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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를 가다>①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땅

송고시간2011-05-03 10:00

관타나모 수용소 `캠프 델타'
관타나모 수용소 `캠프 델타'

관타나모 수용소 `캠프 델타'
(관타나모 美해군기지<쿠바>=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쿠바 미 해군기지내에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 `캠프 델타' 정면의 모습.
ash@yna.co.kr
2011.5.3

미국이 1903년부터 영구 임차해 해군기지
로 사용2002년부터 알-카에다 요원 수용 시작
절경의 해변과 테러 용의자 수용소가 나라히 자리

<※편집자 주 = 미국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설치한 쿠바 내 관타나모 수용소가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면서 운영 10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수용소의 폐쇄를 추진 중이지만 의회의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수용소는 9.11 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면서 다시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현지 취재를 통해 수용소의 실태를 살펴보고 향후 미래를 조망해보는 특집기사를 4건을 송고한다.>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관타나모 美해군기지<쿠바>=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미국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설치한 쿠바 내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시내의 모습. 2011.5.3 << 국제뉴스부 기사 참조 >>
ash@yna.co.kr

(관타나모 美해군기지<쿠바>=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알-카에다 조직원 등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 중인 관타나모 수용소는 쿠바 남동쪽의 관타나모만(灣)에 있는 미 해군기지에 자리잡고 있다.

120 ㎢(45 평방마일)의 관타나모 기지는 미국 정부가 100여년 전부터 쿠바로부터 영구임차해 사용 중인 곳으로, 미 해군의 해외기지 중 가장 오래됐고, 미국과 외교관계가 없는 외국 땅에 유지되고 있는 유일한 기지이다.

미국은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해병대를 관타나모에 투입해 승리한 뒤 쿠바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 특히 대서양을 횡단하는 선박들에 대한 석탄연료 공급과 허리케인 대피항으로서 관타나모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곳에 기지를 유지해왔다.

미 정부는 1903년 2월23일 쿠바 초대 대통령인 토머스 에스트라다 팔마와 연간 사용료로 2천달러의 미 금화를 내는 조건으로 관타나모에 대한 영구 임대 협정을 맺었다. 1934년에는 사용료를 연간 4천85달러로 인상하되, 양국이 모두 동의해야만 협정을 파기할 수 있도록 하는 `불평등' 조항이 삽입돼 미국의 영구적인 지배의 길을 열어놨다.

1959년 공산혁명으로 집권한 피델 카스트로 정권은 미국에 관타나모 기지의 반환을 요구하며, 임대료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는 1934년 협정 조항을 거론하며 쿠바의 요청을 거부 중이고, 특히 쿠바 공산정권이 초기에 임대료 가운데 1달러를 받은 사실을 지적하며,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해군기지는 1990년대 초반 아이티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보트 피플' 난민들을 수용하기도 했고, 쿠바에서 탈출한 난민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이후 2002년 1월11일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체포된 알-카에다 요원 등 20명이 처음으로 기지에 도착, 지금은 폐쇄된 캠프 엑스레이에 수용됨으로써 테러용의자 수용소로서의 역사가 시작됐고, 인권침해 논란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적국인 쿠바땅에 있는 군사기지인데다 테러 용의자를 수용하는 구금시설까지 있는 탓인지 외국 특파원의 관타나모 방문은 엄청나게 까다로웠다.

기지 방문은 군인가족 및 가족이 이곳에 있는 쿠바계 미국인 등 특정인에 한해 허용되며, 이들도 재무부 산하 외국자산통제국(OFAC)의 특별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특파원의 경우 기지 방문을 위해 수용소를 관할하는 미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태스크포스(JTF-GTMO)의 사전허가를 받는데 한 달이 걸렸다. 수감자나 경비병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은 촬영할 수 없고 민감한 사진 등에 대해서는 사전검열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13쪽짜리 `미디어 기본준칙'에 서명을 하고서야 방문이 허가됐고, 방문은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3박4일간 이뤄졌다.

미국과 쿠바 국경지대
미국과 쿠바 국경지대

(관타나모 美해군기지<쿠바>=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쿠바 내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북동쪽의 미국과 쿠바 국경지대 모습. 2011.5.3 << 국제뉴스부 기사 참조 >>
ash@yna.co.kr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서 관타나모까지 유일하게 운항하는 선샤인 항공의 30인승 소형항공기는 4월25일 3시간여의 비행 끝에 관타나모 리워드 포인트 공항에 안착했다.

공보담당인 매튜 페리 병장(와이오밍 주방위군)의 안내로 들어선 관타나모 시내는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현역군인과 가족, 군납업자 등 약 6천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관타나모 시내에는 필리핀 등 제3국 근로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5층 규모의 아파트가 가장 큰 건물이었고, 군 장병과 가족들을 위한 대형 옥외 체육시설도 보였다.

또 쿠바땅 내에 있는 유일한 맥도널드 햄버거점이 빨간색 바탕에 노란 대문자 'm'을 선명하게 보이며 방문객들을 맞고 있었고, 그 옆에는 역시 쿠바 내 유일한 `서브웨이' 샌드위치점도 보였다.

산악지역은 사막지형으로 선인장 등 사막지형 나무와 식물들이 대거 자생하고 있었고, 대형 도마뱀인 이구아나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산꼭대기에는 전기를 공급하는 4개의 풍력발전 터빈이 한가로이 돌며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페리 병장은 "이구아나가 쿠바에서는 식용으로 사용되는 반면, 관타나모에서는 이를 해칠 경우 멸종동물 보호법에 의해 1천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해서 관타나모 쪽으로 많이 이동해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변은 카리브해의 전형적인 쪽빛 바닷물을 자랑하는 가운데 일반 관광객들은 방문할 수 없는 만큼 오랫동안 청정 해안을 유지해오고 있고, 이곳에 근무 중인 장병과 가족들은 주말에 스노클링과 수영 등을 맘껏 즐길 수 있다.

또한 해변에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지난 1494년 4월30일 2차 탐험 때 이곳에 하룻밤을 머문 사실을 기리는 기념탑도 설치돼 있는 등 40여점의 역사적 기념물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하지만 관타나모는 반대편 해변에는 테러용의자들이 수감돼 있는 `우리시대의 마지막 수용소 군도'가 위치해 있는 천국과 지옥이 교차하는 상징적 땅이기도 하다.

a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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