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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개 연극상 수상한 배우 박완규

송고시간2011-01-10 08:30

<인터뷰> 3개 연극상 수상한 배우 박완규

<인터뷰> 3개 연극상 수상한 배우 박완규 - 2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객원기자 = 서울에서의 연극배우 생활 초기, 박완규는 소속극단인 백수광부에서 사고를 하나 친다. 술이 원수였다. 아침 특별공연이 있기 전날 친한 친구와 술을 먹고 잠든 후 극단 동료가 황급하게 집까지 찾아와 "공연이 있는데 왜 극장에 나오지 않느냐"고 깨우는 바람에 놀라 일어난 것이었다. 그의 불찰이었다. 기강확립을 위해 극단은 그에게 짧지 않은 기간의 근신처분을 내렸다. 근신의 내용은 무대 근처에서 얼씬거리지 말라는 것. 배우에게는 참아내기 힘든 형벌이었다.

근신 기간에 그는 완전 외톨이였다. 충남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다녔기 때문에 서울에는 친구도 없었다. 아들이 배우생활을 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고향 부모에게 돌아갈 수도 없었다. 어디도 나가지 않은 채 매일 하숙집에 틀어박혀 지냈다. 누구도 보기 싫었고, 스스로 왕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히키고모리(은둔형 외톨이)였다.

지난해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대에 올려진 '잠 못드는 밤은 없다'(히라타 오리자 작ㆍ박근형 연출)에서 미쓰루라는 이름의 히키고모리 역을 맡게 되었을 때 그는 자연스럽게 근신 때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어도 그때는 정말 너무 힘들고 괴로웠어요. 누구에게도 연락하고 싶지도 않고, 하숙집에서만 혼자 지냈어요. 제 잘못에 대해 엄청 반성을 하면서도 '왜 사람들이 나를 미워할까?'라는 괜한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그때의 제 모습이 히키고모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박완규 배우가 이런 느낌으로 역할 연습을 하고 무대에서 연기를 한 결과가 지난해말 그에게 주어진 세 개의 주요 연극상, 즉 히서연극상의 '기대되는 연극인상'과 대한민국 연극대상의 '남자신인연기상', 동아연극상의 유인촌신인연기상이다.

이런 상들이 '잠 못드는 밤은 없다' 오직 한 작품에서의 역할 때문에 주어진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백수광부의 '안티고네'(소포클레스 원작ㆍ김승철 연출), 극단 골목길의 '아침드라마'(박근형 작ㆍ연출) 등에서 그의 연기는 훌륭했고, 그를 수상자로 결정하는데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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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기력이 배우생활 초창기부터 빨리 발휘된 것은 아니다.

"백수광부에 들어와서 처음 무대에 선 것이 워크숍공연이었던 '오해'(카뮈 작ㆍ류주연 연출)였는데 제 연기는 완전 '쓰레기'였어요. 대사도 제대로 안 나오고, 동작도 안됐어요. 저 자신도 큰 충격을 받았고, 주변으로부터 욕도 많이 먹었어요. 그러다가 2001년 10월 백수광부 정기공연 작품 '불티나'(김태웅 작ㆍ이성열 연출)에서 나만이라는 이름의 거지 역을 맡고서부터 조금씩 나아진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발전하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도 들었구요."

그때 이후 한 작품들이 윤영선 연출의 '벚나무 동산'(체홉 작), 김동현 연출의 '눈속을 걸어서'(기타무라 소우 작), 이성열 연출의 '굿모닝 체홉2'(체홉 원작), 홍은지 연출의 '사막을 걸어가다'(백수광부 공동창작), 이성열 연출의 '자객열전'(박상현 작) 등이다.

구히서 평론가의 표현대로 그는 "무대에 등장하면서 얼른 주요 배역을 맡아 쉽게 무대중심으로 진출한 배우가 아니며, 무대 주변에서 시작해 천천히 중앙으로 옮긴 배우"였다.

그가 중요한 역할을 맡아 일반관객의 눈에 뜨일만한 연기력을 처음 드러낸 작품은 백수광부 입단 8년만인 2009년 2월 홍대앞 산울림소극장 무대에 올려졌던 '뉴욕 안티고네'(야누쉬 그오바츠키 원작.이성열 연출)다.

"'뉴욕 안티고네'에서 벼룩 역을 맡았는데 이성열 연출님이 그때 처음으로 '이제 어디 밖에 나가서 배우라고 해도 되겠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또 그때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님이 저를 눈여겨보게 된 계기도 됐구요."

그 이후 박완규 배우는 박근형 연출의 '너무 놀라지 마라'(지방공연) '갈매기' '고래' '오이디푸스'(지방공연) '잠 못드는 밤은 없다' '사마 이야기' '아침 드라마'에 잇따라 출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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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좀 우울한데가 있어서 그런지 '잠 못드는 밤은 없다'의 초기 준비과정에서 박근형 연출님이 히키고모리 역은 박완규가 맡기로 되어있다고 일찍부터 주변에 얘기를 해 두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었어요."

박근형 연출은 "좋은 배우란 혼신의 힘을 다하는 축구의 박지성 같은 배우"라고 전제한 후 박완규를 "그런 자세로 뛰는 배우이며 그래서 헛발질을 해도 관객이 존중한다"고 평한다.

지난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안티고네'에서의 크레온 역할에 스스로 애착이 가는지 그는 다른 비슷한 역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다.

"제가 이번에 상을 받게 된 것은 훌륭한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배우로서의 열정과 에너지를 펼칠 수 있었으니까요. 앞으로는 기회가 닿으면 오이디푸스나 오셀로 역 같은 것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최근 최원종 작ㆍ연출의 '에어로빅 보이즈'에서 피트니스센터 종업원으로 변신한 데스메탈그룹 멤버 대환 역을 해낸 박완규 배우는 상반기 중에는 백수광부 창립 15주년 기념작의 하나로 무대에 올려지는 이성열 연출의 '봄날'(이강백 작)에 출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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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 배우는 충남 논산 태생으로 1977년 2월 생. 대전 한밭고등학교와 혜천대학교 관광영어통역과 졸업했다. 연극은 성당에서 성극(聖劇)을 하고, 대학 축제 때 '미녀와 야수'(야수 역)와 '피터팬'(후크 선장 역) 등 두 편의 영어연극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혔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익근무를 마친 후 서울에 올라와 2001년 백수광부에 들어가면서 전문적인 배우생활을 시작했다.

ringcyc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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