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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작가로 한국 찾는 이유는.."

"재일교포 작가로 한국 찾는 이유는.."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 '해바라기의 관' 공연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재일교포 문학은 일본에서 여전히 다른 문화(異文化)로 평가되죠. 한국과 일본 틈에 끼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국 관객을 찾아와 작품을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 같아요."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한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44)가 자전적 희곡을 들고 한국 관객을 찾아왔다. 유 작가는 오는 9~1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재일 한국인이 겪는 정체성 혼란을 묵직한 시선으로 그려낸 '해바라기의 관'을 공연한다.

유 작가는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이 연극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면서 공연을 앞둔 기대감을 드러냈다.

"재일교포 작가로 한국 찾는 이유는.." - 2

재일교포 극단인 신주쿠양산박의 김수진 대표가 연출을 맡은 '해바라기의 관'은 모국어인 한국어를 잊고 살았던 재일교포 청년이 우연히 한국인 여대생을 만나 모국어에 대한 기억을 되찾기 시작하지만 정체성 혼란 속에 파국을 맞게 된다는 줄거리.

유 작가는 "개인적으로 비극을 선호한다"면서 "하지만 관객들은 가족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오히려 마지막 장면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비유하자면 재일교포는 갑작스런 사고로 원래의 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과 같아요. 그래서 끊임없이 제자리를 찾으려고 애쓰는 거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언어인데, 이런 점에서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재일교포의 심리를 담아내려 했습니다."

실제로 가정 불화와 학창 시절 집단 따돌림을 겪으며 수차례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던 유 작가는 스스로의 상처를 소설과 희곡으로 고스란히 담아내 1997년 아쿠타가와상을 포함, 일본의 저명한 문학상을 연거푸 거머쥐었다.

"저는 그 무엇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거죠. 있을 곳이 없는 사람이라 글 속에서 제자리를 가공해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재일 한국인의 처지를 "교두보"라는 단어에 비유하기도 했다.

"교두보라는 게 듣기에 좋은 단어긴 하죠. 하지만 전쟁이 났을 때 가장 먼저 파괴하는 게 다리잖아요. '한류붐'으로 한국 문화가 일본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은 여전해요."

하지만 이러한 '억압'이 유 작가에겐 오히려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 심한 이지메를 당하면서 컸고 문학상을 받을 때도 '조센징 주제에 일본 문학상을 가로챘다'면서 협박 전화를 받았어요. 하지만 제겐 이러한 배척이 오히려 반작용이 됐죠.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유 작가는 요즘 한국어 공부에 한창이라고 한다.

"사실 한국어가 거의 외국어나 다름없죠. 하지만 영어와 다르게 한국말을 들으면 왠지 안에서 밀려오는 울림이 있어요. 'brother'는 머리 속으로 한번 통역을 거쳐야 하지만 '형'이라는 말은 바로 뜻을 알아듣거든요."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서울로 이사올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는 "뿌리에서 떨어져나온 삶이라 한번쯤 고국인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었어요. 제가 여전히 방랑자인지 확인해보고 싶고…. 원래 제가 있던 흙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라며 웃어보였다.

"재일교포 작가로 한국 찾는 이유는.." - 3

newglas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1/03/07 17:2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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