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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 한국인> ②조지아 이광복씨

송고시간2011-08-04 07:20

<세계속 한국인> ②조지아 이광복씨
뚜렷한 사계절과 천혜의 자연경관 가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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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아시아대륙 북서부,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있고 캅카스산맥과 흑해 연안에 접한 아름다운 나라 조지아(그루지야)에는 서른여섯 명의 한인 동포가 살고 있다.

한인회를 이끄는 이광복(42)씨는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무뚝뚝해 보이지만 따뜻하고 의리있는 현지인들에 반해 조지아에 정착했다"며 "겁을 모르는 타고난 성격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지아는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캅카스(코카서스) 3국'이라 불리는 나라로 이들 3국은 19세기초 러시아의 영토로 편입됐다가 독립, 지리적으로는 아시아에 있지만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동유럽에 가까운 곳이라고 한다.

비철금속 사업가인 이씨는 폐여객기와 탄피 등을 사들여 철 이외의 공업용 금속인 구리ㆍ황동ㆍ알루미늄ㆍ니켈ㆍ티타늄 등을 거둬들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나서 되파는 일을 한다.

쉽게 말하자면 `대형 고물상'을 운영하는 것인데 스스로 비철금속 자원순환 임무를 맡은 `산업계의 그린피스'라 자부한다.

단국대 불문과를 졸업한 그는 종합무역회사의 비철팀 과장으로 근무하던 2003년 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 황동으로 만든 탄피 수거사업이 특수를 누릴 것이라 판단, 직장을 그만두고 친형과 함께 개런티메탈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용감무쌍한 이씨는 전쟁 중인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와 쿠르드 자치지역, 이란 국경지대, 터키, 요르단을 오가며 다국적 파트너들을 만나 사업기반을 다졌다.

이라크전쟁이 끝나자 터키ㆍ조지아ㆍ아제르바이잔ㆍ이란에서 수집한 비철금속을 한국ㆍ중국ㆍ일본ㆍ대만으로 수출하는 한편 2004년부터 조지아에 창고와 가공공장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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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에서 사업을 시작한 초기 이씨는 현지인 파트너에게 40만 달러를 사기당해 비싼 수업료를 톡톡히 치른 바 있다.

그는 "사기사건 뒷수습 과정에서 만난 조지아 친구들과 우정을 나눠 이곳에서 사업을 계속하기로 결심했다"며 "텃세 심하기로 소문난 조지아 비철업계에 아시아인 최초로 자리 잡은 걸 보면 꼭 나쁜 경험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5년 아내 이명진(37)씨를 조지아로 불러들여 수도 트빌리시에 살림을 꾸렷다.

구소련 영토였다가 1991년 독립한 조지아는 인구 450만명의 소국으로 GDP(국내총생산)는 4천800달러, 언어는 러시아어와 다른 조지아어를 쓴다.

조지아는 고대 와인 발상지 가운데 한 곳으로 500여종의 포도로 와인을 생산하며 한국만큼이나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후와 토질이 좋아 농업에 유리한 나라다.

이씨는 "트빌리시의 유황온천은 발모효과가 좋다고 소문이 나서 유럽의 많은 대머리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며 "한국교민 한 분도 유황온천을 즐기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조지아에서 이씨와 아내의 삶은 한국보다는 단조롭다.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교민들을 만나거나 온천욕을 즐긴다.

조지아의 회사들은 출근시간이 오전 10시라서 오전 9시까지도 도로가 한산하지만 이씨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집에서 한국의 거래처들과 국제전화로 업무를 보고 9시30분이 되면 시내 사무실로 출근한다.

또 평소에는 조지아에 머물지만 업무 특성상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오가기에 2004년부터 8년간 터키항공의 조지아-터키-한국 노선 탑승횟수만 172차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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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2007년 조지아 국영항공사 소유 폐여객기 9대를 헐값에 사들였다 되팔아 큰 차익을 남기는 등 매출을 늘려나갔으나 2008년 8월8일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하는 바람에 위기에 직면했었다.

그는 "이라크 전쟁 때는 목숨 말고는 잃을 게 없었는데 조지아-러시아 전쟁에서는 창고와 공장 등 지켜야 할 게 너무 많았다"며 "폭격소리와 진동에 잠을 깨는 등 한 달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버텨야 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씨의 사업은 본 궤도에 올라 작년 연매출 1천200만달러(130억원)를 달성했다.

그에게 조지아의 장점을 묻자 울창한 삼림과 보석 같은 흑해, 전국에 산재한 온천 등 건강증진을 위해서라도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라고 자랑했다.

반면 단점으로는 경제규모의 차이에서 오는 편의시설 부족과 공무원의 융통성 없이 더딘 행정처리, 사업상 모든 문서에 돈을 주고 공증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 등을 들었다.

조지아 한인회는 2006년 8명의 교민으로 출발해 지금은 기업에서 파견한 주재원과 선교사 각각 10명과 이들의 가족 및 한국어 교수 부부와 자영업자 등으로 늘었다.

이씨는 "올해 매출 2천만불 달성 및 5년 안에 조지아 최대의 비철금속 가공업체 운영이 목표"라며 "우리 대사관이 없기에 한인회의 위상을 강화해 교민을 보호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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