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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 "우리는 하녀 노릇하며 살아"

송고시간2010-05-10 16:34

임상수 감독 "우리는 하녀 노릇하며 살아"
"풍자와 조롱한 것 아니라 사실적으로 묘사했을뿐"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영화를 맡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사회에서 부딪혀 살면서 어차피 우리는 누군가의 하녀 노릇을 하고 밥을 먹는다는 겁니다. 나도 월급쟁이는 아니지만, 투자자 만나고 할 때는 하녀 노릇 하는 겁니다."

13일 개봉하는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하녀'를 연출한 임상수 감독은 10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기영 감독의 원작은 1960년대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밑에 깐 영화고 나는 2010년의 배경을 깔고 간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故)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동명 영화에서 인물과 기본 설정을 따왔지만, 임 감독의 리메이크작은 원작과 차이가 많다.

임상수 감독 "우리는 하녀 노릇하며 살아" - 3

원작이 중산층 가정의 하녀(이은심)가 주인 남자(김진규)의 아이를 임신한 뒤 가정이 붕괴하는 모습을 다뤘다면, 임 감독의 영화에서는 입주 가정부 은이(전도연)가 주인 남자(이정재)의 아이를 가졌다가 잃고나서 주인집에 복수하려고 혼자 발버둥친다. 서우가 주인 여자로, 윤여정이 나이든 하녀 병식으로 출연했다.

임 감독은 "원작은 성적 문제가 생겼을 때 남자가 느끼는 죄책감과 가정이 깨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주된 것이었다면 2010년에 내가 그리려는 부자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라면서 "이런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에 스토리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에 대한 많은 리뷰에 내가 풍자와 조롱을 했다고 나오는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누군가의 위선을 까발리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자신에 대한 비평에 대해 진지하게 해명했다. 그는 "임상수라는 인물에 대해 '시니컬하다', '민감하고 중요한 소재를 깊이 없이 다룬다', '버릇없고 책임 없다' 같은 얘기가 있는데 오해"라면서 "본질적으로 내 영화는 대단히 진지하다. 다만, 미학적으로 진지한 영화를 진지하게 끌고 가는 것을 촌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임상수 감독 "우리는 하녀 노릇하며 살아" - 2

영화를 통해서 임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정말 간곡하게 하고 싶었던 얘기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더 행복하고 자유롭게, 고결한 영혼을 지키면서 살 수 있는데 왜 그러지 못하나 하는 것"이라면서 "이 영화의 부잣집 사람들도 큰 상처를 입었는데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은이나 병식도 더 행복할 수 있었는데 왜 하녀 근성에 시달리면서 괴로워하면서 살아야하나"며 의문을 던졌다.

영화에서 출연진 가운데 특히 전도연과 윤여정의 연기는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임 감독은 "두 사람 다 아주 정확한 연기를 하는데 도연 씨는 약간 질척질척한 맛이 있고 윤 선생님은 너무 드라이하다. 윤 선생님을 더 질척하게, 도연 씨를 드라이하게 하려고 했다"면서 "두 분이 나오는 장면 대다수가 전율이 흐른다. 그것만 떼서 보는 것도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은이가 곤히 자고 있는데 여주인이 너무 분해서 골프채를 들고 올라간다. 이런 순간에도 서스펜스를 길게 만들 수 있는 건 쉬운 일이지만 뻔하고 장난질이 되는 것"이라면서 "서우가 전도연의 뺨을 때리는 장면 등을 긴장감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주인집 딸인 남이의 생일 파티를 하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면서 "애한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점에서 은이가 복수를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비싸고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노래도 불러주지만, 상처는 치유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녀'가 13일 개막하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해서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임 감독은 "한국의 부자는 유럽이나 미국의 부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한국의 하녀 은이의 얘기는 제3세계 어떤 여자의 얘기일 수도 있다"면서 "작은 한국에서 벌어진 얘기지만 함의는 지구적으로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하녀' 이후의 작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그는 '하녀' 촬영 전에 2년간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썼던 시나리오를 한국-프랑스 합작으로 프랑스에서 촬영하는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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