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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서 "대중가요사는 우리 역사이자 자화상"

박성서 "대중가요사는 우리 역사이자 자화상" - 7


'한국 전쟁과 대중가요, 기록과 증언'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54) 씨의 17평짜리 사무실은 2만5천장의 SP(축음기음반)ㆍLP판과 각종 포스터, 사진자료, 육성 테이프로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했다.

22일 이곳에서 만난 그는 잡지사 기자 출신으로 15년간 대중가요사를 연구해온 대중음악평론가다. 그가 한국전쟁 60주년이 되는 25일 연구의 첫 결과물인 '한국전쟁과 대중가요, 기록과 증언'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1950년대 말까지의 대중 가요사가 담겼다. 이 시기 발표된 SPㆍLP의 재킷과 포스터, 원로 가수 및 작곡가들의 희귀 사진, 친필 악보, 대구의 오리엔트레코드, 부산의 도미도레코드와 미도파레코드 등 당시 음반사 흔적까지 귀한 자료들이 생존한 원로 음악인들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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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발품을 팔며 자료 수집과 원로 음악인들을 인터뷰한 박씨는 "대중가요사가 결국 우리의 역사이자 자화상"라며 "자료를 수집하다보니 당시의 신문보다 노래 속에 역사가 더 선명하게 살아있었다. 시대적 배경, 인물, 노래를 통해 우리 가요사를 기록한 것"이라고 책을 소개했다.

그가 책의 연대를 한국전 전후로 잡은 것은 2007년 부산 40계단문화관 초청으로 한국전쟁 관련 가요를 조명하는 전시회를 마련한 게 계기였다.

전시회 자료를 보완해 책에 담은 수집물들은 무척 방대했다. 그는 회현동 지하상가와 청계천 벼룩시장을 뒤지며 SP와 LP를 손에 넣었고 가수 백난아의 유족과 가수 금사향 등 원로 음악인들은 선뜻 소장 사진과 악보 등을 제공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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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씨가 직접 보여준 사진과 악보, 레코드판들은 코끝을 찡하게 했다.

가수 한명숙 등 '먹물도장(위문공연 활동 중 죽어도 국가에 보상을 요구않겠다는 일종의 각서)'을 찍고 참전한 군예대원들의 사진, 작곡가 박시춘이 지휘하고 금사향이 '임계신 전선'을 취입하는 사진, 월북 작가로 분류돼 가요사에서 묻힌 작곡가 김해송이 태극기 앞에서 지휘하는 사진 등 빛바래다 못해 누래진 흑백 사진들은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악보들은 세월에 찌들린듯 너덜너덜해진 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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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피아노 앞에 있는 백난아 씨의 사진은 '번지없는 주막' '나그네 설움' 등을 쓴 작곡가 이재호 씨가 1960년대 폐병으로 타계할 당시, 그의 머리맡에 붙어있던 것"이라며 "또 당시에는 공연이 '만원'을 이루면 출연자에게 사례한다는 의미에서 '만원사례' 봉투에 돈을 넣어줬는데 바로 이것"이라고 백난아가 받았던 봉투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 그가 꺼내든 SP는 1952년 한국전 당시 이재호 작곡의 '경상도 아가씨'가 수록된 레코드였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SP가 나오기 시작해 1958년부터 10인치 LP, 1964년부터 12인치 LP가 등장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전쟁 당시엔 물자가 부족했잖아요. 고물상에서 한번 썼던 레코드판을 수거해 재활용했죠. 세월이 반세기 가량 지나면서 '경상도 아가씨'라고 써진 레코드판 라벨이 떨어지니 이처럼 일본 레코드판 라벨이 보이잖아요. 어려운 시절에도 노래를 만들고 부른 이 시절 음악인들의 열정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더불어 박씨는 '단장의 미아리고개'의 작사가 겸 가수 반야월, '노란 샤쓰의 사나이'의 작곡가 손석우, '전선야곡'의 가수 신세영 등 원로들을 수차례에 걸쳐 인터뷰 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그는 이들이 정정할 때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자 마치 생활하다시피 눈을 마주쳤다고 한다.

"신세영 씨는 인터뷰 도중 '전선야곡'을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셨어요. '추억의 다방'을 요청하자 기억을 못 하셨는데, 제가 노래를 들려드리자 '맞아, 맞아'라며 따라부르시더니 다시 우셨어요. 인터뷰 때만해도 정정하셨는데, 지금 요양원에 계셔서 안타깝습니다."

그는 "5살짜리 딸의 죽음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썼다는 반야월 씨, 군예대 시절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노래 한곡이 주는 힘을 실제 목격했다는 가수 안다성 씨의 이야기는 코끝이 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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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책 마지막 장에서 한국 가요사를 정리했다. 1885년부터 1959년까지의 한국 가요 주요 약사, 연대표도 담았다. 여기에는 SP 수집가 이경호 씨가 소장한 초기 음반형태의 편면반(노래가 한쪽면에만 수록된 레코드) '삼인육자가'의 사진도 넣었다.

그는 이 책을 시작으로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가요사를 정리할 계획이다. 현재 작곡가 박시춘과 박춘석 평전을 집필 중이며 최종 목표는 가수, 작곡가, 연주가의 활동을 기록한 '한국 가요 인물 총서'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말은 그 시대의 이성, 멜로디는 그 시대의 감성"이라며 "원로들이 살아계실 때 자료가 더 소실되고 누락되기 전에 글과 사진과 영상으로 이들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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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박성서 씨>

mim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0/06/23 08:1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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