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배추값 폭등, 김장파동에 대비해야
송고시간2010-09-30 11:58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배추값이 치솟아 김장 파동까지 우려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배추 1포기가 1만1천600원에 판매되고 있다. 2010.9.28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배추값 폭등으로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깊어간다. 가족의 식탁을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에게서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배추값이 한 포기에 1만원선을 훌쩍 뛰어넘었다니 그러고도 남는다. 지난 27일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는 배추 소매가격이 포기당 1만3천800원으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추석 직전 포기당 9천800원에 팔렸던 것에 비하면 4천원이나 올랐다. 다른 대형 할인점에서도 배추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는 소식이다. 비단 배추만이 아니다. 배추와 함께 필수 김장재료로 꼽히는 무와 대파도 가격이 폭등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8일 이마트에서는 배추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3.9% 뛰었고, 무는 개당 209.3%, 대파(700g 이상)는 186.8%나 올랐다. 배추값 폭등세로 포장 김치나 즉석 김치도 물량이 달리면서 값이 덩달아 뛸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배추 등 김장용 채소값이 가까운 시일 안에 안정세로 돌아설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태풍 곤파스와 기습 폭우 등의 영향으로 가을 배추 작황도 썩 좋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김장철에 접어들기 전에 채소 수급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김장 파동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가 이미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서 배추값 폭등은 서민 가계에 적지않은 부담을 추가로 안겨주고 있다. 지난달에는 잦은 폭우와 불볕더위 탓에 정부가 통계를 내는 생활물가 152개 품목 중 4분의 3인 114개 품목의 값이 올랐다. 채소류는 대부분 큰 폭으로 가격이 뛰었다. 김치는 서민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데 지금처럼 배추값 폭등세가 이어지면 서민의 고통은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이 29일 긴급히 당정회의를 열어 배추값 안정 대책을 논의한 것도 바로 그런 까닭에서였을 것이다. 치솟는 채소값 때문에 친서민 정책기조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당정은 중간 유통상인들의 매점매석이 배추값 폭등을 부추겼을 수 있다고 보고 단속 강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유통과정에서 실제로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생산자에게 가격상승에 따른 혜택이 거의 돌아가지 않을 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급을 왜곡시키는 이런 행위는 철저한 조사와 단속을 통해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곧 배추 등 채소값 폭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가격 폭등세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책에는 국내산 배추 출하를 최대한 앞당기고 수입을 늘리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적인 대책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배추 등 채소값이 이처럼 폭등하는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 상응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요즘 채소값 폭등 원인을 놓고 4대 강 사업 때문이니, 터무니없는 얘기라느니 말들이 많다고 한다. 정부는 봄 저온과 여름철 폭염, 잦은 비 등 이상기후와 병충해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지만, 야당이나 농민단체에서는 4대 강 공사로 채소재배 면적이 줄어든 것이 큰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대 강 사업 때문에 영향을 받는 채소 재배면적은 극히 적기 때문에 채소값에 대한 영향도 미미하다는 것이 정부의 해명이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로든 배추를 비롯한 주요 채소 면적이 적정 수준을 크게 밑도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런 상황을 쉽게 반전시킬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정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지난 2년 사이에 이런저런 이유로 줄어든 농경지 면적이 4만7천㏊(1㏊는 3천25평)에 달한다고 하지 않는가.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0/09/30 11:5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