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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다문화주의 실패' 논란 가열

송고시간2011-02-13 07:40

<유럽 `다문화주의 실패' 논란 가열>
영.불.독 지도자 "다문화 실패" 선언 잇따라
"우파 의식한 정치적 발언", "이주민 규제 강화될 듯"

(베를린.파리.런던=연합뉴스) 김경석 김홍태 이성한 특파원 =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을 주도하는 국가들이 잇따라 다문화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들어 약속이나 한 듯이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이 다문화주의 실패를 공식 선언하고 정책변화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다문화주의란 급속히 진행된 세계화에 발맞춰 단일 민족국가들이 갖고 있는 기존 문화에 이주.난민 등으로 유입된 다른 민족들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교류,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과거 식민시절부터 시작된 이주민 역사가 유럽연합(EU)으로 묶인 이후엔 더욱 가속화돼 동유럽은 물론 인도, 파키스탄, 아프리카 등으로부터의 이주민들이 대거 유입됐다.

이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는 이주민들로 인해 실업률이 높아지고 주택난이 심화되고 있으며 복지예산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등의 불만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불만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실업률이 치솟자 더욱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질적인 민족과 사회 집단, 문화 등의 통합이나 융화가 이들 국가의 시급한 공통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불만을 토양 삼아 극우 민족주의적 정당들이 발호하는 상황이다. 최근엔 중도우파 정당들까지도 선거를 의식, 우파 유권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외줄타기식' 발언에 나서고 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 영국 `뿌리깊은 이주민 차별' = 자메이카인 415명이 지난 1948년 6월22일 런던 근교의 한 항구를 통해 집단 이주한 이후 영국에는 반 세기 동안 끊임없이 이주민들이 밀려들었고 이들의 통합은 영국 사회의 커다란 숙제가 돼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이주민 통합과 관련해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소극적 관용을 원칙으로 하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가 실패했고 이로 인해 이슬람 극단주의가 뿌리를 내렸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영국적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무슬림 단체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삭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보수당 내 뿌리깊은 정서가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월에는 법무.내무장관을 지낸 야당인 노동당 중진 잭 스트로 의원이 영국 내 파키스탄계 젊은이들이 어린 백인 소녀들을 성적인 노리개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2~18세 여성들을 유인해 술과 약물을 먹인 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2명의 파키스탄계 남성이 최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이같은 인종차별적 시각을 드러냈다.

지난 2005년 런던 도심에서 52명의 목숨을 앗아간 7.7 테러 사건이 소외되고 차별받은 이주민 2세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영국 사회는 이주민들의 정착 문제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당시 문제가 확산되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영국의 관용 정신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스웨덴에서 발생한 자폭 테러 사건 용의자도 영국에서 태어나서 자라 고등교육을 받은 이민 2세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런던에서 열린 무슬림 국제회의에 참석하려다가 당내 반발로 무산된 사이에다 와르시 보수당 의장은 이슬람 혐오증이 영국 중산층까지 물들이기 시작했다면서 이로 인해 폭력이 양산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인도, 파키스탄 등 예전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 출신의 경우 이민 1세대는 그런대로 큰 갈등을 표출하지 않았지만 2,3세대들은 뿌리깊은 차별에 적응하지 못해 사회 갈등의 핵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 1세대는 본인의 선택에 따른 책임감으로 부당대우, 멸시 등을 참아내지만 2.3세대는 이에 대해 분노하고 테러 조직은 이들을 집중적인 포섭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 통합을 위한 영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영국인들은 미국, 캐나다, 유럽 등 다른 나라 사람들 보다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보수당 정부는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이민정책을 엄격하게 바꾸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캐머런 총리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는 보수당 내 우파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시각과 보수당이 실제 이주민 유입을 강도높게 제한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는 해석이 엇갈린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싱크탱크 `센트리'의 하라스 라피크는 "노동당 정부 아래에서는 비폭력 극단주의자들과 연계를 맺고 그들을 지원하면 결국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를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보수당 정부는 이러한 접근법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총리실은 총리의 발언이 큰 방향만을 제시한 것이고 세부적인 것은 연구단계라고 밝혀 새로운 이주민 정책 도입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영국 정치 센터 스티븐 필딩 소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총리가 연립정부 내에서 소수파인 자유민주당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는데도 (우파적인) 발언을 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면서 보수당 내 우파들을 의식한 것이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 독일 메르켈 총리 "다문화 완전 실패"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10월 "다문화 사회를 건설해 함께 어울려 공존하자는 접근법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발언은 반외국인 정서가 정치권의 주류로 진입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외국인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하는 것이 부쩍 늘고 있다.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은 "이슬람은 기독교,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독일의 한 부분"이라면서 그러나 이주민은 독일어를 습득하는 등 독일사회에 통합되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도 "독일어를 못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독일 문화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기독교적 가치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이사였던 틸로 자라친은 '독일이 자멸하고 있다'는 제목의 저서에서 이슬람 이민자들이 독일 사회 동화에 실패했고 자녀가 너무 많은 데다 교육 수준도 낮다면서 여기에는 사회적인 배경뿐 아니라 유전적 요인도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독일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출간 1주일 만에 베스터셀러 1위에 올랐고, 독일인 5명 중 1명은 자라친이 창당하면 표를 주겠다고 응답했다.

이것은 과거 극우적으로 치부되는 반외국인 발언들이 최근 들어 '일리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독일인 3명 중 1명은 외국인이 너무 많다면서 일자리가 부족할 경우 그들을 본국으로 되돌려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기성정치권도 극우세력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는 이같은 주장을 일부 수용해 정책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집권 기독교민주당(CDU)의 바이에른주 자매 정당인 기독교사회당(CSU)의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 겸 바이에른 주총리는 "다른 문화권의 이민자들은 사회 융화가 어렵다"면서 이제 터키와 아랍 국가들로부터 이민을 더는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숙련공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터키와 같은 이슬람권 국가를 배제한 채 남유럽 및 동유럽 인력만을 독일로 끌어들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독일 사용자연맹(BDA)의 디터 훈트 회장은 이민자의 사회 융화 문제에 관한 논란으로 인해 독일에 꼭 필요한 외국인 숙련 노동자들이 독일을 기피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훈트 회장은 경기 회복과 인구구조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숙련 노동자 부족 현상은 앞으로 더욱 악화할 것이고 이에 맞춰 외국인 숙련 노동자의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우리는 모두 다른 나라에 있는 이해 당사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 사르코지 "프랑스 단일 공동체에 동화돼야" = 사르코지 대통령은 10일 밤(현지시간) TF1 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다문화주의는 실패한 것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사르코지는 "우리는 공동체들이 서로 공존하는 사회는 원하지 않는다"면서 "프랑스에 있다면 (프랑스라는) 단일 국가 공동체에 동화돼야 하고,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프랑스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다문화주의와 관련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500만-600만명에 이르는 무슬림들을 직접 거명하면서, 이슬람을 인정하지만 '프랑스식 이슬람'이 아닌 '프랑스 안에서의 (자기들만 누리는) 이슬람'은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사실 '이민자의 천국'이었던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에서 다문화주의는 공식적으로 실패라고 규정지어지지 않았을 뿐 성공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지난 2005년 파리 교외에서 발생한 인종폭동 등 일련의 소요사태들을 놓고 봤을 때 이민자에 대한 단순한 사회.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외국인 정책이 불충분하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미 자신이 취임하기 전부터 엄격한 이민정책이 시행돼 왔음에도 불구, 경제위기 속에 가속화하는 실업문제와 재정 악화 등을 빌미로 지난해부터 강력한 반이민자 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한여름에 루마니아 집시 등 동구권 불법 체류자인 이른바 '로마'들을 단속해 이 가운데 수백명을 강제 출국시켰고 이어 여성들의 부르카 금지법안도 성사시켰다. 체류증 심사가 강화된 것은 물론이다.

이민자들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고 이들을 사회에 융화.통합시키려는 '다인종.다문화 중심 정책'이 사실상 폐기되는 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처럼 반(反) 이민자 정책을 펴는 것은 내년 5월 실시되는 차기 대선과도 연관이 있다.

역대 최저인 3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사르코지로서는 자신의 든든한 지지층인 우파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소수인 이민자, 특히 극단주의로 나가는 이슬람인들에 대해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프랑스인의 48%가 이민자들 때문에 경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변이 나왔을 정도로 프랑스인들의 이민자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이 새 대표에 취임하기 한달 전인 작년 12월 이슬람 사원에서 예배보는 무슬림들이 거리에까지 나와 기도하는 것을 나치의 프랑스 점령에 비유한 것은 프랑스인들의 우파적 인식을 자극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ofcour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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