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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북 강경책, 역효과 낳아"<美 전문가>

"한국의 대북 강경책, 역효과 낳아"<美 전문가>
치노이 CNN 칼럼서 "한국 고위관리 대북상황 오판"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북한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잘못된 상황 판단에 기초해 상당한 역효과를 낳았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가 지적했다.

CNN의 아시아 담당 수석기자를 역임한 마이크 치노이 남캘리포니아대학(USC) 미중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일 CNN 인터넷판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치노이 연구원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문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한국의 관리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악화하고 3남 김정은에게 권력을 승계하는 계획이 위험에 처하면서 북한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생각을 미국에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관리들의 주장은 궁지에 몰린 북한이 점점 취약해지고 있어 강경하게 나가면 북한의 강경정책을 완화시키거나 붕괴를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이어진다며 북한에 대한 이런 평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정책의 핵심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치노이 연구원은 그러나 문제는 2011년이 도래한 현 시점에서 한국이 '틀렸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의 대북 강경노선은 북한을 핵 능력을 확장을 막고 한국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완전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각종 증거들과 북한의 행동들을 보면 북한 정권이 붕괴에 직면했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김정일은 여전히 비교적 건강하며 누가 보더라도 권력 장악에 문제가 없는데다 권력승계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치노이 연구원은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된 미국과 한국 관리들의 대화내용을 언급하며 한국의 대북.외교라인의 고위 관리들이 북한이 끝으로 치닫고 있어 강제와 압력이 효과를 볼 것이라는 식으로 북한 상황을 오판했다고 비판했다.

2009년 4월 23일 당시 이상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에게 북한의 경제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북한에서 일부 엘리트들 사이에 불만이 있으며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정일이 육체적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말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009년 6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과 엄청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으며 상황은 100만명이 기근으로 숨진 1996~1997년보다 더 나쁘다"면서 "김정일의 건강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북한은 당분간은 지속하겠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이 인내력을 갖고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11일에도 유명환 당시 외교부 장관은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대북인권특사에게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이 "순조롭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근무하는 다수의 북한 고위관리들이 최근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말했다.

현 외교부 장관인 김성환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해 2월 캠벨 차관보에게 북한 당국이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열차에서 폭탄을 찾아내는 등 북한 내부에서 무장저항 등 불안정이 심화하고 있다는 정보 당국의 분석도 전달한 바 있다.

같은 달 천영우 당시 외교차관(외교안보수석)도 스티븐스 대사와 오찬에서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있고,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2~3년 내에 정치적으로 붕괴할 것"이라면서 중국 고위관리들이 남한 주도의 통일을 편하게 생각하고 북한이 완충국가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는 내용도 전했다.

치노이 연구원은 한국 고위관리들의 이같은 상황 판단은 "북한의 붕괴가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며 중국도 이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을 계속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관리들 사이의 최근 대화내용을 보면 북한의 현실은 한국이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그는 지적했다.

2009년 9월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에게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아 보였고 여전히 술을 마셨다"며 "북한의 국내상황이 안정적이며 정상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치노이 연구원은 다이 국무위원 외에도 평양에 있는 국제구호단체 요원이나 북한을 찾은 미국인 방문객들 역시 북한이 정치적 혼란에 빠져 있다는 어떤 징후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행동 역시 특별한 붕괴 징후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해 2번이나 중국을 방문했고 북한은 9월 노동당 대표자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10월에는 외신을 초청해 당 창건 65주년 기념식을 치렀다.

치노이 연구원은 만약 감정일의 건강이 심각했었다면 결코 외신을 초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포격은 북한이 전형적인 잔혹한 방식으로 강경노선을 고수하는 한국에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인 북한 상황이 많은 사람에게는 비극이겠지만 경제위기가 정치적 파탄을 초래할 것이란 증거는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조잡한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마치 (한국의) 북한 붕괴 시나리오가 현재까지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한반도에서 일을 계속 꾸며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공개한 것에 대해 "미국이 양자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핵개발 능력을 계속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치노이 연구원은 CNN 베이징 특파원 시절 북한을 14차례 방문 취재한 경험이 있으며 미국 내에서는 진보적 전문가로 분류된다.

js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1/01/02 16: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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