했다고 한다.
의약품 거래를 둘러싼 리베이트는 관행이란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뿌리깊은 비리다. 리베이트는 약값에 얹어지게 마련이고 이는 소비자 부담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축내기로 이어진다. 리베이트를 주는 쪽만 처벌하는 제도가 문제라 해서 지난해 11월 논란 끝에 받는 쪽도 동시에 처벌한다는 쌍벌제를 어렵사리 도입하게 됐다. 쌍벌제가 도입되면 리베이트가 근절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제도 도입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한다. 쌍벌제 시행 후에도 리베이트 수수는 계속되고 있고 눈속임은 더욱 지능화하고 있다. 수사반이 아직 발견조차 못한 신출귀몰한 기법들이 있을 수 있고 이번에 적발한 것도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당국은 엄격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한편 위반자에게는 가차없이 쌍벌제를 적용해야 한다. 필요하면 제도 보완 내지 강화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쌍벌제도 유명무실하게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제도의 도입은 시작일 뿐이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1/06/23 14:1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