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2010년 캠퍼스> ② 동아리도 '부익부 빈익빈'

송고시간2010-03-24 08:01

신입회원 유치 힘드네
신입회원 유치 힘드네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새학기를 맞아 대학 동아리들이 신입회원 유치활동에 나선 가운데 8일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에서 동아리 학생들이 차가운 봄날씨 속에 신입회원 유치를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0.3.8
zjin@yna.co.kr

취업과 관련 없으면 외면..문 닫는 곳 늘어
수십 년 전통의 동아리가 성격 바꾸기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지난 18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교 학생회관 앞 광장. 흰 천막으로 만든 50여 개 부스에 동아리 회원들이 나와 새내기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선배들의 외침에 발길을 멈추고 관심을 보이는 신입생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잠시 눈길만 주고 걸음을 재촉했다. 한문강독, 사회과학 동아리 등 몇 개 부스는 홍보 포스터만 서너 개 붙어 있을 뿐 자리를 지키는 사람조차 없어 썰렁했다.

철학동아리를 홍보하던 4학년 최경석(22) 씨는 "원래 동아리 홍보를 안 해왔는데 몇 년 전부터 가입하는 신입생이 계속 줄어 동아리를 알리러 나왔다"며 "예전과 달리 새내기 때부터 취업 걱정을 하며 스펙을 쌓으려는 학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대학 생활의 꽃이라 불리며 대학의 낭만을 상징하던 동아리가 시들어가고 있다. 다양한 지역.학과 출신 선후배들과 교류하며 세상을 배우고 경험하는 장이었던 동아리가 극심한 취업난에 위축되고 있다.

3, 4학년 학생은 물론 이제 막 대학 문턱을 넘은 새내기들도 학점과 영어점수 등 스펙 쌓기에만 열을 올리며 잔뜩 움츠러들었고 취업과 큰 관련 없는 동아리는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몇 년째 신입생을 받지 못한 동아리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있고 신입생을 모으려고 성격을 바꾸는 동아리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 동아리로 오세요!
우리 동아리로 오세요!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5일 신학기를 맞아 신입생을 유치하려는 각 동아리들의 다양한 홍보물로 서대문구 이화여대 학생회관 내부가 빈틈이 없다. 2010.3.5
mtkht@yna.co.kr

◇'망하거나 변하거나'

경기도에 있는 K대학교는 지난 3년 동안 서예.수화.미식축구 동아리 등 5개 동아리가 최소정원인 20명을 채우지 못해 동아리방을 반납하고 사라졌다.

충북의 S대학교에서는 봉사.불교 동아리가 몇 년째 신입생을 받지 못해 문을 닫았고, 부산의 P대학교에서도 회원 감소와 저조한 활동을 이유로 지난해 등산과 봉사 동아리가 없어졌다.

서울의 C대학교, K대학교, S대학교 등 대부분 대학에서도 수십 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리들의 신입생 가입이 크게 줄었고 재학생 활동도 위축돼 동아리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고려대학교 와인동아리 '소믈리에' 회장 권벼리(21.여) 씨는 "2월 말에 있었던 동아리 회장단 엠티에서 '신입생 받기 정말 어렵다'며 위기감을 느끼는 회장들이 많았다"며 "취업 준비와 관련 없는 인문.사회.사상 동아리 회장들이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수십 년 전통을 자랑하는 동아리가 시대의 변화와 신입생의 외면 앞에 본래 설립 취지와 다르게 성격을 바꾼 경우도 있다.

1961년 설립된 Y대학교의 한 마당극 동아리는 4년 전 영상 제작 동아리로 성격을 바꿨다. 동아리 회원 조모(21)씨는 "40년 넘는 전통을 가진 마당극 동아리였지만 수년째 신입생이 없고 활동도 없어 고사 위기에 빠졌다. 고육지책으로 이름만 남기고 다 바꿨다"고 말했다.

이 대학교 동아리연합회 회장 홍모(24) 씨는 "폐쇄 위기에서 동아리 명맥을 유지하려고 성격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사실 냉정하게 규정을 적용하자면 회원 수 미달과 활동 저조로 지원을 끊어야 할 동아리가 있지만, 전통과 남은 회원의 사정 등으로 규정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아리 선택기준 '취업에 도움되나'

새내기들이 동아리 활동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서강대학교 신입생 김모(19.여) 씨는 "학부제에선 1학년 때 학점을 잘 따야 2학년 때 원하는 과를 갈 수 있는데 상대평가에서 A+를 받으려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잦은 술자리와 엠티 등으로 노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동아리 활동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3학년 송모(23)씨는 "취업난 때문에 학과 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하며 취업을 준비하긴 어렵다"며 "대부분 학생이 스펙 관리를 위해 자기 할 것만 찾아 해도 시간이 모자란 분위기"라고 말했다.

많은 동아리가 위기를 말하지만, 취업 준비에 도움될만한 몇몇 동아리들은 지원자가 넘쳐난다.

동아리 홍보열전
동아리 홍보열전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5일 신학기를 맞아 신입생을 유치하려는 각 동아리들의 대형 홍보물로 서대문구 이화여대 학생회관 내부가 가득 차 있다. 2010.3.5
mtkht@yna.co.kr

K대학교 해외봉사 동아리는 학생들 사이에서 취업 준비에 유리하다고 여겨져 매년 지원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 50여 명을 뽑는 이 동아리는 면접을 통과해야 가입할 수 있는데 담당 교수는 해외봉사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 경력 관리 차원에서 우선권을 준다고 한다.

서울대 대학원 김아름(24.여) 씨는 "최근 동아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졌다"면서 "취업에 도움되는 경영.경제.영어 동아리는 시험을 통과해야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많고 철학.인문 동아리는 쇠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학년 때 취미에 따라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하던 학생들도 3, 4학년이 되면 취업관련 동아리를 찾아 활동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라고 덧붙였다.

대학 측도 동아리나 학과 활동에 소극적인 소위 '아웃사이더'들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스펙 관리를 잘 해 '명문대학원' 진학이나 대기업 취업에 성공해 결국 학교 위상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동아리 경험.낭만 아쉽다

대학 내부에서 위축된 동아리 활동에 대한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박현석 고려대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고3 때만 지나면 자유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지냈는데 대학 입학 후에도 학생들은 불안한 자유를 누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국제학부 김소연(22.여) 씨는 "2년 동안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사귀고 대외 활동을 통해 강의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면서 "요즘 신입생들이 이런 기회조차 얻지 않으려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Y대 사회과학연구학회 회장 김모(21.여)씨는 "대학이 엄청나게 자기 계발을 강조해 취업인력 양성기관처럼 변한 것 같다"며 "동아리에 신입생이 우르르 몰려오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와 세계에 대해 관심을 나누고 토론하는 명맥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