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30년이 지났건만…아물지 않은 5.18 상처

송고시간2010-05-17 05:32

1980년5월17일 광주금남로에서 민주화운동에 참가한 시위대와 진압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저작권자 ⓒ 2001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1980년5월17일 광주금남로에서 민주화운동에 참가한 시위대와 진압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저작권자 ⓒ 2001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후유증 실태조사 첫 공개…"체계적인 치료 제공돼야"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참가했던 시민과 가족의 상당수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5.18기념재단이 당시 광주항쟁 참가자를 심층 면담해 펴낸 '5.18민주유공자 생활실태 후유증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피해자들의 상처와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7년 나온 이 보고서 내용 중 5.18 항쟁 참가자의 피해 사례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논의됐을 뿐 언론에는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교 1학년 때 5.18을 경험한 A(45)씨는 당시 데모를 하다가 경찰서, 헌병대에 끌려가서 몇 주간 심하게 구타당한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호기심에 친구들과 어울려 시민 시위대를 지켜보던 그는 공수부대가 투입되고 대학생과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군인들에게 마구 맞는 것을 보면서 분함을 참을 수 없어 시위에 동참했다.

공수부대원에게 구타당하고 '닭장차'에 실려 경찰서 유치장에 끌려간 그는 며칠간 군대식 '얼차려'를 당하고 화장실도 자유롭게 못 갔으며 철장에 매달려 있기도 하다가 어린 나이 때문에 먼저 풀려날 수 있었다.

오월 잊지 않겠습니다
오월 잊지 않겠습니다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아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0.5.16
minu21@yna.co.kr

이후 공수부대원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가슴이 쿵쾅거렸고 성격도 난폭해져 다가오는 친구가 없었던 A씨는 "40대가 돼서도 사람 만나는 게 어렵고 기분이 항상 우울하고 잠을 잘 못 잔다"고 진술했다.

A씨는 상담중 당시 대학생들이 무자비하게 맞는 모습을 이야기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큰 소리로 우는 등 감정 통제가 자유롭지 못했다.

고3때 광주 상황을 접하고 휴교령 상태에서 친구, 선배 20명과 '광주 시민이 죽는다. 합심해서 광주를 지키자'며 원정을 갔던 B(48)씨는 당시의 광주행으로 인해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하는 모진 운명의 주인공이 돼 버렸다.

데모한 사람을 전부 잡아들인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자수하면 봐 준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경찰서로 갔던 B씨는 6주간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경찰서에서는 두들겨 맞는 게 일과였고, 이때 이후 30년간 오른손을 쓰지 못하게 됐다. 고교 졸업 후 상경해 취업하려 했지만 신원조회에 걸려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거부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같은 경험을 한 친구 한명이 1990년에 자살한 이후에는 자신도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악몽과 우울, 수면장애, 알코올 의존 등 후유증이 남은 B씨는 여전히 잠드는 게 힘들고 당시 기억을 지우려고 20여년간 거의 매일 술을 마셔야만 했다.

5.18 참가자 중에는 버스에서 눈감고 맞으면서 계엄군에 끌려간 공포 때문에 평생 버스를 못 탔다거나, 형사들에게 5.18 이후 6년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해 동네 사람들에게 '폭도'라고 비난받을까 봐 사람을 피해 오랫동안 밖에 나가지 못하는 등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안고 쓸쓸히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연구를 맡았던 오수성 전남대 교수는 17일 "당시 상황을 말하다가 감정 조절이 어려워 크게 울거나 감정이 격해져 가해자에 대한 분노, 적개심을 표현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며 "5.18 유공자와 가족에게 감정 표현으로 내재한 분노와 부정적인 정서를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 면담, 정신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jkim84@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