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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혁명의 도화선 SNS> ① 혁명의 네트워크

송고시간2011-02-13 17:10

"독재타도, 끝까지 감시하겠다!"
"독재타도, 끝까지 감시하겠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각)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에서 한 남성이 무바라크 타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언론통제, 공권력 거셀수록 위력 더욱 강해져
사진.동영상 휴대전화로 전송..정서적 반응 유발
정치적 지도자 없이도 대중 자발적 참여 유발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신재우 기자 = "21세기형 미디어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매개로 모인 청년들이 20세기형 독재정권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있다."

튀니지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로 쫓겨난 데 이어 이집트에서 30년 넘게 철권통치를 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도 11일 퇴진했다.

전문가들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도미노처럼 퍼지고 있는 시민혁명의 물결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혁명'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가 정보통신(IT) 분야뿐 아니라 현실정치에서도 '혁명'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일어난 정권 교체의 밑바탕엔 본질적으로 정치적 억압과 궁핍한 경제 현실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언론 통제, 공권력 등에 억눌려 있던 이런 불만과 갈망이 SNS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사회적으로 조직화하면서 거대한 힘을 발휘한 것이다.

◇ 반정부 투쟁의 거점이 된 SNS

튀니지 시민혁명의 도화선은 작년 12월 대학을 나오고도 과일 노점상을 해야 했던 청년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 사건이었다.

곧 잊혀졌을 수도 있을 이 사건에 큰 정치적 무게를 실어준 것은 바로 SNS였다.

SNS를 타고 퍼진 부아지지의 분신 소식은 살인적인 실업률로 신음하던 튀니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앞서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대통령 일가의 불법적인 재산 축적, 정부 관리들의 부패상을 담은 외교문서가 일반에 공개돼 불만에 가득 차 있던 시민들은 분신 사건을 계기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또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망자 소식은 다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빠르게 퍼졌고, 결국 시위는 정권 퇴진 운동으로 확산됐다.

이집트 혁명에서도 SNS의 위력을 빼놓을 수 없다.

수만명이 참가한 지난달 25일의 첫 시위는 페이스북에서 한 청년단체가 집회를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SNS로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만 8만5천여명에 달했다.

시위 전개 과정에서 집회 장소는 물론 경찰의 검거를 피하는 법, 최루탄 대응 요령까지 SNS를 타고 퍼졌다.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인터넷 업체 구글의 중동.북아프리카 마케팅 매니저 와엘 고님이 익명으로 운영하던 페이스북 페이지도 시위의 또 다른 기폭제로 꼽힌다.

그는 작년 6월 경찰의 마약 거래 동영상을 공개했다가 경찰에게 폭행당해 숨진 29살의 청년 사업가 칼레드 사이드의 이름을 따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란 페이지를 개설했다.

고님이 신분을 숨긴 채 운영한 이 페이지는 47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반정부 운동의 거점 노릇을 했다.

카이로 타흐리르(해방)광장에서의 시위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가장 먼저 올라온 것도 이곳이었다.

고님은 이집트 경찰에 11일간 납치되기도 했지만 풀려난 뒤 그가 한 방송 인터뷰는 시위의 불씨를 되살리기도 했다.

시위 도중 숨진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이는 (30년간 독재 통치를 용인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며 흐느끼는 고님의 동영상이 유튜브를 타고 퍼진 다음날 타흐리르광장의 시위 인파는 시위 시작 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뿐 아니다.

이집트 경찰이 비무장 상태의 시위대에 총을 쏘는 동영상, 경찰이 시민들을 고문하는 장면, 정체불명의 차량이 카이로 시내의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사람들을 치는 동영상 등도 인터넷과 SNS를 타고 퍼져 나갔다.

이들 영상이 국제사회로부터 이집트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 시위대에 대한 동정 여론을 끌어내는 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 왜 SNS인가

SNS가 정치 변혁의 물꼬를 튼 국가들의 공통점은 언론이 통제돼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SNS가 통제된 언론 환경에 균열을 내고 감춰진 진실과 억눌려 있던 의견을 전파하는 '대안 언론' 역할을 한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스는 "가난한 독재국가는 언론 자유가 통제되는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탄압을 국가 전체 문제로 확산한다"고 진단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튀니지, 이집트의 언론 상황은 우리의 유신시대와 북한의 중간 정도 상황이었다고 보면 된다"며 "그러다가 1990년대에 위성방송과 인터넷이 조금씩 들어오면서 중동도 꿈틀거렸고, 21세기 개인의 소통 수단인 SNS가 보급되면서 일부 국가에서 혁명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런 준(準)언론 기능은 텍스트뿐 아니라 사진, 동영상처럼 즉각적인 정서적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자료를 누구나 쉽게 생산해 유포할 수 있는 SNS란 매체의 속성에 기인한다.

특히 지역이나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방대한 네트워크는 국제사회의 관심이나 지지를 확보하기 쉬운 여건도 조성한다.

여기에 누구든 소식이나 의견을 통해 여론의 흐름을 바꾸고 사람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SNS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정치적 구심점이나 지도자가 없었음에도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란 지적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는 "1789년 프랑스 혁명, 1917년 러시아 혁명, 1979년 이란 혁명과 이번 이집트 혁명은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로베스 피에르, 러시아의 트로츠키 같은 배후 세력 없이 대중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됐고, 이슬람교와 상관없는 세속 혁명이었다는 것이다.

SNS가 정부의 검열이나 차단 조치 같은 통제를 피할 수 있는 기술적 우회 수단을 가진 점도 한몫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집트에서는 인터넷이 정치에 활용되기 시작한 2005년부터 인터넷과 언론을 탄압하면서 많은 블로거들을 체포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 시위 사태 때도 초기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의 접속을 차단하고 며칠 뒤엔 인터넷망과 휴대전화망까지 통째로 막아버렸다.

그러나 트위터 측은 "트윗은 반드시 흘러야 한다"는 성명을 낸 뒤 구글과 손잡고 인터넷 없이 전화번호와 음성메시지를 이용해 트위터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특별서비스를 실시해 이런 차단 조치를 뚫었다.

한상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휴대전화로 현장에서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즉시 다양한 미디어로 전송할 수 있는 트위터, 유튜브, 블로그 같은 소셜미디어가 이집트, 튀니지의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급속하게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이 게 또다시 즉각적인 행동이나 대답을 이끌어내는 소셜미디어의 '즉응성(卽應性)'이 힘을 발휘한 것"이라며 "특히 소셜미디어가 스마트폰, 무선 네트워크 서비스 등의 기술 발전과 어우러져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윤영민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SNS 자체가 어떤 사회 변동을 일으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그러나 사회의 어떤 국면과 맞물리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매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사회나 정치 변동을 일으키는 미디어는 매스미디어가 중심이었는데 여기엔 매우 제한된 시민만 접근하고 시민들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그러나 SNS는 이미 사람들 손에 들어와 있는 매체"라고 평가했다.

이종화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장은 젊은이들의 높은 교육 수준이 SNS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고 결국 이런 결과를 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튀니지와 이집트의 경우 여성을 포함한 젊은 층의 교육 수준이 매우 높다"며 "교육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은 각성돼 있고 경제적 여건은 어려운 가운데 SNS 같은 첨단매체를 활용할 줄 아는 젊은이들이 정치적 변혁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 다른 국가로도 확산될까

튀니지발(發) 시민혁명은 이집트는 물론이고 요르단과 시리아, 예멘 등으로도 번져나가 이들 나라에서도 SNS를 통해 시위가 조직되고 있다.

서정민 교수는 "궁극적으로 이런 반정부 혁명이 아랍권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1980년대 말 동유럽 공산권이 도미노 현상처럼 차례로 무너졌던 것 같은 속도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천달러에 달하는 아랍에미리트(UAE)처럼 이른바 '오일머니'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나라에서는 국민들이 정치에 큰 불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 개혁 요구가 높은 중국 역시 인터넷에서 '이집트'란 단어의 검색을 차단하고 관영 신화통신의 이집트 시위 관련 보도에 대한 댓글을 삭제하는 등 당장 파장을 차단하는 데 나섰다.

전문가들은 경제력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 국민들은 아랍권 국민들이 갖는 분노와 좌절을 공감하지 못한다며 시민혁명의 도미노가 이들 나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sisyphe@yna.co.kr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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