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우사진상 수상 작가들 나란히 전시
송고시간2011-05-12 11:22
<일우사진상 수상 작가들 나란히 전시>
아트선재센터 백승우ㆍ일우스페이스 최원준展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일우재단이 제정한 일우사진상의 수상자들이 나란히 전시를 열고 있다.
이미 자신의 색깔을 확고히 구축하고 사진계에서 자리 잡은 백승우(38)와 이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최원준(31)의 전시다.
◇당신이 보는 사진은 진짜인가..백승우展 = 2009년 제1회 일우사진상을 수상했던 백승우(38)는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개인전에서 이전의 작업과 달라진 스타일의 작품을 내놨다.
2층 전시장의 '세븐 데이스' 연작이 대표적이다. 현금 자동 지급기, 땅 위의 물이 만들어낸 형상, 지하철 객차의 의자, 독특한 모습의 건축물 등을 찍은 사진에는 '월요일 아침'이나 '수요일 점심', '토요일 밤' 같은 제목이 붙었다.
이 제목은 작가가 미리 만들어놓은 것이다. 작가는 일주일의 각 요일을 아침, 점심, 밤으로 나눠 21개의 제목을 미리 만든 뒤 사진을 찍고 마음대로 제목을 붙였다.
당연히 제목은 사진의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월요일 아침'이라는 사진의 제목을 '수요일 아침'이라고 바꾼들 아무 문제가 없다.
제목이 사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이전과는 달리 이번엔 관객이 제목에서 기대하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뒤집는 작업이다.
3층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작가가 모아온 사진자료들이 바탕이 된 작업이다.
작동이 멈춘 공장 안의 기계 설비, 재건축 중인 건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얼핏 평범한 스트레이트 사진 같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면 실제 모습을 담은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용도가 다른 사물을 찍은 사진들을 교묘하게 이어 붙인 것임을 깨닫게 된다.
또 다른 아카이브 작업인 '메멘토' 연작도 흥미롭다. 작가는 미국의 벼룩시장에서 산 5만여장의 사진에서 2천700여장을 먼저 골랐다. 그런 다음 평론가와 작가,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등 각기 다른 직종의 인물 8명에게 마음에 드는 사진 8장씩을 고르게 하고 그 밑에 원하는 제목을 적도록 했다.
원래 사진들은 그저 과거의 어느 한 장면을 찍은 것들이지만 8명의 인물은 각자의 생각이나 상상에 따라 사진에 제목을 붙이고 이야기를 부여한다. 이를 보는 관람객은 다시 제목을 보고 나름대로 사진에 또 다른 이야기를 덧붙인다.
사진이 실재를 재현하고 기록한다지만 사실은 사진 속 내용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 작업이다.
작업의 스타일은 달라졌지만 실재(real)와 실재가 아닌 것(unreal) 사이의 관계를 탐색해왔던 큰 틀은 그대로다.
"제 작업 전반을 보면 작품 제목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온 것 같아요. 말하자면 제목이 주는 아이러니 때문에 사진 속 대상을 향한 관객의 시선은 뒤틀어져 버릴 수 있죠. 결국, 이미지란 각자가 만들어낸 허상과 믿음 속에서 수많은 진실로 부유하는 어떤 것일 뿐이란 생각이 들어요."
전시는 13일부터 7월31일까지. 관람료 성인 3천원. ☎02-733-8945.
◇주목받는 젊은 작가 최원준展 = 서소문 일우스페이스에서는 백승우에 이어 지난해 제2회 일우사진상을 받은 젊은 사진작가 최원준(31)의 수상전이 열리고 있다.
직업학교에서 처음 사진을 배웠고 의경 시절 시위 증거수집작업에 참여하며 사진을 공부했다는 작가는 아직 젊지만, 이번 전시가 벌써 6번째 개인전일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 올해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후보로 선정돼 후보전을 앞두고 있다.
작가는 과거의 것이 사라지고 새롭게 개발되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의 작업들은 군부대나 집창촌이 사라지거나 허물어지고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처럼 어떤 장소와 그곳의 기능이 시대와 사회적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에는 올해 한국에 반환되는 의정부의 캠프 클라우드, 뉴타운 지역에 남아있는 방호벽 같은 군사시설, 여의도 환승 센터 지하에서 우연히 발견된 벙커 등 주로 군사시설의 현재 모습을 기록한 작품과 곳곳에 남아있는 전쟁기념비를 찍은 작품 등 35점이 나온다.
작가는 "'끝나지 않은 근대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분단을 증거하는 동시에 아직 끝나지 않은 근대화를 보여주는 증거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6일까지. ☎02-753-6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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