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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물수능', 더 큰 부작용 우려된다

송고시간2011-06-22 14:36

<연합시론> `물수능', 더 큰 부작용 우려된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2일 치러진 수능 1차 모의평가가 너무 쉽게 출제돼 교육현장이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채점 결과 교육 당국이 당초 내세웠던 1% 목표치보다 훨씬 많은 만점자가 나왔다. 이과생용인 수리 가의 만점자가 3.34%, 문과생용인 수리 나는 3.1%로 목표치의 3배를 넘었고 언어도 2.18%에 달했다. 외국어만 만점자 비율이 1%를 밑돈 0.72%였다. 물수능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당장 논술학원이 때아닌 호황을 맞는 등 부작용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9월 2차 모의수능에선 만점자 비율을 1%로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이도 조절이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수능이 너무 어렵게 출제됐다는 불만이 빗발치자 수능 도입 18년 만에 만점자 비율까지 적시한 `물수능'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정부에 자료를 요청했더니 수능 난이도를 사전에 조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없더라"고 말했다. 시험 난이도는 근거자료가 있더라도 정확히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가 `만점자'의 퍼센티지까지 정한 것은 무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부는 매년 수능을 예년 수준으로 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물수능'과 `불수능' 사이를 오갔다. 이번에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가능성을 이미 모의평가 결과가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1%라는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는지 모를 일이다.

수능을 무턱대고 쉽게 출제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우선 상위권 학생들은 한 문제만 실수해도 원하는 대학에 못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해할 것이다. 당장 8월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에 상위권 수험생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측된다. 수능이 쉬우면 변별력이 사라져 정시보다는 수시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시전형에선 논술과 면접이 당락을 가른다. 여름방학을 앞둔 학원가가 `논술 특수'를 맞고 있는 이유다. 수능이 쉬우면 조금만 더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재수생과 반수생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수능이 쉬운 해에는 재수생이 늘어났다. 이처럼 재수생이 양산되면 사회적 비용이 커질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논술과 면접 등이 중시되면서 사교육 수요도 부추길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쉬운 수능만으론 결코 사교육을 줄일 수 없다. 특히 EBS 교재를 베끼듯 연계해 수능을 쉽게 내는 것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들이 EBS 교재만 열심히 외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한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공교육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발표한 물수능 방침을 거두어들일 수도 없다. 현재로선 `쉬운 수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에 주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무엇보다 사교육을 부추기거나 공교육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교육 당국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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