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슬로시티운동' 창시자 사투르니니
송고시간2010-06-27 09:31
<인터뷰> '슬로시티운동' 창시자 사투르니니
"'빨리빨리'ㆍSSMㆍ환경문제 등에 슬로시티가 대안"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슬로시티운동은 자연과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면서 진짜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겁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기업형슈퍼마켓, 환경 문제에도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죠."
26일부터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2010 국제슬로시티연맹 한국총회' 참석차 방한 중인 국제슬로시티 운동의 창시자 파울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ㆍ이탈리아)씨는 슬로시티 운동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탈리아 그레베 인끼안띠의 시장이던 1999년 다른 도시의 몇몇 시장과 함께 '자연 속에서 느림의 삶을 살자'며 슬로시티 운동을 시작한 그는 국제슬로시티연맹 초대 회장을 지냈다.
이런 취지에 동참, 처음 이탈리아의 4개 도시로 시작된 슬로시티는 현재 20개국 132개 도시로 늘어났다. 한국에서는 신안, 완도, 장흥, 담양, 하동, 예산 등 6개 도시가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돼 있다.
사투르니니씨는 지난 25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슬로시티 운동은 현대화나 문명의 발전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과거와 현재를 지키면서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품을 예로 들면 과거에는 생산자가 자연 상태에서 기른 농산물을 소비자가 구입했지만 요즘은 대량 생산과 공급을 위해 호르몬제를 주입하거나 유전자변형을 가한 식품이 넘쳐난다"며 "이런 현실을 바로잡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자는 게 운동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마을을 등에 지고 가는 달팽이를 로고로 하는 슬로시티 운동은 자연생태 보호, 전통문화 보존, 슬로푸드 농법, 지역 특산품 보존, 지역의 세계화(Think globally, Act locally)를 지향한다.
"달팽이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줍니다. 급하게 달리다 보면 넘어질 수도 있고 물건을 잃어버릴 수도 있죠. 빠르다는 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만큼 실수나 과오를 범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바라보는 사투르니니씨의 견해다.
슬로시티운동이 중시하는 먹을거리와 지역사회에 관한 이야기는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형대형슈퍼마켓(SSM)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한 지역에서 재배한 식품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지역 토산물이 거래되는 재래시장이나 작은 상점을 살리는 게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투르니니씨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내용을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고 전제한 뒤 "자연은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게 좋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개발을 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환경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국제슬로시티 총회를 열었다는 건 슬로시티운동을 수용하고 그 철학을 발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이번 대회 개최에 의미를 부여했다.
국제슬로시티 한국총회는 26일 개막 행사에 이어 28일까지 신안 갯벌 체험 및 소금동굴 치유센터 체험, 하동 쌍계사 현각 스님의 한국불교 설법, 템플스테이 명상체험, 하동 폐교의 슬로시티 글로벌 포럼 등으로 진행된다.
k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0/06/27 09:3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