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령관 교체로 아프간전 전략 바뀔까
송고시간2010-06-24 05:27
<美 사령관 교체로 아프간전 전략 바뀔까>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 9년을 끌어온 미국의 아프간 전쟁이 예상치 못했던 사령관 교체로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직접적인 경질 사유는 `설화' 파문이지만 아프간전 수행전략을 둘러싼 미 행정부내 이견을 다시 한번 노출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아프간전 계획이 동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뜩이나 아프간전의 전황이 희망적으로 전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내홍이 불거진데다, `매크리스털의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현재 미군의 아프간 군사전략의 중추인 매크리스털 사령관이 전장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전임 부시 행정부가 임명했던 데이비드 매키어넌 아프간 사령관을 전격 교체하고 매크리스털 사령관을 임명한 이후에도 행정부내에서는 아프간전 전략을 놓고 이견이 존재했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취임 이후 아프간 주둔군 증파를 강력히 촉구한 반면 조 바이든 부통령은 병력 증강에 유보적인 태도를 견지했었다.
병력 증강을 통한 대(對) 테러 작전 강화와 새로운 아프간 국가건설을 강력히 주장해온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전략에 맞서 바이든 부통령은 장기간의 테러 소탕작전은 미국을 `군사적 늪'에 빠뜨릴 것이라며 의견을 달리했다.
특히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아프간 중앙정부의 구심으로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논쟁을 포함한 행정부내 격론을 거친 끝에 지난해 12월 3만명의 미군 추가 파병 방침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2011년 7월부터 미군이 아프간을 떠나기 시작하는 `출구전략'도 함께 밝혔다.
추가 파병 결정이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손을 들어주면서 아프간전을 매듭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면, 아프간 철군 시점을 언급한 것은 증파 반대 입장인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 민주당 지지자들을 염두에 둔 스케줄로 해석됐다.
파병 결정 이후 아프간전은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계획대로 전개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신임한 매크리스털의 기본 전략은 대대적 대테러 작전을 통해 탈레반 세력을 소탕한 후 해당 지역을 아프간 정부가 통치하는 지역으로 복원하고, 비(非) 군사적 부문에서 아프간의 지지기반을 넓혀가는 소프트 파워 전략을 동반한 것이었다.
아프간 정부의 통치력을 복원할 수 있도록 아프간 군.경을 훈련, 강화시키는 것도 아프간 주둔 미군의 주요 임무로 부상했다.
이 같은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작전이 가시화된 것은 지난 2월 아프간전 개전 이후 최대의 작전이라 불리는 연합군의 마르자 대공세를 통해서였다.
과거 작전과 달리 미군은 아프간 군과 경찰이 광범위하게 작전에 참여토록 했다. 작전과정에서 아프간 주민들의 희생과 건물 파괴를 최소화하고 탈레반을 소탕해가면서, 탈환지역에 아프간 정부를 `이식'하는게 작전의 초점이었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마르자 공세를 성공으로 이끈 후 이달중 탈레반 거점인 칸다하르 지역 대공세를 통해 아프간 정부 통치영역을 확대해 간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마르자 공세는 그의 희망대로 순탄하게 전개되지 않았고, 아프간 정부의 자치력도 탈레반 소탕지역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밝혔던 내년 7월 철군 개시도 불투명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낙마는 아프간전 수행 전략의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매크리스털 사령관 교체 사실을 발표하면서 "아프간 사령관 교체는 인적 교체이지 정책의 변경을 뜻하지 않는다"며 기존 전략의 유지 방침을 강조했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상관으로 이라크, 아프간전을 총괄해왔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부군 사령관이 아프간 사령관을 맡도록 한 점도 아프간전 전략의 일관성을 염두에 둔 인사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령관 교체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아프간 작전의 일정 차질은 불가피한데다,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 기존의 아프간 전략에 이견을 가진 고위 참모들의 영향력이 강화되거나, 11월 중간선거를 목전에 두고 의회내 아프간전 장기화 회의론이 불거질 경우 아프간 전략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sg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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