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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25년..방사능 공포는 '진행형'

송고시간2011-04-25 15:54

체르노빌 참사의 주역 원전 원자로 4호기
체르노빌 참사의 주역 원전 원자로 4호기

(체르노빌<우크라이나>=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체르노빌 참사의 주역 원전 원자로 4호기. 사고 이후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덧씌워 방사성 물질 유출을 차단하고 있다. cjyou@yna.co.kr

암 공포 여전..26일 사고현장에 관계자 대거 방문

(서울=연합뉴스)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기록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26일로 25주년을 맞는다.

폭발로 방출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원전 인근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한 무시무시한 참사가 터진 지 25년이 흘렀지만 방사능 공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금도 주변 지역의 방사능 수치는 정상치를 훨씬 웃돌며 원전을 덮어씌운 콘크리트 구조물의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근 지역 주민의 암발병률은 다른 집단에 비해 훨씬 높고, 기형아 출산율도 급증하는 등 방사능의 피해는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에서 동급의 원전사고가 겹쳐, 끝나지 않은 체르노빌의 공포와 고통이 더 생생히 전해 온다.

한편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와 러시아정교회 관계자 등은 26일 참사 25주년을 기념해 체르노빌 사고 현장을 찾을 예정이라고 AFP 통신 등이 25일 전했다.

◇암 공포 시달리는 '체르노빌의 아이들' =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23분45초(현지시간). 당시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 동북부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호기에서 두 번의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

이 사고로 우라늄·플루토늄·세슘·스트론튬 등 치명적 방사성 물질 10t 이상이 대기로 방출됐다. 45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의 핵 오염 수준보다 400배나 높았다.

방사능 낙진은 바람을 타고 이웃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물론 동유럽과 스칸디나비아 반도, 심지어 미국 동부까지 날아갔다.

지난 2005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유엔 기구와 주요 3개 피해국(우크라이나·벨라루스·러시아) 정부가 주도하는 '체르노빌 포럼'의 보고서는 사고로 인한 직접적 사망자 수가 56명이며, 4천명이 방사능 피폭에 따른 암으로 사망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체르노빌 원전 인근 프리퍄티 마을
체르노빌 원전 인근 프리퍄티 마을

(체르노빌<우크라이나>=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체르노빌 원전에서 가장 가까운 프리퍄티 마을 모습. 사고 이튿날부터 주민들이 소개된 후 지금까지 폐허로 남아있다. cjyou@yna.co.kr

하지만 그린피스 등 민간단체는 2006년 자체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러시아 등 3개국에서만 20만 명이 사망했으며 앞으로 피폭자 9만 3천명이 추가로 암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25년이 지난 지금 이런 우려는 모두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원전 반경 30㎞ 이내 지역은 여전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통제구역으로 묶여 있으며 원전 주변의 방사능 수준은 지금도 정상치를 크게 웃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사고 낙진에 노출된 아동 가운데 지금까지 6천명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또 방사능에 심각하게 노출된 60만명은 일반인 집단에 비해 암 사망자가 4천명이나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진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방사능 낙진에 노출된 아동들의 발암 위험성을 추적 조사한 결과 방사선 피폭량이 많을수록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25년이 경과한 후에도 발암 위험이 낮아지지 않았다는 연구논문을 지난달 발표했다.

낙진 피해지역 주민의 2세에까지 원폭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증언이다.

사고 지역 일대에서는 기형아 출생률이 급증했으며 갑상선 등 암에 취약한 장기가 비대한 상태로 태어나는 신생아도 많이 보고됐다. 이 때문에 사고후 2~3년간 우크라이나 출산율이 급락하기도 했다.

'체르노빌의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피해지역 2세들은 지금도 암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생태계 피해도 진행형이다.

독일 사냥보전협회(DJV) 조사에 따르면 매년 사냥으로 잡히는 멧돼지 44만350마리 가운데 약 1천마리에서 기준치 인 1kg당 600Bq(베크렐, 방사능 측정단위)을 초과하는 방사능이 여전히 검출된다. 심한 경우 검출량이 기준치를 30~50%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원자로를 덮어씌운 콘크리트 구조물 붕괴 우려가 커지면서 당국은 추가 방호벽을 덧씌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되살아오는 공포 = 체르노빌 25주년 기념일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지난달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도 최악의 원전사고가 터져 방사능 악몽을 되살렸다.

체르노빌.. 끝나지 않은 재앙
체르노빌.. 끝나지 않은 재앙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피폭의 영향으로 태어난 몸통이 두 개인 기형 강아지. 키예프의 체르노빌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cjyou@yna.co.kr

당사국 일본뿐 아니라 유럽 등 전세계 곳곳에서 원전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실시한 전세계 47개국 대상 조사에 따르면 원자력에 대한 지지도가 57%에서 49%로 떨어졌다. 사고 후에도 원전에 호의적인 응답자가 부정적인 쪽보다 6%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지만 지지자와 반대자 간의 격차는 사고 이전 25%포인트에서 이후 6%포인트로 급감했다.

지난달 26일 베를린, 함부르크 등 독일 각지에서는 25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원전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일본에서는 도쿄 도심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스위스의 한 원자력 발전 로비그룹의 사무실에 우편폭탄이 배달돼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63%가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태국에서는 국민의 83%가 원전 건설계획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원전 건설을 추진해온 불가리아에서는 80%에 이르던 원전 찬성 여론이 사고 이후 25%로 내려앉았다.

일본 원전위기 이전에도 원전 반대 여론이 60%에 육박했던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달 사고 이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와 공포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원전 르네상스'를 꿈꾸던 세계 원전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각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기준을 갖춘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기존 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추가 건설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동요하고 있다.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면서 역내 70여개 원전에서 약 150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최근 가동 원전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스트레스 테스트)을 실시하는 데 합의했다.

독일은 17개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을 3개월간 실시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1980년 이전 건설된 원전 7곳의 가동을 잠정 중단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19일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무기한 동결했다.

중국도 지난달 16일 신규 원전 승인심사를 잠정 중단한데 이어 지난달말 현재 운영중인 원전 13기와 건설중인 원전 30기, 건설 계획 단계에 있는 90여기 등에 대해 안전점검을 지시했다.

파키스탄은 카라치와 차슈마에 있는 원전 안전을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인도도 20기에 달하는 자국 원자로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진행키로 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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