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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아랍연극 '1호' 구미란씨

송고시간2010-08-15 07:07

<사람들> 아랍연극 '1호' 구미란씨
국내 초연 아랍연극 '왕은 왕이다' 번역ㆍ각색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이런 왕궁은 아랍풍이 아니라 페르시아풍이에요. 푸른색 말고 좀더 황토색으로 분위기를 바꿔야 할 거 같은데…"

지난 13일 찾아간 세종문화회관 연습실. 다음달 아랍 연극으로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왕은 왕이다' 개막을 앞두고 제작진이 막바지 무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작진 틈에 끼어 무대 시안을 보면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구미란(44)씨.

국내에서 유일한 아랍연극 전문가인 그는 서울시극단의 의뢰를 받아 시리아의 대표적 극작가인 사아달라 완누스의 '왕은 왕이다'를 번역ㆍ각색했다.

그는 한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남들이 안한 것을 하려다보니 어느새 아랍 연극으로 논문까지 쓰게 됐다"고 말문을 연 뒤 아랍 문학 작품의 매력을 생생하게 소개하고 문화 교류의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사람들> 아랍연극 '1호' 구미란씨 - 3

구씨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서 아랍연극 전공 석사는 두명이 나왔지만 두명 다 학업을 중단했으며 박사 학위에 도전한 경우는 그가 처음이다.

구씨는 2000년 명지대 아랍어과를 졸업한 뒤 2006년 외대 대학원에 들어가 아랍연극 전공으로 박사 과정까지 수료했다. 완누스의 작품 세계를 주제로 준비하고 있는 논문이 통과되면 국내 첫 아랍연극 박사가 된다.

그는 "세계사를 따져보면 아랍 문화는 유럽 문화의 뿌리"라면서 "한국에서는 유럽이나 미국 문화는 적극적으로 들여오면서 아랍 문화는 거의 소개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7세기부터 13세기까지 이슬람 제국이 세계를 호령할 당시 그리스와 로마 문물을 바그다드로 들여와 아랍어로 집대성했어요. 이슬람 제국이 멸망한 뒤 이러한 유산이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르네상스를 일으킨거죠. 그런데 국내에서는 아랍 문화를 빠뜨리고 유럽 문화부터 받아들였으니 뿌리를 놓치고 있는 셈입니다."

그는 이러한 취지에서 아랍 연극을 공연해보자는 서울시극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왕은 왕이다'는 서울시극단이 해외 대표작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세계 현대연극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다음 달 3~19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아라비안나이트를 원작으로 한 이 연극은 한마디로 아랍판 '왕자와 거지'다.

길거리 주정뱅이인 '아부 잇자'는 어느 날 왕의 장난에 휘말려 왕궁에 들어가 가짜 왕 노릇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부 잇자가 오히려 왕의 권위를 내세워 신하들을 호령하게 되면서 결국 진짜 왕을 내몰고 왕좌를 차지하게 된다.

구씨는 "완누스가 1970년대 서방에 휘둘렸던 아랍의 현실에서 벗어나 보자며 무대에 올려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이라며 "권력의 달콤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속성을 코미디를 뒤섞어 표현해낸 정치 풍자극"이라고 소개했다.

구씨는 당초 작품 선정과 번역ㆍ각색을 맡기로 했지만 사실적인 무대를 꾸며보자는 뜻에서 자문 역할도 맡게 됐다.

"국내 관객에게 아랍 문화를 소개하는 연극인 만큼 무대나 의상, 배우의 동작도 실감이 나야죠. 대본은 원작을 그대로 번역했지만 무대에서는 아랍 분위기가 나도록 제작진과 수시로 상의하고 있습니다."

구씨는 실제로 제작진과 배우들을 상대로 아랍의 역사와 전통을 소개하는 특강을 두차례 열기도 했다.

"아랍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 악수를 한 뒤 손을 가슴에 살짝 갖다대요. '당신을 신뢰한다'는 뜻이죠. 배우들이 이런 걸 보여주면 관객도 생생함을 느끼지 않을까요."

2006년부터 시리아와 요르단, 레바논, 이집트 등 아랍 지역에만 6차례 다녀왔을 만큼 '아랍통'인 구씨는 아랍 국가와의 문화 교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 공연 예술을 풍성하게 하려면 아랍 문화도 골고루 소개해야할 것 같아요. 요즘 중동과 외교 관계도 좋지 않은데 아랍은 '정서적 의리'라는게 통하는 사회거든요. 그런 만큼 문화 교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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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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