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함석헌이 사회진화론자?' 학계 논란

송고시간2010-04-16 06:26

<'함석헌이 사회진화론자?' 학계 논란>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씨알' 사상으로 유명한 사상가 함석헌 선생이 사회진화론자인가 아닌가 하는 내용을 두고 관련 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인 김영호 인하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3월 한길사에서 30권으로 발간한 '함석헌 저작집'에 실은 글 '함석헌 저작집 발간에 부치는 말'이었다.

당시 함석헌씨알사상연구원장이던 김 교수는 이 글에서 함석헌을 사회진화론자로 소개하며, 함석헌 사상에서 거듭 반복되는 일관된 주제 가운데 하나로 사회진화론을 들었다.

<'함석헌이 사회진화론자?' 학계 논란> - 2

이에 대해 함석헌이 창간한 잡지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인 김상봉 전남대 교수는 '씨알의 소리' 2010년 1~2월호에 '함석헌과 사회진화론의 문제'를 실어 "함석헌의 철학과 사회진화론은 물과 기름처럼 양립할 수 없는 사상"이라고 반박했다.

김상봉 교수는 "사회진화론은 전쟁으로 열등한 종족이 도태되고 상대적으로 우수한 종족들만이 살아남아 인류가 발전했다는 것"이라며 "사회진화론자들은 약자가 도태되는 것은 자연적인 필연이므로 이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사회진화론은 본래 근대 초기 일제를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의 논리였으나, 약자들도 이를 받아들여 힘을 기르자는 논리로 전개되기도 했다.

구한말 조선의 대표적인 사회진화론자들만 해도 유길준과 윤치호, 이광수 등 쟁쟁한 지식인이 많다. 김상봉 교수는 이들이 친일로 기운 이유도 사회진화론에 따라 힘을 숭배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어 그는 "만물을 짓고, 만물을 유지하고, 뜻을 이뤄가는 것은 힘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한 함석헌의 글을 인용하며 함석헌 사상은 '힘의 철학'이 아니라 '사랑의 철학'이기 때문에 사회진화론과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또 함석헌이 '생명은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는 하나'라고 말하며 민족이기주의와 국가지상주의를 비판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함석헌에게) 사회진화론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영호 교수는 다시 16일 열리는 함석헌학회 창립총회 기념 학술발표에서 '함석헌과 사회진화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상봉 교수의 주장을 재반박하고 나섰다.

김영호 교수는 '함석헌은 사회/전체의 진화를 주장하지 않았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이 글에서 김상봉 교수의 주장은 자신이 쓴 '사회진화론'을 '사회다윈주의(Social Darwinism)'로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사회진화론'에는 김상봉 교수가 받아들인 '사회다윈주의' 말고도 여러 가지 다른 일반론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함석헌이 쓴 "지금까지 생각의 주체는 개인이었지만 앞으로는 커뮤니티이다. 그런 역사의 진화단계가 지금이다"라는 글을 인용하며 함석헌이 전체사회, 곧 인류공동체로서의 사회의 진화를 통찰했다고 강조했다.

함석헌이 사회진화론자였던 것은 맞지만, 윤치호 등과 같이 '우승열패(優勝劣敗)' 논리로서의 사회진화론을 폈던 것이 아니라 온 생명이 다 같이 발전ㆍ진화한다는 의미에서의 사회진화론자라는 것이다.

comma@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