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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뜨겁게 달구는 괴담과 음모론들

송고시간2010-09-27 07:29

미국 대선전이 한창이던 지난 2008년 11월 1일 당시 미 민주당 대통령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서 군중에게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자료사진)

미국 대선전이 한창이던 지난 2008년 11월 1일 당시 미 민주당 대통령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서 군중에게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자료사진)

"내가 이슬람교도?" 오바마도 루머에 혼쭐
우리나라에도 허무맹랑한 괴담 너무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오바마는 기독교도가 아니고 이슬람교도다. 오바마는 미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도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노린 음모론이나 괴담이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버락 오바마 후보자를 낙선시키기 위한 음해성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오바마 후보 선거캠프에는 비상이 걸렸고 루머 확산을 막기 위해 '파이트 더 스미어스(Fight the Smears)'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루머 퇴치에 나섰다.

이런 적극적인 대응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고 오바마 후보는 결국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달 '퓨 리서치 센터'가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미국 국민의 18%가 오바마 대통령을 이슬람교도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뉴욕 맨해튼의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와 코란 소각 소동 사건을 둘러싸고 또다시 이런 악성 루머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극우 보수성향의 공화당원들이 정치적으로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이 같은 악의적인 선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괴담이나 음모론은 특정 국가 내부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강대국은 세계 패권을 잡으려고, 그리고 약소국들은 자국을 괴롭히는 강대국에 맞서려고 일부러 유언비어를 만들어 유포시키기도 한다.

총칼을 앞세운 전쟁이 줄어드는 대신 유언비어를 동원한 심리전이 지구촌을 들끓게 하고 있는 것이다.

◇ 대형사건 뒤엔 언제나 음모론

지난 2001년 미국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9.11 테러' 직후 '이 사건은 미국 정부가 꾸민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이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미국이 이슬람권 응징을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알-카에다의 테러 계획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에서부터 직접 테러를 감행했다는 주장까지 담고 있다.

심지어 2006년에는 이런 음모론을 바탕으로 석연치 않은 테러 정황을 조목조목 제시한 다큐멘터리 영화 '루스 체인지'까지 나와 음모론에 기름을 퍼붓기도 했다.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사고로 숨지면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살해됐을 것'이라는 음모론도 항상 따라 다녔다.

1963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총격으로 숨진 케네디 대통령과 관련된 음모론은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유명하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 저격범으로 지목된 리 하비 오스왈드가 살해되자 배후를 둘러싼 음모론은 더욱 증폭됐다.

암살 배후로는 쿠바나 미국 중앙정보국(CIA), 옛 소련의 KGB, 그리고 마피아 등이 거론된다.

지난 1997년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가 프랑스에서 교통사고로 숨졌을 때도 음모론이 제기됐다.

당시 다이애나는 이슬람교도이던 연인 도디 알 파예드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으며 이를 알게 된 영국 왕실이 정보기관 요원들을 동원해 두 사람을 암살한 것이라는 주장이 도디의 아버지를 중심으로 계속 제기됐었다.

외계인과 관련된 이야기도 루머와 음모론의 단골 소재다.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공군기지 '에어리어 51'은 군사기지가 아니라 외계인의 존재와 미확인비행물체(UFO)에 관한 정보들이 숨겨져 있는 곳이라는 설도 유명하다.

미국 정부가 비밀리에 외계인 연구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사막에 기지를 세워놓고 민간인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에이즈 바이러스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특정 지역의 인종을 몰살시키기 위해 고의로 만들었다는 주장, 아폴로 11호 달착륙은 연출된 것이라는 설, 미국 CIA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구의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신종플루를 퍼뜨렸다는 등의 온갖 루머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왔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상의 모든 일이 투명하게 규명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사회라도 유언비어나 괴담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사회 뒤흔든 괴담들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괴담으로는 '학교 괴담'을 들 수 있다.

1990년대 '홍콩 할매 귀신'은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을 두렵게 했던 대표적인 괴담이었다.

여러 버전이 있지만, 대략적인 줄거리는 홍콩 여행을 가던 할머니가 비행기 사고로 숨진 뒤 고양이의 영혼을 입고 다시 살아나 얼굴의 반쪽은 할머니고 반쪽은 고양이인 모습의 귀신이 돼 하교하는 학생을 잡아먹는다는 내용이다.

당시 널리 퍼진 이 괴담으로 아이들이 느낀 두려움은 너무나 커서 '무서워서 학교에 못 가겠다'는 학생이 나올 정도였고 공중파 뉴스에서는 '유언비어에 동요하지 마라'는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김민지 괴담'도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특정할 수 없는 시기에 한국조폐공사 사장의 딸인 김민지 양이 유괴돼 토막 살해됐는데, 딸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던 사장은 죽은 딸의 원혼을 달래려 동전과 지폐에 딸의 흔적을 숨은 그림처럼 하나씩 남겨놨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십원짜리 동전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90도 돌리면 다보탑 하단 부분이 한글 '김' 자로 보이고, 천원짜리 구권 지폐에서 왼쪽 아랫부분으로 빠져나온 투호 살에 'min'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오백원짜리 동전의 학의 발은 토막 난 손을 그린 것이고, 1만원권에는 두 다리, 5천원권 지폐에는 딸의 무덤이 그려져 있다는 내용의 괴담은 꽤 그럴듯하게 들려 학생들의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자극했다.

당시 조폐공사에서는 괴담이 확산하자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라고 일축한 바 있고 한국조폐공사 창립 이래 김민지라는 딸을 둔 사장은 없어 괴담으로 판명 났다.

◇ 언론통제 심할수록 괴담 난무

괴담과 유언비어의 배경으로 학교와 더불어 군대도 빼놓을 수 없다.

군에서 제공하는 식사나 건빵 등 부식에 정력감퇴제가 섞여 있다는 것도 광범위하게 퍼진 유언비어였다.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장병의 성(性) 관련 사고와 일탈을 막기 위해 국방부에서 계획한 것이라는 논리를 가진 이 루머는 상당수 현역·예비역 병사들 사이에서 의심을 샀다.

이에 대해 이상범 국방부 물자관리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투명하게 관리되는 자제 납품과정과 각 부대의 취사병이 직접 조리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모르게 약품을 섞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예전에 건빵에 들어 있던 별사탕에서 하얀 물질이 나와 이것이 약품이라는 루머가 돈 적이 있었는데 사실은 설탕이 잘 뭉칠 수 있도록 좁쌀을 넣었던 것"이라며 오해가 생겼던 배경을 설명했다.

김호기 교수는 "우리 사회는 1970~80년대 군부 권위주의 시대를 경험하면서 언론이 통제되고 중요한 사실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적이 많아 이런 문화 속에서 사람들이 논리적인 설명을 찾는 과정에서 괴담과 유언비어가 횡행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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