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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vs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송고시간2010-04-24 15:26

만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만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서울=연합뉴스) = 이준익 감독의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원작인 박흥용 화백의 동명 만화의 한 장면. 2010. 4. 24. <<문화부기사 참고, 바다그림판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28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박흥용 화백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박 화백의 첫 장편이자 대표작인 원작은 평단과 독자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개성 있는 캐릭터를 묘사했다.

1996년 문화관광부 선정 대한민국 만화문화대상 저작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으로 뽑혔다. 2007년에는 우리나라 만화로는 드물게 프랑스어판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준익 감독은 박 화백의 만화를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다. 중심 캐릭터를 따왔지만, 핵심적인 설정이 다르며 훨씬 절망적인 색채를 띤다.

◇ 철학적 메시지 담은 원작

원작은 철학적 메시지를 곳곳에 담아 책장을 넘기다 중간 중간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네 모습은 몇 가지니? 하나하나 찾아내서 모두 네 칼로 죽여라." 앞을 보지 못하는 검객 황정학이 제자인 견자에게 참모습을 찾으라며 내린 가르침이다.

황정학은 맹인이면서도 달이 구름에서 벗어난 것을 알 수 있는 인물이다. '구름을 벗어난 달'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 자유롭게 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다.

만화에서는 철학적인 대사뿐만 아니라 견자의 꿈과 환영도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한몫 한다.

반면 영화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삼으면서 원작의 철학은 사라졌다. 원작 팬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 성장스토리에서 대결극으로

원작은 양반과 기생 사이에 태어나 신분의 굴레로 괴로워하는 견자가 황정학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한계를 뛰어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황정학(황정민)과 견자(백성현)가 이몽학(차승원)과 대결하는 구도를 설정했다. 견자의 비중이 여전히 크긴 하지만 황정학과 이몽학에게 더 눈길이 간다.

영화에서 견자는 세도가인 아버지가 이몽학의 무리에게 살해당하자 복수를 하려고 그를 쫓는다. 황정학은 이몽학과 함께 대동계라는 집단에서 활동했던 인물로 이몽학이 스스로 왕이 되려는 욕심으로 난을 일으키는 것을 막으려 한다.

원작에서 이몽학은 뛰어난 검객으로 묘사되지만 비중은 영화보다 훨씬 작다. '선조실록'에 나오는 실존 인물인 그가 일으키는 반란도 막판에야 나온다.

하지만, 영화에선 도입부부터 반란으로 시작해 반란이 절정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보여줄 정도로 이몽학의 난이 핵심적인 요소를 차지한다.

원작에서 거사에 동참하라는 이몽학의 요청을 견자가 거절했을 때 둘은 칼싸움을 벌이긴 하지만 영화와 달리 생사를 건 혈투는 아니다.

<만화 vs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 2

◇ 당파싸움 부각시킨 영화

원작은 철저하게 일반 백성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영화는 동인과 서인의 당파싸움을 중요한 장면마다 삽입해 지배층을 조롱한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인 '황산벌'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동인과 서인은 자신들의 당파적 이익만 추구하면서 시종일관 대립한다. 왜군이 쳐들어올지에 대한 판단을 할 때도 그렇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고민하기보다는 티격태격 싸우기만 한다.

김창완이 연기한 선조는 붕당의 틈바구니에서 짜증만 내는 무능한 임금으로 그려진다. 동인과 서인이 각각 자신들 당파의 인물을 천거하자 양쪽에서 한 명씩 뽑아 "육지는 신립이, 바다는 이순신이 지키게 하라"라고 명하는 대목은 웃음이 나오면서도 허탈하다.

◇달라진 캐릭터

만화와 영화에는 기생 백지가 공통으로 등장하지만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인물이다.

원작에서 백지는 견자에게 반해 견자를 따라다니지만, 한지혜가 영화에서 연기한 백지는 이몽학을 사랑해 몽학을 만나려고 견자와 동행한다.

원작에서 견자의 주변에는 백지 외에도 많은 여인이 등장해 견자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생 대쪽을 비롯해 양반인 오위부장의 손녀까지 견자를 사모한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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