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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한국미술사강의' 유홍준 교수

<사람들> '한국미술사강의' 유홍준 교수
"김원룡 선생 책 이래 40년만에 던진 도전장"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책상에 앉아 밑줄을 치면서 공부하는 한국미술사가 아니라, 소파에 기대어 편히 읽을 수 있는 한국미술사를 쓰고자 했습니다."

숭례문 화재의 여파로 문화재청장직에서 물러난 지 2년 반이 지나 지금은 본업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로 있는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여전히 청산유수같은 언변을 쏟아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리 1시간가량이나 쉼 없이 그가 생각하는 한국미술사론(論)과 그것을 한군데 집약하고자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다는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눌와 펴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책 출간을 기념해 13일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난 유교수는 출판사 측에서는 '한국미술사 개론'과 같은 제목을 선호했지만, 굳이 그 자신이 고집해 책 제목에 '강의'라는 말을 넣었다고 말했다.

"개론이라고 하면 너무 딱딱한 느낌이 드는 데다, 내 얘기를 할 만한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지 않겠어요. '강의'라고 하면, 나는 한국미술을 이렇게 본다는데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겠습니까?"

하지만 때로는 너무 기고만장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의 유홍준 특유의 자신감은 변함이 없었다.

<사람들> '한국미술사강의' 유홍준 교수 - 3

선사시대 이래 근대에 이르는 한국미술의 흐름 전체를 개괄하기 위해 기획한 이번 '미술사 강의'가 아직 전체 3권 중 발해편까지를 다룬 제1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유 교수는 자신의 이번 책이 "1969년 김원룡 교수의 '한국미술사'가 나온 이래 약 40년 만에 제대로 던진 도전장"이라고 자신했다.

또 기존 미술사 개론서와는 차별화를 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미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한국미술사 또한 당연히 인류의 역사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지요. 왜 단군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그래서인지 그의 책은 첫 절 제목부터가 '인류의 탄생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다.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인류의 시작에서 출발해 한반도로 넘어와 검은모루동굴과 전곡리 유적지를 징검다리로 삼아 한국미술로 넘어간다.

나아가 서양이나 한국을 막론하고 건축ㆍ회화ㆍ조각ㆍ공예의 네 가지 분야로 나눠 기술하는 기존 미술사 개론서의 방식, 일본의 민속학자 야나기 무네요시 이래 한국미술의 특징을 기술하는 데서 시작하는 한국미술사의 기존 기술방식을 모두 버리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왜 한국미술을 미술사 분석의 틀에 끼워 맞춰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그는 "건축ㆍ회화ㆍ조각ㆍ공예라는 틀을 버리고 (이번 책이 다룬 선사 이래 발해까지) 한국미술은 고분미술과 불교미술의 두 가지 범주로 나누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미술의 특징은 이웃 중국과 일본미술과 비교해 보아야 제대로 드러난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동아시아 미술사 시각'에서 한국미술을 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미술의 기원을 따지는 방식도 고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리 미술사는 너무나 뿌리가 어디인지를 따지는 데 집착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미술사는 이를 콤플렉스로 여깁니다. 우리가 발달한 중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왜 콤플렉스가 되어야 할까요? 수용자의 적극적인 선택이 오히려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유 교수는 "서양 중세가 기독교 문화가 판친 시대라 해서 누가 그 문화를 이스라엘 문화의 아류라고 하는가?" "르네상스 시대 독일 화가 뒤러가 이탈리아 여행을 갔다가 그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을 만들었다 해서 누가 뒤러를 이탈리아 아류라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마찬가지로 "고려청자가 중국 청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콤플렉스는 결코 아니다"면서 "중국 청자가 중국 청자로 끝났으면, 그것은 중국 역사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고려청자가 등장함으로써 동아시아의 미술이 되었다"고 말했다.

<사람들> '한국미술사강의' 유홍준 교수 - 2

그가 구상하고 이번에 그 1부작이 선보인 한국미술사는 'History of Korean Art'(한국미술의 역사)가 아니라 'Story of Korean Art'(한국미술 이야기)임을 강조하는 유 교수는 "그래서 내 책이 답사 가이드북으로 팔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통일신라와 고려시대를 다룰 후속 2작은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선보일 예정이며, 마지막 3부작은 2012년 무렵을 출간기점으로 잡고 있다고 유 교수는 말했다.

412쪽. 2만8천원.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0/09/13 15:0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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