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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곡 연주는 연주자의 의무"

송고시간2011-06-21 07:05

"새로운 곡 연주는 연주자의 의무"
'현대음악 전도사' 在佛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연주자인 제가 곡을 창조해갈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현대음악의 매력이죠."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향 사무실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50) 파리 국립음악원 교수는 조곤조곤하지만, 강단 있는 어투로 현대음악의 매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새로운 곡 연주는 연주자의 의무" - 2

그는 현대음악계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펴는 연주자 중 한 명이다.

중학교를 마치고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국립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1993년 프랑스 주요 오케스트라인 파리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됐다. 여성 악장이 드물었던 당시에 젊은 동양 여성이 오케스트라를 대표하는 연주자가 돼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는 6개월 만에 스스로 그만뒀다. 현대곡을 연주하고 싶어서다. 그는 파리 오케스트라는 "현대곡을 연주하기 위해 돌아가는 자리였다"고 했다.

그와 현대음악의 인연은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곡가 겸 지휘자인 피에르 불레즈를 만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불레즈가 창단한 현대음악 연주단체인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에 1994년 합류한 것.

"파리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당시 불레즈가 객원 지휘하러 왔어요. 그때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죠. 마침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이 앙상블을 그만둬 제가 활동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죠.(웃음)"

그는 불레즈는 연주자의 최상을 이끌어내는 음악가라고 평가했다.

"불레즈는 한 시대에 몇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음악가로,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제 연주회의 리뷰를 일부러 안 읽는데, 이것도 그에게 배운 것이죠. 혹평이라면 거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호평이라면 더더욱 빨리 잊어야 하기 때문이죠. 파리 국립음악원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리뷰에 얽매이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그는 불레즈의 솔로 바이올린과 일렉트론을 위한 협주곡인 '송가 2'를 1997년 초연했다. 이후 이 곡을 유명 음반 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녹음했으며, 이를 시작으로 여러 음악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등 현대음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물론 "돈도 되지 않는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그를 신기하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그를 바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죠. 하루에 8시간 이상 연습해야 하는 데다 곡에 대해 공부도 해야 하니까요. 그때마다 저는 바흐 등 고전음악으로 돌아갑니다. 예전 음악을 듣다 보면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다시금 생깁니다. 특히 바흐의 곡을 듣는데 바흐는 음악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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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레즈뿐 아니라 파스칼 뒤사팽, 이반 페델레, 미하엘 야렐의 곡을 초연했고, 많은 현대음악 작곡가가 그를 위해 곡을 썼다. 오는 23일 서울시향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필립 마누리의 바이올린 협주곡 '시냅스'도 마누리가 그에게 헌정한 곡이다. 그가 세계 초연한 곡은 50곡이 훌쩍 넘는다.

"저는 새로운 곡을 연주하는 것이 연주자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연주자가 없다면 작곡자가 새로운 작품을 작곡할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현대음악은 듣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지만, 겁내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공연장에 오세요. 듣다 보면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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